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특별한 경험의 즐거움.
1월 13일 나른한 오후.
Nina가 돌아가고, 상덕오빠는 오고 얼마전 피피타운에서 만났던
두 한국 여인들, 윤희언니와 정윤이도 이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그렇게 오고가는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
리조트도 바다도 그대로이고, 나도 레오나도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실감나게 된 한 가지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은 bill정리도 한 번 해보고 마음의 정리도 해야겠다.
이런저런 돈 계산을 하며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데
오늘 방콕에서 돌아오신 Viking Resort의 boss가(그는 중후한 50대의 태국인)
방콕에서 북부 전통의상을 사왔다며
뜬금없이 나에게 입어보라고 하신다. ㅡㅡ;
뭐 그정도야 뭐~~ 까짓거 입어보죠, 뭐~~
갑자기 장난기 발동~~ ㅋㅋ
옷입고 전통춤도 춰본다~
완전 현지인이 따로 없다. ㅎㅎㅎ
재미있게 놀고 기분이 좀 풀리니
문득 이틀동안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러게, 엊그제 참 재미있는 일도 있었네...)
때는 바야흐로 1월11일.
Nina가 낮배로 돌아가고 마음이 왠지 심란해 혼자 해변에 누워있었다.
그러자 우울한 내 모습이 좀 마음에 걸렸는지 퀘군이 다가왔다.
[Evie, 상어가 나오는 Shark Point가 있는데 운좋으면 상어도 볼 수 있어.
카약타고 한 번 가볼래?]
[정말? 진짜 상어가 나와??]
[어, 대부분은 오전에 나타나지만 오늘은 왠지 나타날 것 같은데??]
사실 상어를 본다는 게 100% 믿어지진 않았지만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려는 그 아해의 노력이 고마워서 흥쾌히 승락했다.
[그래, 그럼 가보자~]
Shark Point는 Viking Beach와 Long Baech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유명한 스노클링 포인트이다.
카약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저어 도착한 Shark Piont.
바닷물 속이 다 훤히 비치고 아직 산호들도 죽지않아 너무 아름다웠다.
게다가 어제 fullmoon의 영향으로 바다 수위가 엄청 낮아져서
바다 한 가운데이지만 물은 허리높이 정도까지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와~ 진짜 투명하다!! 수심도 얕고...
그런데 정말 상어가 나올까?]
하지만 일단 의문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스노클장비를 끼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옆쪽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서양남자 두 명이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며 주의를 준다.
그래서 퀘군이 혹시 상어를 봤냐고 물어보니
바로 조금 전 두 마리를 봤다며 조용히 하지 않으면
상어가 오지 않는다며 상어를 보고 싶으면 따라오라며 손짓을 한다.
이거이거~ 갑자기 가슴이 뛴다!!!
바로 앞에서 상어를 볼 수 있다니 이렇게 설레일수가!!!!
그래서 그들에게 OK 사인을 보낸 후 수영을 해서 다가가는데
자꾸 마스크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잠깐 일어났는데 그 순간!!!!
(악!!!! )
........ 난..................
아무 말 없이 퀘군이 타고 있는 카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즈막히 말했다.
[퀘군...... 지금 나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어??? 무슨 일이야???]
[내 발에.... 무언가..... 꽂혔어......]
난 오른쪽 발바닥을 최대한 높이 들어 카약에 앉아있는 퀘군에게 보여줬다.
내 엄지 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고
까만 무언가가 몇 개 박혀 있었다.
그건 바로.......
.
.
.
.
.
.
성게였다.
성게에 찔려 본 적이 있으신지..... 흑......
퀘군은 일단 카약으로 나를 올렸다.
그리고 얼른 바이킹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바이킹에 성게에 찔린 사람들을 잘 치료해주는 스텝이 있다고 말하며
괜찮을거라고 말해줬다.
