계엄령 내린 태국 방콕 여행해도 되나?
태국 육군이 5월 20일 새벽 태국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우려를 표하는 각 종 외신보도가 잇따르면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태국 방문의 안전성을 궁금해 하고 있다.
이미 계엄령 선포 전 수십 여 개국이 태국 여행시 주의를 당부하는 지침을 내린데다 한국도 가장 낮은 단계지만 여행유의를 공지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 여행유의 단계를 상향 조정한다고 한다.
일부 한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정부의 허가 없이 육군참모총장 1인의 서명으로 발효된 계엄령이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보고 위험성을 경고하며 긴장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8년여 간 반(反) 탁신과 친(親) 탁신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해온 태국은 아직까지 그 갈등을 치유하지 못했고, 힘겨루기의 우열이 분명치 않은 터라 향후 그 전개 방향은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태국의 근세 정치상황과 쿠데타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국 일반 시민들은 태연한데 이를 전하는 외신과 외국인들이 오줌 마려운 강아지 처럼 더 안달을 떨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우려하는 태국의 쿠데타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총칼 쿠데타'와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탁신 전(前) 총리를 몰아낸 2006년9월의 쿠데타도 발생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제자리를 돌아왔으며, 이로 인해 단 한 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부끄러움이 상처로 자괴감으로 태국인들에게 남았을 뿐이다.
당시 필자도 쿠데타 발발 하루 뒤 방콕 정부 종합청사에서 탱크를 지키는 군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발생 당일 태국직원들은 쿠데타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이로 인해 결근하거나 지각한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국왕의 군대임을 내세우는 태국 군에 의한 쿠데타는 그 동안 태국의 정치 갈등을 해결하는 한 수단으로 자리잡아왔다. 1932년 입헌군주제 채택 이후 무려 18번이 일어나 11차례나 성공했다. 이 때문인지 갈등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면 `은근히' 군이 나서길 바라는 기류가 오늘날까지 형성돼 왔다.
대개의 쿠데타는 `권력찬탈'이 목적이고 쿠데타 후 계엄령이 내려지는 게 일반적인 수순인데 이번 태국군은 현정부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질서와 평화유지를 위해서 계엄령만을 발표한 것이므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쿠데타는 아니다'라고 스스로 강변하고 있다.
계엄령이 선포된 5월 20일 대규모로 예정됐던 반정부 시위는 취소됐다. 여기에 맞불을 놓겠다며 강 건너 반정부 시위대와 1시간 거리에 진을 치고 있는 친정부 시위도 취소됐다.
계엄령 하에선 집회결사의 자유가 제한되고 언론보도도 통제된다. 민주주의의 기본권리들이 유린되고, 계엄령하의 태국도 다르지 않다.
태국군은 반정부와 친정부 시위대 모두에게 귀가할 것으로 종용하고 있다. 계엄령을 선포한 프라윳 육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반정부- 친정부 시위로 27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쳤는데 더 이상은 유혈대립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폭력과 무기를 쓰는 사람은 더 강한 군의 무력으로 진압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반정부와 친정부 시위대의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막후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이런 군의 개입에 반정부 시위대는 내심 지지를 보내지만 탁신파인 친정부 시위대는 큰 반감을 갖고 있다. 친정부 시위대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해온 터다. 요원하지만, 양측의 완벽한 합의에 의한 총선이 갈끔하게 치러지지 않는 한 태국 갈등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 시위대를 군이 강경하게 억누르며 사태를 컨트롤하고 있는 이상, 태국은 적어도 양쪽 시위대가 팽팽히 맞서며 으르렁 거릴 때 보다 몇 곱절 안전하다. 군이 예견되는 폭력사태에 방어막을 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위현장을 기웃거리거나 계엄군을 관광거리로 여기진 말아야 한다.
정치참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남의 나라 계엄령이 사실상의 `쿠데타'인지, 또는 쿠테타로 이어질 것인지를 해석하고 판단할 필요나 이유도 없다.
다만 이런 경우엔 유의해야 한다. 군에 맞선 친 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 군과 무력대치를 벌이거나, 군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반정부와 친정부가 서로 대규모로 뒤엉겨 붙는 상황이다.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계엄령'은 인권탄압과 피를 부르는 무력 `쿠데타'와 늘 연관되어 상상되고 이 때문에 여러 우려가 보도되는 것이지만 태국은 다른 면이 많다.
다만 럭비공 튀듯하는 게 태국 정정이고, 외신을 베껴 재탕 삼탕하며 읽히길 바라는 책상머리 앞 기사는 걱정을 슬금슬금 키우게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태국 현지발 특파원보도나 현지인 정보에 귀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 태국어 신문은 이해가 어려우므로 영자신문 방콕포스트( www.bangkokpost.com)나 네이션(www.nationmultimedia.com) 인터넷 판의 실시간 breaking news, 현지 미디어 더 브릿지스(www.thebridgesmagazine.com)의 한글뉴스를 보는 것도 권장할만 하다.
* 출처: 해피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