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한테 삐지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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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삐지신걸까?

sarnia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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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싸르니아는 유학생 모녀 + 고양이와 함께 산다.

따로 사는 와이프가 나한테 통고만 하고 작년 여름 말미에 갑자기 들여보낸 객식구다.

편의상 유학생의 어린 이름을 옥희라고 하자.


사람들과 공간에 있는 거에 민감한 편이지만, 싸르니아는 지금까지 옥희네 모녀와  지내왔다.

믿거나 밀거나 나는 옥희맘에게 필요한 이외에 먼저 말을 적이 없다.

그게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므로 불편할 없는데,

문제는 주방이었다.

주방에서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나의 주방사용시간을 다음과 같이 적어서 톡으로 알려줬었다. 


1. 아침에 제가 주방을 사용하는 시간은 Mon –Fri 0600 부터 0630 까지 30  입니다. 

2. 집에서 나가는 시간은 Mon – Fri  0730 이고 1700 집에 들어옵니다 (출필고 반필면

3. 주말에는 아침식사를 나가서 하므로 언제나 주방을 사용하셔도 상관없습니다

4. 저녁식사 역시 거의 나가서 먹거나  먹으므로 상관없습니다

5. 제가 라운드리와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전 입니다.


 

옥희맘으로부터 ,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답을 받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


, 한국에서 옥희맘의 어머니, 옥희 할머니가 오셨다.

옥희 할머니라고 해서 엄청 나이많은 할머니는 아니고

나이로 따지자면 그저 싸르니아의 큰 누님 되는 연배다.


옥희 할머니는 딸과 손녀를 위해 하루종일 주방에서 손이 마를 날이 없는 같았다.

주중 낮에야 내가 집에 없으니 모르겠지만, 

내가 집에 있는 동안에는 옥희 할머니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는 것 같았다.


은퇴교사라고 자기를 소개한 할머니는 

한국에서 가져 녹두를 믹서기에 갈아 빈대떡을 만들기도 하고 김밥을 말기도 하며 뭔가를 오랫동안 끓이기도 했다.

안에 널리 퍼진 냄새로 보아 사골국이나 꼬리곰탕임이 분명했.

 

싸르니아에게도 지금까지 차례에 걸쳐 빈대떡 합계 여섯 장과 김밥 네 줄이 돌아왔다.

싸르니아는 답례로 옥희에게 허니버터칩 한 봉지, 오징어땅콩 한 봉지, 짜왕 두 봉지 마이쮸 두 개를 줬다. 

 

그런데

며칠 사단이 벌어졌다.

아침 여섯 시부터 출근 직전까지 주방에서 할머니가 열심히 뭔가를 만드시는 바람에 

나는 평소보다 일찍 나와 회사 근처 맥카페에서 베이컨 에그 머핀과 커피 잔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다.

사실 할머니가 주방에 있다고해도 나는 옆에서 먹을 요리 만들어 먹으면 그만이긴 했지만,  

뭔가 룰이 깨지고 있다는 생각에 맘이 불편해져서 그냥 일찍 나온 거다.


아침 바로 옥희맘에게 톡을 날렸다.

작년 8 말 입주했을 때 알려줬던 주방사용시간을 상기시키며 옥희 할머니에게도 말씀드려달라고 전했다.


, 알겠습니다^^” 라는 문자가 바로 왔다.

옥희맘이 옥희 할머니에게 뭐라고 전달했는지 모르지만,

이후부터 옥희 할머니는 주방에서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상한 것은

내가 제시한 시간에만 보이는 아니라  

옥희 할머니가 아예 사라지셨다는 거다.


이후 옥희 할머니는 주방에서도 보이지 않고, 거실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매일 저녁 일곱 시면 나가시던 산책을 나가시는 기미도 없다.


오늘 저녁 주방에 들어갔다가,  

옥희 할머니가 온 이후에는 전혀 적이 없는 색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옥희맘이 몸소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거였다.


궁금해서 물었다.

옥희 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셨나요?”


옥희맘은 평소와 별로 다름없이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아뇨, 방에 계세요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 봤다.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옥희 할머니 삐졌다 ! 


주방사용시간 지침을 전달한 딸에게 삐졌을까? 

아니면 싸르니아한테 삐졌을까?  


지금부터 왜 삐졌는지 그 이유를 찾아봐야겠다. 


(이상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고 실제 벌어진 상황임) 

21 Comments
오대산의봄 2016.05.19 11:56  
아, 아무래도 저 안과에 가야 하나 봐요.
[ 왜 나한테 빠지신 걸까] 이렇게 읽었어요.
노안은 진즉에 와서 두개의 렌즈가 있는 안경을 끼고 있는데,
숭덩숭덩 제 맘대로 읽어 버리니
전혀 다른 글이 되어 버리네요.
어쨌든 이유를 알게 되심 꼭 알려 주세요
봄날다방 2016.05.19 12:35  
앗! 저도 그렇게 읽고 궁금해서 클릭했는데요?
참새하루 2016.05.19 12:40  
아, 아무래도 저 안과에 가야 하나 봐요.
[ 왜 나한테 빠지신 걸까] 이렇게 읽었어요.

