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주목 받을까?
본지는 한국 트렌드 연구소, 제일기획, 삼성경제연구소, 리드 앤 리더 등 여러 전문기관들이 꼽은 2009 트렌드들을 종합,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4 가지 대표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본지에서 소개할 트렌드는 크게 경제(Economy), 사회(Society), 문화(Culture), 사람(People)에 걸쳐 4가지로 분류된다. 네 가지 카테고리 별로 주목할만한 트렌드를 짚어보고, 각각이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관될 것인지 살펴보자.
▶경제(Economy): 소비 양극화
심각한 불황이다. 동네 어린 아이들까지도 경제가 힘들다는 것은 안다. 또 2009년은 단순히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늘이 무너질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게 힘든 경제상황 속에서 소비는 어떻게 흘러갈까? 무조건 꽁꽁 싸매고 돈을 쓰지 않는다? 아니면 불황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 여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다?
사실은 모두 틀린 말이다. 불황기 소비는 줄지언정, 소비자의 ‘욕구’는 줄지 않는다. 따라서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펑펑 질러대던 소비자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불황일수록 ‘똑똑해지는’ 게 소비자다.
그렇다면 똑똑한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효율적인 소비’가 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효율적인 소비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가치소비’와 ‘가격소비’이다. 괜찮은 상품은 가격에 상관 없이 무조건 소비한다는 가치소비, 가격이 저렴한 것 위주로 선택하는 가격소비. 결국, 불황기에는 소비양극화가 심화된다고 할 수 있다.
소비는 투자다 VS 절약이 미덕이다
‘불황이 웬 말이냐?’ 불황을 모르는 1% 부자들의 명품소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 신상품, 그것도 아주 고가의 제품을 소비하는 젊은 ‘신상녀(신상품을 즐겨 구매하는 여자)’들은 2009년에도 멈추지 않는 소비욕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불경기일수록 주류와 영화 산업은 호황을 누린다는 말이 있듯이 보상 심리형의 ‘작은 사치’는 늘어난다고 본다. ‘밥은 대충 먹더라도 디저트는 고급스럽게, 구매가 부담스러운 외투 대신 화려한 속옷을, 머리 손질은 미루더라도 손톱 관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런 식의 소비는 불황일수록 늘어나게 마련이다.
불황기에 저가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뻔하니 가급적 싼 것으로! 많이 사면 남아서 버리니까 필요한 만큼만 적은 양으로! 기본만 되면 오케이, IT기기의 영리한 단순화!
실제로 1000원짜리 물건만 판다는 다이소(DISO)는 2008년도에만 매출이 1500억에서 2200억으로 늘었으며 지금도 연평균 성장률 30%를 달성하고 있다. 심지어 다이소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더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1년 사이 매장이 100개 이상 늘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중대형 매장을 속속 오픈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또 하나의 방법은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알뜰족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니미니존(Mini Mini Zone)’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소량, 소형의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와 개인 소비의 증가는 적은 양, 작은 크기의 상품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기본기능에 충실한 전자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한두 가지 핵심적 니즈(Needs)에 기반하되 추가적 기능을 제거한 저가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되, 초저가 상품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요즘 넷북(Net-Book)시장의 폴발적인 성장세만 보더라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트렌드로 보여진다.
▶사회(Socie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사회적으로 나타난 트렌드에서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피할 수 없는 트렌드. 이제 CSR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의무’가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2009년에는 ‘어떻게 CSR을 잘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불황인데 CSR이 웬 말이냐고? 내 코가 석잔데 사회적 공익까지 생각하라고? 어쩌면 2009년이 지독한 불황일 것이라는 예측과 CSR에 주목하라는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황기에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CSR을 간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CSR이 꼭 돈 뜨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은 고무 신발을 만드는 크록스(CROCS)를 통해 알 수 있다.
사진처럼 고무로 만들어진 크록스의 신발은 잘 닳는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고무신발이 그대로 버려진다면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뻔했다. 그래서 크록스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먼저, 버려지는 고무 신발들을 회사 차원에서 수거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것들을 녹여서 ‘재활용 신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신발들을 어떻게 했을까?
이것들은 바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선물로 보내졌다. 비록 상품가치는 없는 신발이었지만 그것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줌으로써 크록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걷기 캠페인, 자전거 출퇴근 등, 이기적 웰빙이 공익적 웰빙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이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들은 2009년 다시 한번 CSR이라는 트렌드 키워드(Key word)를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문화(Culture): 공감과 소통으로 접근하라
“무한~도전!”, “1박~2일!”, “패떳(‘패밀리가 떴다’의 줄임말)”,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의 줄임말)”.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코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리얼리티(reality) 프로그램이라는 것.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말 그대로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세부적인 대본 없이 콘셉트(concept) 혹은 상황만이 주어진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강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걸까? 해답은 ‘공감’ 혹은 ‘소통’이라는 단어에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농촌 생활, 결혼, 야영 등이 그것이다. 즉,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실제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대중이 쉽게 소통하고 동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과 소통의 문화는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트렌드 요소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내 물건을 사주는, 나와 동떨어진 객체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고객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CF,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품 등 고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고리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감성적인 터치(Touch)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더욱이 이러한 트렌드는 불경기일수록 중요하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 소비자들은 마음을 열게 된다.
▶사람(People): 남자들을 주목하라
2008년 4월 밀라노에서 개최된 가구박람회(iSaloni 2008, Eurocucina)에서 포르쉐디자인(Porche Design)은 독일의 명품 주방가구업체 포겐폴(Poggenphol)과 합작으로 남성들을 타겟으로 한 주방가구 P’7340을 선보였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의 디자인이 주방에 적용된 모습은 과연 어떨까? P’7340은 모든 장식장에 손잡이를 없애고 터치 센서로 작동하도록 디자인되었으며, 벽에 설치하는 조명 시스템 조작부에 LCD를 탑재하고 하이테크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까지 갖췄다. 날렵한 사무가구 같은 느낌의 모던한 감성을 표현한 이 가구는 기존 여성들을 타겟(Target)으로 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주방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여성 소비시장으로 인식되어온 시장에 남성 고객들이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지마켓(G-Market)의 조사에 따르면 주방 조리기구의 구입고객 중 40%는 남성이 라고 한다. 또 남성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30억 달러의 규모로 ‘화장하는 남성’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가정의 구매 의사 결정은 여성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라 더욱더 여성의 구매력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서 남성들의 등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으로써, 또한 불경기 직장을 잃은 남성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남성의 소비 주권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09 트렌드 따라잡기
트렌드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어떻게 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 전문기관들이 주요한 트렌드를 수없이 소개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유용하게 써먹는 기업은 많지 않다. 소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불황기. 이제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쯤은 생각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돈이 되는 트렌드를 어떻게 포착하며 또한 이를 어떻게 우리 기업의 제품과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