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파타야. 그리고 꼬란.
2005년의 파타야와, 5년만에 "그 섬"의 이름을 알게 된,
묻지마 관광의 결정판이었던 "꼬란"입니다.
당시 로컬친구인 "히키"의 초대로 그의 집에 머물면서,
도착한 다음날 만취한 상태로 파타야로 이동,
1박을 하고 돌아와 남은 기간 내내 송크란 축제에 끌려다녔던...
내내 웃고 떠들고 놀고 먹고 마시고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흥정의 달인인 친구 덕분에 모든 투어(?)를 현지인 요금으로 드나들었던,
-하지만 뭐가 뭔지 모르고 마냥 신났던- 그런 기억,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백업파일을 찾아보니
원본이 그대로 남아있길래, 슬쩍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그때 소니 똑딱이카메라 하나 달랑~들고 여행을 갔었답니다. :-)
2005년 모델이니 이젠 완전 구닥다리네요. 분실했지만 말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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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파타야 가는 버스 터미널.
기다리던 버스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10여분 후에 도착한 버스는 우리가 타려는 시간의
바로 전 시간대의 버스였다는 사실.
30여분을 기다린 후에 파타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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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 도착해 썽태우를 타고 시내로 이동중-
지나가다가 해변가에 파라솔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응? 여기 하와이같아." 라는 말을 했었다.
도착한 시간이 이미 저녁이라 바다는 석양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진심으로 "쉬고있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던...파타야.
해변의 멍멍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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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풍경,in Pattaya
바다보다도, 공기보다도...파타야는 내게 이런 느낌이다.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을 잘 못하면서,
5년전의 여행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어쩜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할 수가 있을까.
아마 평생 기억을 잃지 않으려면
끝없이 여행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늘 보던 하늘이 아닌 곳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일상의 기억을 주관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어쩌면 눈꺼풀 뒤에 숨겨 놓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왜, 눈을 감으면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밤,
이런 곳을 데리고 가주었답니다.
방콕의 팟퐁거리보다 백배는 건전했던 곳.
아이고 머리야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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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서 맞는 아침.
히키는 내게,
"오늘은 섬투어를 갈거야."
그 섬의 이름은...
"!#$%^&*%$ 야."
"뭐라고?"
"캣. 넌 말해봤자 기억 못해."
"응."
간밤에 카츠(함께 여행했던 일본친구)와 말다툼이 있었던 히키.
심기가 영 불편하다. 나는 그냥 가만있어야지.
아니 그냥, 사진이나 찍어야지.
두남자와 침묵 속에 걸었던 선착장.
어차피 기본적으로 2개국어로 대화를 해야해서
사실 그냥 조용히 있는게 편했다.
-_-
이런 구도였다. 나는 가운데에 있기가 너무 불편해서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고.
섬에 도착해 "내게 sun burn 따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며 온몸에 선스크린을 바르시는 이 태국남자....
(지금도 만나면 누가 더 하얀가!에 대해 토론한다. 물론 내가 더..)
그에 비해 도착하자마자 몸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소가베 카츠유키상.
당시에도 30대였고 지금도 30대이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20대인데. ㅋㅋ
타는건 싫지만 바다가 좋은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마치 철없는 두아들과 여행중인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섬투어.
(각각 나보다 세살, 여섯살이 많다는건 비밀로)
이번 여행까지도 내게는 "그 섬" 이었던 꼬란.
카츠는 돈카츠처럼 익어가고 있었다.
-_-
나머지 둘은...
선스크린으로 전신무장을 하고
바다에 몸을 담그는 일같은건
남의 일처럼 관망하는 중이었다.
로케이션은 허니문삘인데 여행은 인생의 황혼기처럼.
그렇게 두 친구의 사이가 좋아질 기미따위 보이지 않은채 해는 지고 있다.
다시 파타야로...
카츠가 말한다.
"저 풍경,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아 맞네."
"시드니타워."
"시드니타워."
"시드니타워."
셋이 동시에 말하곤 웃었다.
애들은 원래 금방 친해진다 (...)
아직도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그때의 풍경들, 2005년 4월의 파타야.
늘 사람이 첫번째고, 기억이 남고, 풍경을 기록하고,
우연히 발견한 풍경에 그 때를 그리워하게 되네요...
그리고는 아주 평범하게,
버스 안에서 내리자면서
방콕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밥을 먹고,
남은 여정을 즐겁게 보냈다는,
기억하는 한 최고로 행복했던 여행.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더 그랬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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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간단하게 올릴까나- 하다가 엄청 길어지고 만 (...)
저는 무척이나 수다스러운가 봅니다. 언변도 안좋은데. 크.
sarnia님이 파타야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문득 생각이 나서
백업파일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한번에 발견했어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이런 날,
사진으로나마 맑은 하늘과 바다를 보니 좋네요.
지금의 파타야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제 지인들의 평판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구요.
저는...음...
좋았었는데, 말이예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