오대산의봄님 댓글 읽고서
다시 제목을 확인해보니 ㅎㅎㅎㅎ
저도 빠진...으로 읽었거든요

누가 도데체 sarnia님 한테 빠진걸까...
궁금했는데
'삐진'이었군요

저는 sarnia님 한테 삐졌다에 백원 겁니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저는 결말신이 눈에 보이는데요^^
필리핀 2016.05.19 13:05  
나도 본문 서두에 유트브 화면를 올리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ㅠㅠ
아프로벨 2016.05.21 07:20  
덕분에 저도 여러번 연습해서 기술습득 했어요~^^/
땅케~~써얼!!
zipper 2016.05.19 15:44  
전, 이곳에 누군가가 사르니아님에게 삐지신 것인 줄 알았네요.

저 같이 술 좋아하는 사람은
옥희 할머니랑 주거니 받거니 몇잔 했을 것 같네요. ^^
펀낙뻰바우 2016.05.19 16:44  
굴러온 복을 차버리시다니 ㅠㅠ

저라면 휴일 날 할머니 모시고 근교 드라이브도 시켜드리며 먹고 싶은 안주위주로 스리슬쩍 밑밥을 깔면서 대화를 이어나갈텐데요...직접 갈아만든 녹두 빈대떡에 꼬리 곰탕 만드시는 능력자 할머님을 삐지시게하다니 ㅠㅠ
정용환 2016.05.19 17:10  
삐진게 아니라, 지나치게 배려하는 듯 하네요.
앨리즈맘 2016.05.19 18:08  
그냥 부엌서  직접 말씀 드렀어야 했어요

그나저나  계속 계신다면 서로 불편하니 다같이  파튀ㅡ 명목은 어느걸 달던 하세요
곰돌이 2016.05.19 18:15  
옥희 할머니는 왜 삐치셨을까요 ? ^^;;


에이 sarnia 님~~~~~

정말, 굴러온 복을 차셨습니다 ^^;;

맛있는 음식을 당분간 엄청나게 드실 수 있을 텐데요...^^*
필리핀 2016.05.19 18:55  
그딴 일로 한소리 하신 샤니아님이나...

그딴 일로 삐친 옥희 할머니나...

두 분 다 늙었다는 증거입니다... ㅠㅠ

제가 추천한 <세인트 빈센트>를 함께 보면서 화해하세요~ ^^;;
분당리모부 2016.05.19 21:37  
대화가 필요해~    - 자두 노랫말 중에서-

사르니아 님은 천하의 양반입니다. 저라도 그랬을거 같네요.  타인과 부엌을 공유하는게 정말 쉽지 않아요.  가장 점잖게 요청하신건데.. 그래도 한국 할머니들은 잘 삐지십니다. 어쩌면 너무 챙피해서 그랬을 수도 ..
그래도 한 집에서 단기간이라도 같이 사실려면.. 빨리 대화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냥 옥희 할머니, 혹시 저한테 삐지신거라도??  라고 물어보시면 다 해결될 거 같네요.
jindalrea 2016.05.20 01:40  
주거 공간에서 아침을 나가서 드셔야 할 만큼 불편한 마음이셨는데.. 이미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로 룰을 정하고 지켜 온 상황에서.. 아주머니께 그런 말씀 드렸다고 섭섭하다 하시면 계시는 동안 사르니아님 삶이 더 불편해지실 듯요. 게다가 옥희맘께서 섭섭해하지 않으신다면.. 굳이... ... . 근데 막상 적다 보니,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싶네요. ㅎㅎㅎ
천억맨 2016.05.20 06:10  
욕먹을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선생님출신을 감히 지적질을 하셨다니.....
이조시대 같았으면 능치처참을.....(그분 생각....)

학생시절 공부는 상위권에 들어야 사범대를 들어가는데......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잘하니 잘한다.예쁘다,무조건 칭찬과

형제서열 무시하고 예쁨은 독차지....(여자로서 선생,약사들....)

졸업해서 신부감 1순위,학교에서 학생들의 무조건적인 복종과 존경,
학부형들의 갖은 높임말,몸에 베어가며 평생을 이리 살아왔는데....

신랑 시댁어른,시댁식구들을 학생 가르키듯 지적질과 나무람 한다는데....
그것이 평생을 몸에 베인 사람인데......

언감생신 같잖은 사르니아님이(그분생각을 내가합니다.)
지적질을 하다니요?당근 빳다 하늘을 치솟을 정도로 분노에 치를 떨걸니다.

조금은 과장 되었을지 모르지만 .....
살아오며 들은 얘기와 주위에 여선생님이 두어분 계셔서....

암튼 얘기하다보니 전직 현직 학교 여선생님 횐님이 보시면
지송합니다.전부다는 아니지만 일부분의 여선생은 사실일 겁니다.

하여 그분과는 회복 불가 일겁니다.
옥희 엄마도 모친의 성정을 알지 않을까요?

님의 글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항시 감사함을 갖으며 읽고 있습니다.

