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득도하신 날 - 마카부차일(Makha Bucha Day)
2월 9일 월요일은 마카부차데이로 태국의 국경일이어서 여기 사람들은 3일간의 연휴를 가졌다.
이 날은 2천5백여년 전 부처님이 출가하여 보리수 아래에서 도를 깨우친 날이라고 한다.
부처님에 관한 국경일이 세개 있는데, 부처님 탄신일, 득도하신 날, 그리고 열반하신 날이 그것들이다.
어쨋든, 무슨 기념일만 되어도 태국의 모든 사원은 참배하러 오는 신도들로 북적북적, 행사 준비하느라 웅성웅성한데, 부처님과 직접 관련한 국경일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2월 6일부터 8일까지 꽃축제가 열리고, 그 마지막 날은 선데이 마켓이 서고, 그 다음날 마카부차일이 되는 바람에 며칠간 치앙마이는 난리법석을 떨었다.
매일 지나만 다니던 사원들을 때마침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들어온 소모임 타이룹디 회원 두명과 함께 종일 돌아다녔다.
사원마다 저녁행사를 준비한다고 오전부터 어린 동자승들, 나이든 스님들 가릴 것 없이 모두 쏟아져 나와 정신없이 바빴다.
며칠 전부터 지나며 보이는 불상들도 모두 번쩍이는 황금 가사를 두르고 있었고, 이날 절에 가 보니 쩨디에도 황금가사들을 둘러 놓았다.
왓 쁘라씽, 왓 쩨디루앙, 왓 치앙만 같은 큰 절에서는 저녁에 모여들 많은 신도들 맞이를 준비한다고, 동승들이 제일 바쁘다. 마당을 쓸고, 불단을 정리하고, 향초대, 횟대를 배치하고, 행사장에 의자를 옮기고 하느라 힘겨워 보인다.
절의 스님들 말고도 곁다리에서 역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절 입구에서 꽃파는 행상들이 오후가 되자 속속 모여들고, 국경일 행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꽃파는 아이도 있고, 질서유지를 위해 와 있는 경찰인지, 군인인지 모를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내 눈엔 이 사람들의 목적이 질서유지인지 참배인지 잘 모르겠다.
국경일과 상관없이 자기 복 빌러 종치러 온 아줌마도 있고, 행사의 모습들을 구경하러 모여든 파랑들도 모두 제나름의 행사 준비요원들이었다.
원래 이날, 마카부차일에 신도들은 위엔티안이란 의식을 행한다.
이것은 꽃과 향 세개를 함께 들고 합장한 채 경내를 세바퀴 돌고 난 후, 분향하고 헌화하는 절차다.
향은 반드시 세개여야 하는데 스님을 위해, 부처를 위해, 경전을 위해 각각 하나씩이라고 한다.
태국인이면서 태국문화에 전혀 띵똥인 맘이 한 얘기라 그 신뢰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야 맞겠지.
위엔티안은 해지고 해야 하는 것으로, 보통 저녁 7시에 하는 것이 관례인데 아직 해 지기 전 오후부터 절에 와 향과 꽃을 들고 기도하는 이가 많다.
스님들이 아주 많은 큰 절과 대조적으로 별 크지 않은 사원에선 한두명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동승들이 그래도 준비해야 하는 행사를 혼자 준비하느라 오히려 큰 절의 스님들보다 훨씬 바쁘다. 혼자 공부하다, 분향대 옮기고, 불단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어린 스님의 얼굴이 힘겨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