난 오른쪽 발 전체가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은 찡~한 느낌을 받고
왠지 이러다 발이 마비되는 게 아닐까 겁이나기 시작했다. ㅠ.ㅠ
[퀘군..... 솔직하게 말해줘.
혹시 나...... 죽는거야??]
퀘군 갑자기 크게 웃으며
[하하하 아냐, 안죽어. 예전에 내 막내 동생은
온 발 전체를 성게한테 찔린 적이 있었는데 병원 안가고 다 나았어.
치료하는 방법을 우리 스텝 중 한 명이 아니까 일단 그를 찾아보자.]
그리고 우리는 내 방갈로가 있는 해변인 Maphrao에 카약을 대고 내렸다.
[Evie, 일단 여기에 앉아있어. 내가 그를 찾아볼게.]
난 솔직히 병원도 없는 이곳에서 죽는 게 아닐까하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비치체어에 혼자 앉아 울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해변을 지나가던 영국인, Traver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Hi, Evie~ 무슨 문제 있어?]
나는 발을 보여주며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하는 말.
[일단 성게를 빼야되는데 그러려면 핀셋이 있어야 될텐데.
그리고 소독할 무언가가 필요해.
예전에 사람 소변이 성게에 찔린 상처에 좋다는 말을 들었어.
혹시 핀셋이랑 소독할 거 있어?]
[물론 없지.... 그런게 어딨겠어....]
그 때 돌아온 퀘군. 그 스텝이 어디갔는지 안보인다고 한다.
그러자 퀘군에게 아까 나에게 해줬던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Traver.
그러고 있는 새에 나를 찾던 상덕오빠도 오고
Traver는 갑자기 어디론가로 가 빈 물병을 가져온다.
그리고 퀘군에게 소변을 채워오라고 한다.
퀘군이 놀라며 싫다고 하자 본인이 그 병을 들고 어디론가로 간다.
.
.
.
.
잠시 후...
정말 노란 물이 든 병을 들고 오는 Traver. 하하하하.....
(하하....
친절한건 너무너무 고맙지만 정말... 그걸로 내 발을 소독하려구....?)
진심으로 두려웠다...
성게에 찔린 발이 어떻게 될까봐 두려운 게 아니라
이젠 Traver가 정말 그 소변을 내 발에 부을까봐 그게 두려웠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적으로 나타난 바이킹의 스텝, Mr.캡틴.
(휴, 하나님 감사합니다~~ )
캡틴은 내 발을 보더니
잠시 후 라임 몇개와 나무로 만든 작은 방망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라임으로 발을 소독하고 방망이로 성게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 성게를 빼내는 게 아니라 속으로 넣는거에여?]
퀘군은 웃으며 성게는 몸으로 들어가면 칼슘으로 변한다며 걱정말라고 했다.
순식간에 네 남자에 둘러싸여 인기女가 된 것 같은 기분인 나.
(이거이거... 발은 아픈데 기분은 괜찮은데?? ㅎㅎㅎ)
상상해 보시길~~~
나는 비치체어에 떡하니 앉아있고
한 명은 쪼그려 앉아 내 발을 잡고 치료에 열중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적이 다른 세 남자는 나를 에워싸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아... 살짝 므흣한데??
후훗~ ^^
순간 발이 아픈지도 몰랐다. ㅎㅎㅎ
그렇게 십여분 간의 치료가 끝나고
나는 네 남자들에게(특히 Traver와 Mr.캡틴) 고마움을 표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발은 아직도 찌릿거렸지만 몇 시간 후면 낫는다는 Mr.캡틴의 말을 믿고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방에서 샤워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발코니에 앉았다.
(참, 새로운 경험도 해봤네~ ^^ 성게에 발도 다 찔려보고.
내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갑자기 웃음이 났다.
Everyday is same
but something is special here.
이 곳 바이킹의 생활이다.
결국 이 날 상어를 보진 못했지만
그것보다 더한 경험을 했으니
이번 여행 참 여러가지로 날 즐겁게 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