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쌀쌀맞은 이야기지만......
얼마 전 이곳에 올렸던 '지금 생각해도 사랑스러운 호텔 세 곳' 이라는 포스트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사실 그 글은 태사랑에 올릴 목적으로 쓴 호텔 소개글은 아니었다.
그 글의 대상과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그 글의 원제는 '남의 집에서 신세 질 생각 꿈에도 하지 마세요' 였다.
원문에는 조금 쌀쌀맞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행위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경을 넘는 여행자에게 짐부탁을 하는 행위
둘째, 여행가서 현지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 집에서 숙박을 부탁하는 행위
특히 국경을 넘는 여행자에게 짐부탁을 하는 것은 정말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짐부탁은 부자지간에도 하는 게 아니라는 게 내 기본생각이다.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남의 물건을 가지고 국경을 넘다가 밀수, 마약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짐부탁 받으면 거절은 물론, 바로 현지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여기 밀수용의자가 있으니 조사해 보라고.
숙박도 그렇다.
한국으로 여행가는 미주동포나 미주로 여행오는 한국동포나 가는 곳에 사는 친지나 친구를 먼저 찾는다.
친지나 친구가 몽매에도 그리워서는 물론 아니고, 그 집에서 자면서 숙박비나 아껴볼까 해서일 것이다.
혼자사는 집이든 가정집이든 home 이란 사생활 공간이다.
형제지간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일상을 흔드는 침입자가 되는 것을 속으로 환영하지 않는다.
친구는 반가워 하더라도, 그 친구 와이프나 아이들까지 덩달아 당신을 반가워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에 사는 사람이 한국의 친지나 지인집에 머물 경우에는 숙박만 신세지면 그만일 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여행자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근데 그 반대의 경우, 즉 한국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친지/지인 집으로 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손님이 차를 렌트해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친지나 지인들은 한국에서 온 손님 숙박 뿐 아니라 라이드까지 책임져야 한다.
차 없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기에 그렇다.
벌써 십 수 년 전 이야기지만,
석유회사 컨퍼런스 참석 차 에드먼튼에 방문한 사람을 누군가의 소개로 우리 집에 재운 적이 있었다.
돈을 받고 민박을 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일주일 정도 방 하나를 내 준거다.
주말에 느닷없이 '여기서 밴프가 가깝다고 들었는데 같이 가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부탁을 해 왔다.
에드먼튼에서 밴프는 430 km 다.
서울에서 부산 거리다.
거리를 모르고 그런 부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출장와서 밴프도 못 가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게 억울했는지,
막바지에 가서야 미안함을 무릅쓰고 그런 부탁을 하는 것 같아 같이 가 주긴 했다.
짜장면 먹고 싶다는 사람에게 탕수육도 시켜주는 게 인지상정이듯,
밴프만 가 준게 아니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려 재스퍼로 돌아오는 코스를 돌아주었다.
그 바람에 장장 1,100 km 가 넘는 거리를 혼자 운전해야 했다.
그 사람이 우리 집이 아닌 시내 호텔에 묵었다면 그런 여행계획은 스스로 수립하고 차를 렌트하거나 여행사를 통해서 다녀왔을 것이다.
물론 돈은 들었을테지만, 숙박하고 여행하는데 돈 쓰는 건 당연하지..
어디 여행갔을 때
그 지역 아는 사람이 인사로 '우리 집에 오라'는 말을 하더라도 사양하며, 내 돈 내고 호텔에서 숙박하는 게 예의같다.
미주동포들이 한국갈 때는 친지나 지인에게 숙박부탁 할 필요가 더더구나 없다.
한국은 숙박비가 저렴한 편일 뿐 아니라 숙박업소 종류가 다양하다.
내가 앞 글에서 소개한 호텔들 대부분이 4 성급이지만 숙박비는 80 달러 미만이었다.
호텔비 아까우면 모텔에 갈 수도 있다.
다만 모텔에 갈 때는 여행자를 받는 모텔인지 러브호텔인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찜질방에 갈 수도 있다.
나도 가 본 적 있는데 문화경험 삼아 하룻밤 지내보는 것도 괜찮다.
정 갈 곳이 없다면 박스를 하나 구해들고 가까운 지하철역에 가도 될 것 같다.
그 어떤 경우라도 반가워하지 않는 남의 집에 가서 신세지고 자는 것보다는 떳떳하다.
어쨌든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이 오니......
(봄 가을은 이 곳에서 한국으로 여행가는 동포들이 많고, 여름에는 한국에서 이 곳으로 여행오는 동포들이 많다.)
오늘의 싸르니아 생각 : 잠은 호텔,모텔,찜질방에서 밥은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