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파타야. 그리고 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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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 파타야. 그리고 꼬란.

케이토 18 6223





2005년의 파타야와, 5년만에 "그 섬"의 이름을 알게 된,
묻지마 관광의 결정판이었던 "꼬란"입니다.



당시 로컬친구인 "히키"의 초대로 그의 집에 머물면서,
도착한 다음날 만취한 상태로 파타야로 이동,
1박을 하고 돌아와 남은 기간 내내 송크란 축제에 끌려다녔던...
내내 웃고 떠들고 놀고 먹고 마시고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흥정의 달인인 친구 덕분에 모든 투어(?)를 현지인 요금으로 드나들었던,
-하지만 뭐가 뭔지 모르고 마냥 신났던- 그런 기억,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백업파일을 찾아보니
원본이 그대로 남아있길래, 슬쩍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그때 소니 똑딱이카메라 하나 달랑~들고 여행을 갔었답니다. :-)
2005년 모델이니 이젠 완전 구닥다리네요. 분실했지만 말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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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파타야 가는 버스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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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버스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10여분 후에 도착한 버스는 우리가 타려는 시간의
바로 전 시간대의 버스였다는 사실.
30여분을 기다린 후에 파타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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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 도착해 썽태우를 타고 시내로 이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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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해변가에 파라솔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응? 여기 하와이같아." 라는 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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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간이 이미 저녁이라 바다는 석양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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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쉬고있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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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던...파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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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멍멍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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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풍경,in Pattaya
바다보다도, 공기보다도...파타야는 내게 이런 느낌이다.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을 잘 못하면서,
5년전의 여행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어쩜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할 수가 있을까.


아마 평생 기억을 잃지 않으려면
끝없이 여행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늘 보던 하늘이 아닌 곳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일상의 기억을 주관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어쩌면 눈꺼풀 뒤에 숨겨 놓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왜, 눈을 감으면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밤,
이런 곳을 데리고 가주었답니다.
방콕의 팟퐁거리보다 백배는 건전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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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머리야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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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서 맞는 아침.

히키는 내게,

"오늘은 섬투어를 갈거야."

그 섬의 이름은...

"!#$%^&*%$  야."

"뭐라고?"

"캣. 넌 말해봤자 기억 못해."

"응."


간밤에 카츠(함께 여행했던 일본친구)와 말다툼이 있었던 히키.
심기가 영 불편하다. 나는 그냥 가만있어야지.


아니 그냥, 사진이나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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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자와 침묵 속에 걸었던 선착장.

어차피 기본적으로 2개국어로 대화를 해야해서
사실 그냥 조용히 있는게 편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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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도였다. 나는 가운데에 있기가 너무 불편해서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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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도착해 "내게 sun burn 따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며 온몸에 선스크린을 바르시는 이 태국남자....
(지금도 만나면 누가 더 하얀가!에 대해 토론한다. 물론 내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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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도착하자마자 몸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소가베 카츠유키상.
당시에도 30대였고 지금도 30대이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20대인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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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건 싫지만 바다가 좋은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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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철없는 두아들과 여행중인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섬투어.
(각각 나보다 세살, 여섯살이 많다는건 비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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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까지도 내게는 "그 섬" 이었던 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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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는 돈카츠처럼 익어가고 있었다.
-_-



나머지 둘은...
선스크린으로 전신무장을 하고
바다에 몸을 담그는 일같은건
남의 일처럼 관망하는 중이었다.

로케이션은 허니문삘인데 여행은 인생의 황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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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친구의 사이가 좋아질 기미따위 보이지 않은채 해는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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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타야로...





카츠가 말한다.


"저 풍경,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아 맞네."

"시드니타워."
"시드니타워."
"시드니타워."



셋이 동시에 말하곤 웃었다.
애들은 원래 금방 친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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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그때의 풍경들, 2005년 4월의 파타야.




늘 사람이 첫번째고, 기억이 남고, 풍경을 기록하고,
우연히 발견한 풍경에 그 때를 그리워하게 되네요...




