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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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황병수 1 2793
[여행, 풍경과 함께]에스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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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남한의 절반 정도 크기이며, 인구가 약 140만명의 아담하고 조용한 나라이다.

시차는 우리나라와 7시간.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해 지금은 EU에 가입돼 있다. 북유럽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시즌에 자국의 살인적인 물가를 피해 신비스럽고 조용한 에스토니아를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에서 핀란드 헬싱키까지는 뱃길로 약 70여㎞ 거리여서 1시간 남짓 걸린다.

라트바아 리가에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까지는 버스로 가는 게 효율적이다. 4,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약 3만원이면 충분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정보를 몰라 에어 발틱 항공사에서 50여만원에 왕복 티케팅을 마쳐 버렸다. 나름 여행 준비를 잘 하는 편인데 정보 부족으로 많은 지출이 있었다.

게다가 라트비아 리가 공항에서 출국 때 실랑이까지 벌였다. 출국 절차를 거치고 보딩타임 때 젊은 여직원이 내 여권을 보더니 당신은 에스토니아에 입국할 수 없다고 했다. 비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에스토니아는 일반 관광객에 한해 15일간 무비자 협정이 체결된 지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공항에 근무하는 직원이 모른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에스토니아에 가서 입국을 하건 말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비행기를 태워 주지 않았다. 실랑이를 한 지 20여분이 지나 비행기 이륙시간을 막 넘기려 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흰색 유니폼을 입은 중년의 여직원이 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본인도 잘 모르는 듯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그제야 자기들 잘못이라면서 매우 미안하다고 하면서 사과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착각을 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황당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미리 대처한다는 게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며 그저 즐기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어렵사리 도착한 탈린공항은 작지만 깔끔한 분위기에 고즈넉한 낭만을 품은 기차역을 연상케 했다. 먼저 탈린 구시가지 관광에 나섰다. 구시가지 대부분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

14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의 한 도시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구시가지가 시작하는 입구는 북쪽에 위치한 부두에서 가까운 뚱보탑 문과 서쪽에 위치한 쌍둥이 탑인 비루 게이트 두곳이 있다. 비루 게이트로 시작하는 길이 찾기도 쉽고 관광하기 쉬우며 좀 더 효율적인 것 같다.

비루 게이트를 중심으로 성 안과 밖은 확연히 구분된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는 양쪽으로 꽃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어 여기 사람들이 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에스토니아인들은 꽃을 무척 좋아하며 어지간한 축하 자리나 선물 등에는 반드시 꽃이 함께한다고 한다.
성문 사이로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시청 광장이 나오는데 바로 여기가 구시가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시청광장 옆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정보나 안내책자를 구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으며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관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광장 모퉁이를 돌면 탈린에서 유명한 중세풍 식당이 나오는데, 이곳에 들르지 않고는 탈린에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올데 한자’ 식당이다. 중세에 나오는 음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조리방
법도 옛 방식대로 하며, 내부 장식과 웨이터의 의상까지 전부 중세식으로 재현해 놓은 고급 식당이다.

점심시간을 한참 지난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창문이 거의 없어 대낮인데도 식당 안은 어두컴컴했다.

실내조명은 여기저기 앙증스러운 동그란 촛대 위에 놓인 촛불이 전부. 결코 싸지 않는 금액의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거의 한 시간이 지나 음식이 나왔다. 스테이크에는 흰색의 걸쭉한 소스가 덮여 있고, 삶은 콩과 야채로 주위를 정성스럽게 장식했다. 그러나 접시로 향하던 나의 손은 곧 멈추어 버렸다. 가끔 음식 값과 맛이 비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결국 부드럽기로 유명한 에스토니아산 사쿠 맥주로 위장을 달래고 문을 나섰다.

니굴리스테 교회로 가서 첨탑으로 올라가 탁 트인 탈린 시가지를 한눈에 감상하고, 교회 내부에 전시된 독일 조각가이자 화가인 노케트의 유명한 그림 ‘죽음의 춤’을 감상하며 잠시 과거로 돌아갔다. 교회 내부는 콘서트홀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어 구시가지 서쪽 끝에 있는 툼페아 언덕 옆에 세워진 탈린에서 가장 큰 사원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사원을 찾았다. 동글동글하게 지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건물로 일명 툼페어 로스 성당으로도 불린다. 19세기에 지어진 사원의 종탑에는 11개의 종이 있으며 그 중에는 무게가 15t이나 나가는 큰 종도 있다. 사원 내부는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구시가지 관광을 마치고 사우나를 찾기로 했다. 평소 사우나를 즐기는 필자는 추운지방의 나라이니 당연히 대중 사우나가 발달해 있으리라 생각해 택시를 타고 무조건 탈린에서 가장 큰 사우나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탈린에는 대중 사우나가 두어 군데뿐이고, 오늘이 일요일이라 영업을 할지는 모른다기에 일단 가보자고 했다. 대부분 북유럽 국가에서는 사우나 문화가 생활화돼 있어서 집집마다 사우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구태여 대중 사우나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여분 지나 도착해 보니 조그만 건물 입구 위에 ‘칼마 사우나’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안의 풍경은 우리나라 시골 목욕탕과 흡사했다. 나이가 70은 넘어 보이는 어른 몇 분이 락커룸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탕 안에는 아무도 없고 우리나라 대야 비슷한 크기의 통 안에 잎이 많이 달린 나무를 물에 담가 돌로 눌러놓은 게 보였다. 예전에 TV에서 물에 불린 나뭇잎을 온몸에 때리면서 사우나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나도 여기저기 통 안에 눌러놓은 가지를 꺼내 양손으로 나누어 쥐고 온몸을 철썩였다.

잠시 후 락커룸에서 맥주를 마시던 어른들이 탕 안으로 들어와 내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변했다. 이유인즉 이 나뭇잎은 월계수 나무로 카운터에서 한 묶음에 약 2천원 정도에 구입해 각자 물통에 20여분 불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뭇잎을 각자 통에 담가 불리는 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가 들어와보니 동양인이라곤 거의 없는 이곳에서 혼자 마구 나뭇잎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에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나의 무지를 이해한 어른들께서 너그러운 미소와 함께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셨다. 먼저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중에 어른들께 전해 달라며 카운터에 맥주 10병 값을 계산했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탈린의 하루였다.
1 Comments
깜따이 2016.07.18 21:37  
항공사직원의 실수로 인천공항에서도 태국갈때 귀국편 없다고 못간다고 하여
메니저가 와서 보딩패스를 받은일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죠.
95년 칠레여행시 비자가 필요한데 모르고 갔는데 이민국직원이 그냥 보낸적도 있습니다.
아마 북한여권으로 착각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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