나도 수많은 책을 보고 있으나 다독을 즐기므로
본것으로 그치고 글이나 말로 표현을 못합니다.

책은 정독을 해야 하는데 성격상......
싸르니아님! 항시 건강 하세요.
타이거지 2016.05.20 08:02  
케케케~!!
주방사용 시간지침을 전달한 딸에게 삐졌을까...?
싸르니아에게 삐졌을까..??

오....스스로 이유찾기..대단할듯 합니다^^.

불편하셨겠어요..

벗뜨~!!

제가..옥희그랜맘이라면..
아..자식~드럽게 미쿡식 FM 이네....할머니맘이라는게..다..그렇지..
요것저것 해 먹이구 싶어 뱅기 타고 날라 왔구먼..아이고~드러버라~드러버~
불쌍한..우리 옥희에미..저렇게 ..융통빠가지 읍는 주인장이랑..월매나~힘들겨ㅜㅜ.
나도 왕년에..직업 넘버원 선생님이야..왜..이래..주방근처에..얼씬거리면..
내가 인간이 아닌겨~!
녹두전하면..막걸리 들구와 어울리고..꼬리곰탕하믄..미쿡에 널린게 양준데..
그러면..쫌..조아..쫌!!!

저..이제..싸르니아님에게..짤렸나요..? 아..입이 방정이다ㅡ.ㅡ;;
타이거지 2016.05.20 08:21  
애니메이션과 음악 조아요..
싸르니아님이 마음이 보입니다
머지않아..해결되실듯 *.*^^
sarnia 2016.05.20 08:36  
오늘 아침, 나흘 만인가 만에 옥희 그랜맘 복도에서 마주쳤어요.
주방과 리빙룸 사이에 있는,
다음은 싸르니아와 옥희 그랜맘이 나흘만에 만나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나눈 대화 전문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거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겁니다.

싸르니아: (반 절을 하며) 안녕하세요? 오늘은 비가 오네요.

옥희 그랜맘: (역시 반 절을 하며) 아, 네. 여기와서 비오는 건 처음 보네요.

싸르니아: 산불이 좀 잦아들겠죠.

옥희 그랜맘: 그래야죠. 사람들 고생일텐데..

싸르니아: 고등어를 오븐에 구웠는데, 수분이 날라가서 맛이 없어요. 냄새 나더라도 팬틀고 그냥 스토브에 구워야 겠어요. 그럼 하루 잘 지내세요.

옥희 그랜맘: 아, 네 K 선생님도 잘 다녀오세요.

이런 대화가 오늘 아침에 있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여기 시간으로 오후 다섯 시 반 쯤인데, 아직 주방은 고요합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저녁 약속 때문에 늦게 들어와서 모르겠고, 어제는 옥희맘이 음식을 해다가 방으로 가져갔던 게 분명합니다. (저녁을 굶지 않았다면..)

오늘은 할머니를 비롯한  세 식구가 주방에 내려와 식사를 하는지 궁금해 지네요.

조언 주셔서,,, 모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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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 빠진 게 있어서 여기에 첨부합니다.
옥희에게 제가 답례로 준 선물에 해태 연양갱 두 개가 더 있는데, 본문에서는 빠뜨렸네요.
아프로벨 2016.05.21 07:35  
저는 옥희할머니와 사알니아님 두분 모두 참 냉철하신분이라고 생각했읍니다.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가족이라 하더라도,
피차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 한다는건 때론 참을 수 없는 불편함에 직면 할 수도 있는데,
사알니아 님의 오퍼처럼 시, 공간의 분할을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함을 미리 방지 하는 지혜가 좋다고 생각해요.

옥희할머니와 사알니아님의 무심한 듯 시크한 대화내용으로 보건대
서로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인지하신듯 보이고,
또 그분도  고루해서, 자존심에 스크래치 생겨서  삐진건 아니고
잠시 룰을 지키지 못한 본인 자신에게, 또 사알니아님에게 계면쩍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참 좋은 한지붕 두가족 이신것 같아요.

알버타의 산불이 빨리 잦아들어야 할텐데....

늘 건강하세요~
앨리즈맘 2016.05.21 07:36  
아놔 양갱에서 빵 터졌어요  무엇인가 애기들 같은 순수함
sarnia 2016.05.21 11:32  
한지붕 두 가족이라기보단,, 한가족 + 독거노인 이라고나 할까요 ㅎ (할머니는 잠시 방문한 손님)

가족이 아닌 하우스매이트와 너무 친해지면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프라이버시와 생활바운드리 울타리가 무너지니까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은 아니고, 와이프 막내올케의 친구랍니다. 초교와 대학을 함께 다녔다니 단순 학교 동기는 아닌 것 같고 친구겠지요.
친구 시댁 식구인데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라니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 올 수 있었던 거구요.
처음 며칠은 불편했는데, 의도적으로 거의 철저하다시피 생활을 섞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괜찮더라고요. 그 분도 예상 외로 생활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걸 와이프를 통해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ㅎㅎ 화장실(bathroom) 은 두 개 입니다, 하나였다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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