그리고는 아주 평범하게,
버스 안에서 내리자면서 
방콕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밥을 먹고,



남은 여정을 즐겁게 보냈다는,
기억하는 한 최고로 행복했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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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더 그랬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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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간단하게 올릴까나- 하다가 엄청 길어지고 만 (...)
저는 무척이나 수다스러운가 봅니다. 언변도 안좋은데. 크.

sarnia님이 파타야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문득 생각이 나서
백업파일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한번에 발견했어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이런 날,
사진으로나마 맑은 하늘과 바다를 보니 좋네요.
지금의 파타야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제 지인들의 평판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구요.


저는...음...



좋았었는데, 말이예요 :-D






18 Comments
동쪽마녀 2010.07.03 03:43  
마지막 사진 속 일본 친구분은 진정 '불타는 고구마'가 되셨네요.ㅋㅋ
바다에는 시쳇말로 '취미'가 없어서 사진이고 여행기고 아랑곳하지 않는데,
민베드로님과 케이토님이 올리신 편들은 다 봅니다.

보통 시를 읽거나 예술 작품을 대하면 참 내 마음 가는대로 해석하게 되던데,
케이토님 사진은 케이토님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늘 신기할 따름입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보편타당한 정서라는 게 확실히 있구나 싶어요,
케이토님 사진을 볼 때마다.^^
케이토 2010.07.05 11:28  
안타겠다고 태국남자 한국여자는 선스크린 바르고 그늘만 찾아 댕겼는데 ㅋㅋ
제 일본친구들은 태우는거 유난히 좋아하더라구요, =ㅂ=;;; 여자애들도 그렇고...
항상 지켜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동쪽마녀님이 리플은 늘 기분이 좋아요 ^^*

동쪽마녀님께 전해지는 저의 정서는 아마도...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 모두가 가지고 있는...ㅎㅎㅎ
필리핀 2010.07.03 07:22  
오~ 퐈타야를 보고
하와이 또는 시드니라니...
대단하신 상상력~ ^^;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그 여행의 의미를 좌우합니당~

역쉬 여행은 2:1로 해야
확실하게 공주 대접 받죠? 그쵸? ㅋㅋ

태국 사진 자주 올리시는 거 보니
방타이할 날이 가까워진 듯... ㅎㅎ
케이토 2010.07.05 12:36  
비슷한 풍경을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
특히 배로 돌아오는 길에 봤던 파타야 풍경은 정말 시드니를 닮았었어요.
동행했던 카츠(일본친구)도 "사진 찍어서 시드니 갔다왔다고 얘기해도 되겠네?"
근데 시드니타워는 금색인데 ㅋㅋㅋ

공주대접을 받기엔 당시 상태가 너무 안좋았어서 -ㅂ-;;;
짐짝 취급을 받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_ㅠ 올해 또 가려면 회사를 그만두어야해요. 흑흑.
옌과제리 2010.07.03 10:03  
바다는 역시 좋군요.
늘푸른바다를 상상해보며 저곳에 제가 있어야하는데..
늘 올려주시는 아름다운 풍경사진 잘보았습니다.
케이토 2010.07.05 12:37  
오래전의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곳이랍니다 :-)
눈을 감으면- 왠지 그 곳에 아직도 있을 것만 같은...
요즘같이 습하고 더운 날 유독 더 그리워져요 ^^
sarnia 2010.07.03 12:19  
아, 정말 올려주셨네요. 배려 고맙습니다.

제가 원했던 게 케이토 님과 같이 뛰어난 우뇌형 여행감각을 지닌 분들의 느낌을 담은 기록이었거든요. 정보야 언제 어디서나 가져올 수 있는 거구요.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바다에 갈 바에야 차라리 푸켓에 갈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파타야에 가기로 했어요. 그냥 며칠 쉬러 가는 건데 푸켓에 가게 되면 어쩐지 쉬는 여행이 될 것 같지 않아서요.

파타야에도 저런 타워가 있군요. 맨 꼭대기 층은 혹시 한 시간에 한 바퀴 도는 회전식당 아닌가요. 바로 아래층은 전망대고. 

