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피피를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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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피피를 나오며..

PEACE 5 2436
23일 푸켓에 도착, 24일 오후에 피피에 들어갔다가 26일 아침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아직도 바로 어제 일처럼 눈 앞에 벌어졌던 광경들이 생생합니다..
저는 당시 로달람에서 멀리 떨어진 방갈로에서 자고 있었고 엄청난 물소리를 듣고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꿈결에 들은 줄 알고 자는데 불과 일분도 안되어서 소리가 엄청 커졌습니다. 창문밖을 보니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시커먼 물이 빠른 속도로 밀려 들어 오고 있었고 방갈로 바닥에 물이 차 오르고 있었습니다. 앞방갈로는 이미 무너져있고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소리와 물 위로 떠다니는 다친 사람들을 보니 정말 무서웠습니다. 먼가 큰일이 벌어졌구나 싶어 재빨리 여권과 지갑만 챙겨서 나왔습니다. 방안에 침대가 이미 빠른 물살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발코니로 나왔더니 너무나 처절하게 "Help me"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몰라서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깔린 외국인 남자였는데 결국 탈출해서 우리 발코니쪽으로 올라왔습니다. 온 몸이 깊은 상처와 피투성이였지만 정말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눈물만 나왔습니다..시커먼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겁났지만 발코니에 계속 서 있을 수 없어 물을 가로질러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갔습니다. 맨발로 나왔지만 여기저기 널린 건물 파편과 유리조각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언덕위로 올라갔습니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위에 날벼락이었습니다. 날씨 좋고 바람한 점 없는데 어떻게 이런 물나리가 났을까? 그게 지진해일 때문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attack이 있던 30분 전 친구가 아침 먹으러 나가자고 했는데 그 때 나갔으면 정말 죽었겠구나 싶었습니다..이렇게 죽고 사는 것이 종이 한장 차이라니..무사히 살았지만 더욱 두려웠던 것은 물이 다시 한번 피피섬을 덮칠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덕에 대피한 지 1시간여 흘렀을까 멀리 선착장 쪽으로 배가 한 대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구조 배인 줄 알고 다들 일어났으나 배는 잠시 후 다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정규로 들어오는 배였으나 사태 파악을 하고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의 attack에 대비해 뷰포인트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오후부터 계속 헬리콥터가 날라와서 부상자들을 싣고 갔습니다. 로달람만쪽으로 파도가 밀려와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피피 프린세스와 찰리 리조트는 완전히 무너졌답니다. 이제 곧 시체부패가 시작되면 돌림병이 돌 것이라는 애기를 들었습니다..26일 당시 피피는 너무 고립되어서 구조지원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들이 구조팀을 결성해 구조 활동을 하였으나 태국 현지인들은 구조활동은 커녕 상점에 들어가 약탈을 한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전기, 물은 다 끊기고 태국 사람들이 주는 물과 음식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리며 하루를 그렇게 두려움 속에 지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 날 오전에 구조배에 몸을 싣고 끄라비로 나왔습니다. 배를 타러 나오는 길에 본 피피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으로 모든 게 파괴되었습니다. 시체 섞는 고약한 냄새..이제 정말 더이상 우리가 꿈꾸던 파라다이스는 없었습니다..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해일이 피피 섬 전체를 덮치는데 불과 3분밖에 안 걸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선착장으로 나오자 세븐일레븐은 간판만 앙상하게 남아있더군요..바다는 정말로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떻게..이런일이...작년 겨울에 처음으로 왔던 태국..피피에서 3주간 있으면서 너무나 행복했었는데..24일 저녁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도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지 그 누구도 예상 못했습니다..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3시간 전에 일어났을 때 대피만 했어도 이런 엄청남 인명피해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왜 하필 피피였던 것일까..? 아 정말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다시 태국에 갈 수 있을런지..한달이 지난 지금 다행히 푸켓은 복구가 빨리 이루어지고 있지만 피피는 아직도 복구 되려면 한참이 걸리다 하더군요..하루 빨리 복구가 되어 예전 피피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5 Comments
shinee 2005.01.23 17:06  
  무사히 돌아오셨다니 다행이네요..
소방관 2005.01.23 18:33  
  휴~~ 정말 다행입니다
님 글을 읽고있자니 제가 다 무서워지네여..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
mount 2005.01.24 01:02  
  정말이지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근 한달여를 어떻게 보냈을까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디 다시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자유 2005.01.25 16:17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악몽같은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에 잘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재작년에 푸켓,피피,씨밀란 섬을 다녀와서 좋았는데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안부가 걱정되네요.
낭만고양이 2005.01.26 23:22  
  저두 그곳으로 작년 10월에 신혼여행을 가서 남달리 생각하던 곳인데...피피프린세스가 완전히 무너지다니...저희의소중한 꿈이 무너진거 같아 안타깝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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