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레이엔....
라일레이엔....
멋진 섬이 있고,
아름다운 비치가 있고,
황홀한 석양이 있다고 하지요.
그저 사람 덜한 곳에서 휴식하려는 생각에 거기에 갔습니다.
멋진 섬... 많이 봤고,
아름다운 비치... 집에서 출발할 때 정신없이 나가느라 수영복 빼먹고 간 이에겐 그림의 떡이고,
황홀한 석양... 우기엔 흐리멍덩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가늘게 뜨고 게슴츠레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다로 면한 한가로운 레스토랑엔 화들짝 열린 세상이 펼쳐져 있고,
거기엔 기대에 부푼 여행자들이 오가고 있지요.
용기를 내 뜨거운 한낮의 햇살 아래에 나서 보면
비치라곤 온데간데 없는 보잘것 없는 이스트 비치에도,
꽤 쓸만한 수평선이 펼쳐져 있고,
예쁜 배들이 그 바다 위에 둥실 둥실 떠 있습니다.
작은 사냥군도 있고,
큰 구경군들도 있습니다.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맹그로브들도 좀 남아 있구요,
프라낭 비치로 향하면
큰 돌과 하루종일 씨름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습니다.
길가의 키낮은 나뭇가지엔 원주민이 인사도 해 옵니다.
거기 사는 이 아이가 분명 원주민이죠.
배로만 갈수 있는 라일레이엔,
개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어요.
고양이들에겐 천국입니다.
사람들 걷는 길 한복판에서 3-4주나 되었을까 싶은 아가들에게 젖을 물리고 터억 누웠습니다.
색깔 다른 한마리 아가만 서럽습니다.
'아빠한테 다 이를거야...'
오후가 되어 해가 뉘엿해 지면 지붕이 시끄러워 집니다.
겁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더스키리프 (duskyleaf monkey, 안경 랑구르) 한 가족이
발코니 앞 나무에서 방안을 기웃거립니다.
제법 호기심 많은 꼬마아이 하나 발코니 처마까지 다가와 들여다 봅니다.
한방에 잡혔습니다. 제 카메라에
꼬리가 너무 길어 다 안 들어오네요.
다시 돌아와 숙소에 땀을 닦으며 앉아도
여전히 바다는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