그나저나 1 년에 한 번 가는 아시아 여행…… 이제 다른 나라도 가야 하는데 큰일이에요. 처음 태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 수안나품을 이륙하면서 ‘이제 여기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눈 딱 감고 발리로 가 버릴까요?
sarnia 2010.07.04 13:50  
아, 근데 저 깍뚜기머리 아저씨를 보니까 생각나네. 파타야 이야기 잠깐 하신 적 있네요. 다빈치코드, 여권...... 나오는 거기서. 맞죠?
케이토 2010.07.06 01:33  
댓글 달다가 뭔가 일이 바빠져서 퇴근하고 뭐하고 뭐하고 하다보니 이런시간이 ㅠㅠ

배려라니요, 별말씀을 ;-) 되려 제가 다시 생각나서 행복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왼손잡이라는 사실. 후후. 논리력제로입니다. 가장 겁나는 과목이
수학과 물리였어요. 문제를 찍으나 푸나 같은 점수가 나오는 두과목의 압박.
평균을 멋지게 깔아주던 과목이었는데...아하하.
그리고 저 타워의 용도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던 기억이...
전망대가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 그럴테니 아마도 ^^

저도 태국에 처음 갔을때 그랬었어요, "다시는 안오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1년도 안되서 친구들 만나러 다시 갔더랬지요,
기억력이 멋지십니다 :-) 맞아요, 다빈치 코드 읽으면서 뱅기 탔을때예요. ^^


눈 딱 감고...제 생각에는 태국에 또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D
열혈쵸코 2010.07.03 16:34  
파타야와 꼬란은 마음편히 갈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신기하게도 보기싫은 것들은 자동으로 걸러지고 말아요.
바다는 역시 누군가 함께 가면 활기찬 느낌이 나서 좋은 것 같습니다.. ^^
케이토 2010.07.06 01:35  
그것은 바로 자동필터링! :-)

열혈쵸코님 말씀 들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바다를 혼자 가본 적은 없거든요.
항상 가족이든 친구든 누군가와 함께였는데...늘 재밌었어요.
웃고 떠들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레슬링을 하고....응?;

지금은 체력이 딸려서... ^^;;;
저 섬이 꼬란이라는 사실을 저는 올해 알게 된 거 있죠. 후후.
다시 가면 이름을 불러줄거예요. 호호.
zoparadise 2010.07.05 22:12  
저도 꼬란 갔었는데 사진 예쁘게 찍으셨네요 !
케이토 2010.07.06 01:35  
고맙습니다 :-)
사진은...장소가 예쁘기 때문이 아닐까요 ^^!
수환처 2010.07.22 12:08  
와 파타야 방문을 앞두고 있는 저로써는 정말 기쁜 글이 아닐 수 없네요^^*

근데 저 파라솔을 사용할때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나요?
케이토 2010.07.27 10:24  
파타야 가신다니, 좋으시겠어요 ;-)
그나저나 저의 파타야 방문은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파라솔 사용요금을 따로 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 저도 너무 묻지마 관광으로 다녀와서...ㅎㅎ
kindergirl 2010.07.27 15:26  
작년에도 갔고, 그 작년에도 갔는데, 올해는 파타야에 못 가게 되었어요..
사진 참 이쁘게 찍으셨다..
사진 보고 글을 읽다 보니,,
정말이지 가고 싶은 생각이 미친듯이 솟구칩니다.
파타야는 왜 가도가도 또 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ㅎㅎ
호드람 2011.05.01 20:04  
4일뒤인 5월5일에 방콕/파타야를 자유여행 가려다보니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처음엔 사진이나 구경하자... 였는데 글솜씨가 있으셔서 몰입이되네요...
정말 잘봤습니다!

ps. 세분 나이는 현재 기준으로 전부 30대이신가봐요? (30/33/36 ??)
케이토 2011.05.30 12:56  
오..리플을 지금 보았어요 :) 지금쯤이면 다녀오셨겠네요 ^^*
즐거우셨나요? 너무 오래전 사진이라 별로 도움은 안되었을텐데 ㅎㅎ

p.s_저..정답! 100점 드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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