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열대 과일을 좋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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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열대 과일을 좋아 하시나요?

이런이름 14 245


제가 어렸을 때는 바나나나 파인애플이 아주 귀한 과일이였습니다. 동네 과일점에서는 아예 취급하지도 않았고 어디서 파는지조차 몰랐었습니다. 바나나 한 번 먹어 본 게 자랑거리였던 시절이었지요. 


후에 한국서는 들어 본 적도 없었던 여러 종류의 열대 과일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망했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과일은 실패하기가 어렵지." 라는 생각으로 생김새와 색깔만 보고 과일이라고 혼자 짐작해서 덥석 집어 들었다가 못먹고 버린 적도 있었고 먹는 방법을 몰라서 허망하게 낭비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실망을 경험하면서 '과일은 제철에 현지에서 먹는 게 최고'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과일은 제가 태국을 싫어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음식으로만 판단하면 저는 태국이 싫습니다. 피쉬 소스를 극혐하는 저는 태국을 싫어하는 대신 태국 음식을 아예 거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피쉬 소스가 안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했겠지만 팟씨유처럼 원래는 피쉬 소스가 안들어가는 음식에도 피쉬소스를 넣어 만드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음식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여서 태국 음식은 먹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거지요.) 


태국 음식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게 태국 과일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과일을 먹어 본 건 아닙니다. 과일도 아는 맛, 먹어 본 맛을 우선적으로 찾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은 망고가 맛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망고가 특별히 더 맛있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처음 잘랐을 때 향은 좋지만 하나를 다 먹을 때 쯤으면 오히려 그 향에 질리기도 하더군요. 정말 맛있는 망고를 못 먹어 봐서 그런 거겠지요. 


두리안을 빼놓고 태국 과일을 말할 수는 없을텐데... 처음 먹었던 두리안이 무미무향으로 실망감을 크게 안겨줘서 그런지 두리안보다는 잘 익어 물렁물렁한 수밀도가 100배는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두리안보다는 잭푸릇이 약간 더 취향인 듯도 하고요. 하지만 실상은 둘 다 별로...) 


람부탄은 아무래도 독특한 모양 때문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되는데 모양만 특이할 뿐 맛은 리치(lychee)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좀 부끄럽게도 저는 오랫동안 리치와 롱간을 같은 과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약재 중에 롱간을 말린 용안육이 있는데 예전에 본초학 강사가 당나라 때 양귀비가 어쩌구 하며 용안육을 리치를 말린 거라고 해서 내내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용과도 독특한 모습인데 중식당에서 디저트로 가끔 나오기도 하더군요.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단맛이 약한 배를 씹는 느낌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돈 주고 사먹고 싶은 생각은 안들더군요. 그러면서도 또 묘하게 생각이 나긴 합니다. 


"이거다.!" 싶은 과일은 망고스틴(망굿)입니다. 처음엔 마늘 같아 보여서 독한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하는 망설임도 있었는데 먹어 보니 향도 맛도 좋았습니다. 마트에 계절 상품으로 망고스틴이 나올 때가 있는데 태국에 비해 10배 정도는 비싼 가격임에도 한두 번은 사 먹게 됩니다. 

(이거 먹을 때는 위생장갑을 끼고 먹는 게 제일 깔끔하더군요.) 


바나나... 바나나는 평소에도 자주 먹는 과일이여서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태국에는 어떤 바나나를 고를지 선택장애가 올 정도로 종류가 많아서 각각의 맛이 궁금해지고 그래서 사먹게 됩니다. 제 선택은 레이디 핑거 바나나 (끌루아이 카이) 입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도 팔긴 하는데 맛이 좀... 덜 달고 더 퍽퍽한 식감이더군요. 태국산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레이디 핑거 바나나 맛은 태국이 최고인 듯 합니다. 


(근데 열대 과일 중에는 후숙 과일이 은근히 많은 거 같습니다. 놔두았다가 먹어야 하는 걸 몰라서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서 "이런 걸 왜 먹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도 아는 거 몇 개만 빼면 모르는 건 여전합니다. )


제가 생각하는 열대 과일의 으뜸은 망고스틴, 2위는 리치. 3위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못먹어 본 과일이 많기도 하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 줄도 몰라서 3순위부터는 다 그만그만 해요. 


14 Comments
이베로 02.10 19:18  
1. 망고스틴, 2. 망고, 3. 코코넛
이런이름 02.10 20:09  
[@이베로] 코코넛이요?
의외네요.

코코넛의 어떤 점이 3순위까지 올려 놓았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베로 02.11 09:25  
[@이런이름] 태국가면 무조건 코코넛 마셔요~ 다 마시고 속 파 먹구요.
코코넛 뚜껑 따는 것도 재밌게 봅니다.
그거 기술이더라구요, 직접 해봤더니 그렇게 칼질 몇번으로 뚜껑따기 어려워요.
이런이름 02.11 11:58  
[@이베로] 코코넛이 맛있는 열매인가 싶어 찾아보았는데 어린 코코넛 속의 과육은 숟가락으로도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말랑말랑하다는 건 몰랐었네요.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겠네요.

