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온 직녀님의 밴쿠버공항 입국장 스케치
직녀님이 캐나다에 왔다.
직녀님을 태운 일본항공(JAL) 018 편은 예정시간보다 27 분 늦은 오후 7 시 7 분에 나리타 국제공항 게이트를 출발했다.
이 비행기는 8 시간 42 분의 비행을 마치고 같은 날 오전 10 시 49 분에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직녀님이 도쿄에서 출발하기 전,
밴쿠버공항에 도착하면 검역절차를 포함한 모든 입국현장스케치를 상세하게 작성해서 나에게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온갖 종류의 유언비어들이 난무해서 공항 입국장에서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중샷으로 올려도 좋다고 허락받은 직녀님의 30 대 중반때 사진
도쿄 출발 밴쿠버 행 비행기에는 승객이 절반 쯤 차 있었다.
비행하는 동안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승객들 거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내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엔진소음이 없었다면 비행내내 죽음같은 정적만이 흘렀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밴쿠버 국제공항 입국절차는 평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덜 붐빈다는 것 정도였다.
비행기 안에서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승객들은 공항청사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느냐는듯 마스크를 벗었다.
캐나다는 지금까지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발 비행기나 승객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한 바 없다.
중국본토 각 도시에서 들어오는 직항편도 운항편수가 축소되었을 뿐 정상운행(에어캐나다 제외) 중이다.
https://flightaware.com/live/flight/CCA991/history/20200303/0720Z/ZBAA/CYVR
캐나다에는 중국계가 시민권자만 약 2 백 만 명이 살고 있다.
공식통계로 집힌 인구수로 따지자면 절대수치로만 한국보다 2 배가 많고 전체인구 대 중국계 인구 비율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3.3 배가 더 많다.
옛날에는 홍콩 출신이 많았지만 지금은 본토출신이 더 많아졌다.
여기에 유학생과 여행자를 합치면 중국 - 캐나다 사이의 유동인구는 엄청날 것이다.
따라서 중국출발 입국자들을 막지 않아 COVID-19 이 확산되었다는 소리는 통하지 않는다.
밴쿠버공항에서 눈에 보이는 별도의 검역은 없었다.
직녀님은 평소대로 자동입국신고 키오스키에 여권을 스캔하고 전자질문에 답했다.
자동입국 키오스크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포함해 15 개국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있었다.
세관관련 질문 외에 간단한 검역에 관한 질문이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역에 관한 질문은 딱 두 가지였다.
최근 14 일 동안 중국 후베이 프로빈스나 이란에 머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일본에 대한 질문, 한국에 대한 질문, 이탤리에 대한 질문은 일체 없었다.
심지어 당연히 있을것으로 예상했던 일본 홋카이도나 한국 대구-청도나 이탤리 북부에 대한 언급도 일체 없었다.
(중국 후베이 프로빈스나 이란에 머문 적이 있는 입국자들 역시 증상이 없을 경우 연락처나 하나 남겨주고, 도착 24 시간 안에 현지 보건당국에 알리고, 앞으로 14 일간 사람만나는 걸 제한해달라는 권고가 적힌 종이떼기 한 장을 받아서 입국하면 된다는 흐리멍텅한 안내문이 쓰여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탐지등처럼 몰래 작동하고 있는 열상감지카메라가 발열승객들을 색출해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COVID-19 과 관련한 이렇다 할 검역은 없었다.
자동입국신고 키오스크 옆에는 수퍼스토어 자동계산대에서 처럼 버버거리는 입국자들을 돕기 위해 도우미들이 서 있었다.
외국 입국자들로부터 있을 수 있는 감염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이 도우미들 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동입국신고 키오스크를 지나면 내국인들은 키오스크에서 출력받은 번호가 적힌 출력지를 받아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관원에게 제출하고 나가면 되고,
외국인들은 카운터로 가서 CBSA (캐나다 국경관리청) 요원과 인터뷰를 한 후 나가면 된다.
여기서 내국인이라함은 캐나다 시민 뿐 아니라 미국시민,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자가 포함된다.
직녀님은 외국인이므로 CBSA 입국심사 카운터로 가는 줄에 섰다.
입국심사관들 중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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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의 방역망이 빠른 속도로 뜷리고 있는 중이다.
캐나다 역시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콜롬비아주가 위태롭다.
비록 당분간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중국에 대하여 그리했듯이
캐나다는 한국에 대해서도 여행제한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를 봉쇄하고 국경을 닫으면 전염병이 막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세기적 사고방식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주주의적 방역시스템, 시민들의 협조와 합리적인 행동.
이 세 가지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나라들이 COVID-19 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최후의 전승국들이 될 거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대한민국도 one of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