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 다시 여기 바닷가 - The Prologue 3/5
싱가포르 투어로 저는 모터 캠핑이란 새 꿈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구체화되면 될수록 두려움도 커졌습니다.
문제는 내 삶의 기반과 안전망이 철저히 무너진 상태에서
계속해서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것
이건 마치 이미 벼랑 끝에 와있는데 더 가라고 미는 형국
이미 외줄 위에 서있는데 더 하라고 그 줄을 흔드는 형국
^^;;
3rd Tour
푸켓 - 방콕 - 치앙칸
저는 캠핑 경험이
꽤 많은 편입니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2008년 강원도 방태산)
두 달 가량 캠핑하면서
일본을 돈 적도 있으며
(2009년 일본 북알프스)
포카라에서 일주일간 캠핑하며 산을 올라
안나푸르나를 마주한 적도 있었습니다
(네팔 말디히말 하이캠프 3,500m)
말디히말 산 정상
일주일간 제주도를 걸으며
백팩킹 캠핑을 한 적도 있고
(2009년 제주도)
캠핑 컨셉으로 바꾸기도 했었고요
(2008년 홍대 앞 카페 아쿠아)
심지어는 '에이 이건 캠핑 아니지'라고 할만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캠핑도 시도했었습니다
(2013년 싱가포르 창이 공항)
2013년 일본
나고야 시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찾는 삶 여행을 계속하다가
홈리스가 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2013년 12월 말 을지로 입구역)
노숙자 생활도 했었습니다
그런 제가 새로 시작하는 캠핑에
두려움을 가질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려웠습니다
또, 마음도 너무 무거웠습니다
문제는 삶의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기반이 확실할 때는 어차피 집에 돌아올 거라
뭐든지 더 용감하고 모험적으로 나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계도 다 끊(기)고 삶의 기반이 아예 없다보니
예전 같으면 별 거 아닌 일에도 살이 떨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나면 복구할 방법도, 연락할 데도 없습니다
그 정도로 삶이 파괴되어 있었고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마지막 보루인 푸켓을 떠나
길 위에서 자고 먹고 '생활'을 하면서
나와 내 삶의 바닥을 찾아야하는 상황
로컬 친구들이 먼 길 간다고 돈을 줍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겨우 참았습니다
첫날 밤은 푸켓에서 멀지 않은
카오락 국립공원에서 보냅니다
https://goo.gl/maps/HLAuRqQNpag2waj2A
제가 모터사이클 여행에 캠핑까지 붙인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인지라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데
'첫 날이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 라농 시 외곽에
그런 캠핑에 딱인 곳이 있었는데
날씨를 핑계로 그냥 지나칩니다
아무래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봅니다
숙소에 묵으면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려봅니다
쁘라쭈압 키리칸에선 캠핑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립공원 비스므리한 곳
그래도 여기서 발전이 있었습니다
세 가방이 자기 자리를 잡았거든요
떠드는 사이 후아힌 입성
어느덧 방콕도 사정권에
여전히 복잡한 마음을 느끼며
그대로 방콕까지 내달립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린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환경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ㅋ
친구 콘도에서 일주일을 쉽니다
마지막 보루가 또 있었네요 ㅎ
그런데 그거 아시죠. 잘 쉬어야 힘이 난다는 거
잘 먹고 놀면서 저 자신과 싸울 힘을 기르는 중
조금 용기가 나서
시내에 나가봅니다
더 용기를 내
카오산까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마지막 보루를 떠납니다
천국 같던 콘도를 떠나니 바로 개고생이 시작됩니다
길을 못 찾아서 방콕을 벗어나는 데 대략 3시간 소요
밤 늦도록 헤메다가 댐 근처에 겨우 자리를 잡습니다
여기도 돈 받는 캠핑장이긴 하지만
최소한 국립공원은 벗어났다는 거
특히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캠핑에 성공했다는 게 고무적이었습니다
이 여행에도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순간!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 좋은 상태로
'태국의 알프스'라는 카오코로 가봅니다
https://goo.gl/maps/xN4Fmen68AvCC7jG7
여기서도 좋은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캠핑장은 아니고 플라워 가든이랄까
너무 좋아서 일주일을 머물렀습니다
주인집 아들, 동네 아이들과
매일밤 캠프 파이어 했구요
여기서 머무르면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목표를 낮게 잡고 최대한 쉽게 가자!
시스템 안에서 시작해 밖으로 나가자!
나아가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이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여행과 삶!
그래서 찾아가 하루 머문
카오코 국립공원 캠핑장
카오코을 떠나 북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들린 유명한 사원입니다
그 사원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
비엔티안과 프놈펜 사인이
갑자기 나와서 놀랐습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남나오 국립공원에서
또 며칠을 머무릅니다
추위를 경험하러 현지인들이 많이 옵니다
https://goo.gl/maps/8CZp18v5awJSUQed7
목욕하라고 물도 데워주고
신경을 써주셨던 현지 캠퍼
야생 코끼리도 많이 나타납니다
저도 새벽 2시에 대피했었다는
사실 심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공포
죄책감, 상실감, 수치심, 분노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과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 압박... 정말 총제적 난국이었습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온 길인데도 이렇게나 힘든데
강제적으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도 하루 하루 버텨내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강해집니다
푸르어 국립공원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https://goo.gl/maps/xN4Fmen68AvCC7jG7
국립공원 캠핑에 맛이 제대로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푸끄라등 국립공원으로 갑니다
https://goo.gl/maps/CQzZmLkEutzi8k446
호수부터 근사합니다
위가 완전 평평한 1,360m의 고원입니다
꽤 가파른 길로 4,5시간 올라야야 하고요
저는 오리지널 백팩킹 스타일로다가 ㅎ
한 분에게 빌려 포즈를 취해봅니다
이 정도는 작은 부피와 무게입니다
고원
도착
유명한 곳인지라
텐트가 많습니다
아래와는
거기 며칠 머무르는 동안
좋은 친구들을 사귑니다
치앙라이 매파루앙 대학 다니던 친구들이었는데
'뱅크'란 친구 덕분에 나중에 그쪽에 정착합니다
고원 반대 편에
위치한 절벽
그 절벽 위에 서서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디까지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그걸 위해 무엇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치앙칸에
왔습니다
경찰서 앞에 있는 공터에서
무료로 캠핑할 수 있습니다
캠핑하는 외국인이 흔하지 않다보니
현지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줍니다
매일 갔던 카페
이제 태국을 떠날
시간이 됐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임해야할 시간
라오스에서는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곳에서는 태국에서 채우지 못한
자유의 갈증을 채울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리고
죄송합니다
원래는 3편으로 서문을 끝내고
본문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좀 더 깊이 있게 전달하고 싶어
2편을 늘려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마치 이미 바닥에 있는데
땅 파고 들어가려고 하는 형국
^^;;
2020년 8월 6일
코란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