길거리에서 마차테 칼로 꼭지를 툭 잘라서 빨대 꽂아주는 코코넛만 먹어봐서... 코코넛 워터만 마시고 과육은 질기고 딱딱해서 그냥 버렸거든요.

하긴 제가 먹던 코코넛과 태국에서 흔히 보이는 매끈한 껍질의 파란 코코넛과는 색깔, 모양, 크기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처음 코코넛을 사서 어떻게 할 줄 몰라 부억칼과 망치를 동원해서 깨려다 부억칼만 망가트렸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손질해주는 게 아니면 코코넛은 절대로 안삽니다.

(술은 안마시지만 칵테일 중에서 알코올을 넣지 않은 피나콜라다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거 대중적인 인기도 좋아서 그냥 음료로 출시된 제품도 몇 종류 있어요. 이름만 보면 파인애플 음료 같지만 마셔보면 코코넛 향이 물씬 나는 게 코코넛 음료에 더 가까워요.)
망고찰밥 02.11 18:09  
[@이런이름] 오~ 이런~~ 구운 코코넛의 맛을 모르다니...
구운 코코넛의 진한 물을 마셔보면 초록 코코넛 따위는 안쳐다보게 된다는....ㅎㅎ
그리고 기름지고 딱딱한 코코넛 과육만 먹어본 여행자들에게 Young coconut 가공품을 소개합니다
구운 코코넛:  구글에서 roasted young coconut 이미지 검색
태국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구운 코코넛 음료: 구글에서 cocomax 이미지 검색

이런이름 02.12 12:20  
[@망고찰밥] 다음에 태국에 가면 구운 코코넛을 꼭 먹어보겠습니다.
이베로님도 그렇고 망고찰밥님도 그렇고 아래 요술왕자님이 올리신 링크에서 다시 고구마님의 글로 들어가서 읽어 보니 제가 아는 맛과는 전혀 다를 거 같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요술왕자 02.12 08:43  
[@이런이름] 코코넛 칼로 열지 않고 맨손으로 빨대 꽂는 법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eat2&wr_id=14681
이런이름 02.12 12:27  
[@요술왕자] 이런 방법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네요. 이러면 미리 몇 개 사두었다가 나중에 먹을 수도 있겠어요.
망고찰밥 02.10 22:18  
망고찰밥 잭프룻찰밥 두리안찰밥 드셔보셨는지... ㅎㅎ
그러고보니 코코넛 대나무 찰밥도 있군요.
이런이름 02.11 12:00  
[@망고찰밥] 맛도 향도 색깔도 다르지만 망고찰밥은 약식(약밥)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욌어요. 잣이나 밤을 넣어 만들면 약식보다 더 맛있을지도... 카라멜 색소나 향보다는 코코넛 밀크 향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대나무통 찰밥이나 연잎에 싸서 찐 찰밥은 들어 봤지만 두리안을 곁들여 먹는 건 상상초월인데요. 이렇게 먹으면 초대형 성게소 초밥과 비슷할까요? 맛은 전혀 다르겠지만 그 식감이 궁금해져서 한번 시도해 볼 것도 같습니다.
필리핀 02.11 04:24  
저는 망고=용과 > 파인애플이에요.
망고스틴은 까먹기 불편하고
두리안은 가성비 떨어져서 패스~ㅎ
이런이름 02.11 12:01  
[@필리핀] 품종은 모르지만 작은 파인애플 중에 엄청나게 단맛 나는 게 있던데요. 보통 파인애플은 향도 좋고 맛도 좋은데 질긴 섬유질 때문에 손이 잘 안가는데 이건 좀 달랐던 거 같아요.

(파인애플은 집사람이 고기를 먹으면서 같이 먹는 과일이라 과일보다는 반찬처럼 느껴져요. 파인애플도 역시 처음 샀을 때 가시에 엄청 찔리고 억지로 껍질을 잘라내니 정작 먹을 게 별로 안남아서 손질해서 파는 게 아니면 살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댕댕러너 02.11 09:00  
두리안 > 랑삿 >  파파야 + 깔라만시 >  구아바노 > 파인애플 > 바나나
갓 커팅한 두리안은 정말 달달 & 크리미합니다. 열흘 전에 먹었는데 또 먹고싶군요. 랑삿은 망고스틴이랑 새콤달콤한게 비슷합니다.
이런이름 02.11 12:02  
[@댕댕러너] 랑삿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 보았더니 사진으로는 알감자 속에 육쪽마늘이 들어 있는 모습이네요. 맛은 모르겠지만 껍질을 까면 나오는 과육이 망고스틴과 비슷해 보입니다. 맛도 비슷하면 대박일 거 같아요.

랑삿을 검색하다 보니 상위호환으로 롱콩이라는 사촌쯤 되는 과일도 나오는데 이것도 맛이 궁금해지네요. 다음에 태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먹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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