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
한미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
(1) FTA의 이익은 무엇인가?
가. 경제적인 측면
정태적 효과와 동태적 효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a. 정태적 효과
일명 '단기 효과'로도 불리는데, 이는 주로 관세철폐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이론은 Viner(1950)의 '무역창출효과(trade creation effect)'와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가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무역창출효과는 협정체결 전에 소비하던 고가의 국산제품이 상대적으로 저가의 효율적인 역내산 수입으로 대체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무역전환효과는 체약국간 관세철폐가 가져오는 교역상의 왜곡을 의미하는데, 관세철폐 이전에 보다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가진 역외교역국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특혜적인 관세철폐로 역외저가상품의 수입이 역내산으로 대체된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효과에 대한 설명은 다른 분이 잘 설명하여 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억해 두실 것은 FTA로 인한 관세철폐가 교역국의 수출입에 이 2가지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게 되며 무역창출효과 < 무역전환효과일 경우는 후생이 하락할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
한미 FTA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의 평균관세율은 11.2%, 미국의 평균관세율은 3.7%입니다. 따라서 서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면 미국산은 11.2% 싸지고 한국산은 3.7% 싸지겠지요. 이로 인해 한국사람이 포드 자동차를 한대 더 산다면 이는 무역창출효과입니다. 하지만 호주로부터 수입하던 쇠고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게 된다면 이는 무역전환효과입니다.
최근 한미 FTA시 무역수지 효과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실제 FTA 효과를 분석하면서 무역수지 부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역이 증가하는 자체가 경제성장과 후생에 기여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이니까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한다고 하면 손해보는 장사 아니냐는 얘기를 합니다. 물론 중상주의적 논리이지만 이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적 분석은 가격인하가 소비증가에 미치는 탄력성에 기초합니다. 따라서 가격인하가 클수록 소비증가량이 큰 결론에 도달하지요. 한미간 관세율에 차이가 있는 만큼 한국은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게 됩니다. KIEP는 현재 대미흑자 107억불에서 51억불 줄어 56억불 흑자를 보일 것으로 분석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이러한 논의가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수입하는 총금액은 2,500억불 수준이지만, 미국이 수입하는 총금액은 1조7천억불로 우리의 6배가 넘습니다. FTA로 미국이 우리시장에서 가격이 11% 싸지고 점유율이 3% 오르고 우리는 미국시장에서 가격이 3.7% 싸지고 점유율이 1% 오르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수출을 많이 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 멕시코, 이스라엘 등은 엄청난 대미수지 개선효과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b. 동태적 효과
동태적 효과라 함은 경제통합으로 인한 효과가 단기간 내에는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는 효과인데, 규모의 경제, 경쟁촉진 요인, 외국인직접투자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최근의 FTA가 관세철폐를 주내용으로 하던 전통적인 FTA 개념에서 크게 확장되어 서비스, 투자, 경쟁, 환경, 노동 등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규정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FTA 효과분석에 동태적 효과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3월 KIEP에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다시 발표하면서 생산성 증대 1%를 가정할 경우 GDP 증가 7.75%로 전망하였습니다. 이때의 생산성 증대는 동태적 효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궁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생산성 증대 1%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는 그만큼 동태적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c. 개인적 의견: consolidating reforms or liberalization
무역전환효과니 무역전환효과니 하는 것은 이론적인 분석입니다. 실제로 세계 통상정책 전문가들은 FTA로 인한 가장 큰 효과는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활동이 증가하고 외국인투자유입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잇으며, 이는 경험적으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우리가 가끔씩 강소국으로 언급하는 싱가폴,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적극적인 개방으로 경제시스템을 개선하여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WTO나 WorldBank의 보고서들도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국가들의 소득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FTA로 인해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익은 FTA로 인한 개방을 계기로 우리 경제시스템을 시장친화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있습니다. 효율적이라는 말은 농사짓는 일자리가 하나 줄어드는 대신 잘 나가는 삼성전자에 일자리가 2개 늘어난다는 얘기인데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취지에 있습니다.
나. 정치외교적인 측면
FTA 체약국간에는 비상사태나 자연재해 발생시 공식적인 협력체제를 통해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국제적인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4년 12월 멕시코의 제2차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클린턴 미 대통령은 동년 1월부터 발효중이던 NAFTA의 성공적인 정착과 FTAA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여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환안정기금 200억불을 멕시코에 긴급지원함으로써 멕시코의 외환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정인교 교수 설명)
최근의 한미FTA도 한미간의 동맹관계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미동맹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북핵문제, 전략적 유연성 등을 둘러싼 한미간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FTA를 구애해 온 일본 등 다른 수많은 나라들을 제치고 한국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한미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두 나라간의 관계를 경제적 관계 강화를 통해 공공히 하려는 의도가 배여 있습니다. 한국의 이해관계도 동일합니다. 한반도의 특수성, 북핵문제 해결 필요성, 미군의 안보적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거나 악화되는 것은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미국과의 FTA는 한미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외교적 카드로서의 의미도 가지도 있습니다.(유현석 교수 설명)
(2) FTA로 인한 손실은 무엇인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FTA로 인한 이익이 막대하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까요? 앞의 설명이 국제무역론의 한 축인 자유무역론에 근거한다면 아래의 설명은 보호무역론과 현실적 설명에 기초합니다.
가. FTA의 소득분배적 효과: 비교열위 산업에서의 생산 및 고용 감소?
FTA는 가격구조를 변화시키고 생산체계에도 변동을 가져오게 됩니다. 국가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어느 산업에 종사하고 있느냐에 따라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내가 고3인데 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갑자기 높인다고 할때의 느낌과 비슷하겠지요. 내가 논술에 경쟁력이 있으면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왜 하필이면 나한테 불리하게 제도가 변경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요. 만일 중1이라면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덜할 겁니다. 왜냐하면 준비할 기간이 많으니까요. FTA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수입이 증가하고 생산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반대를 하게 됩니다. 근데 왜 해당분야 종사자와 정부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할까요? 해당분야 종사자는 고3이고 정부는 중1의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 FTA와 유치산업보호론: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저해?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은 보호무역론자들의 이론적 근거로 종종 인용됩니다. 특정분야가 아직 유아단계에 있을때는 정부가 보호해 주어야 나중에 커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한국과 미국의 산업발전단계가 너무 차이가 나는 분야에서 개방을 좀 늦춰야 되지 않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론적 논거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애석하게도 전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그 뒤에 수입대체국들이 오히려 침체되고 수출지향국이 크게 성장하는 현상을 증명해 보였죠. 우리의 경험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96년 유통시장 개방한다고 난리했지만 지금 와서 이마트, 삼성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고 월마트, 까르푸 등은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영화시장에서도 86년 배급시장 개방으로 극장에 X뿌리고 난리 했지만 지금은 경쟁력 있는 우리 배급사가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고 배급시장의 3위까지 우리 업체가 석권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R&D인데, 첨단산업에 대한 R&D 지원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전혀 구애됨이 없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방에는 부정적이면서 R&D에는 인색한 형편입니다.
다. FTA와 양극화 심화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FTA의 체결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환경과 노동조건이 악화된 점을 지적하면서 FTA 체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FTA 체결의 전반적인 평가보다는 주로 특정 사회적 이슈만을 부각시킨 것으로 정확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멕시코가 협정체결로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였다면 멕시코 정부는 FTA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FTA는 오히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재원마련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 전체가 침체된다면 누가 더 손해를 보겠습니다. 기업을 고용을 줄이면 되지만 서민은 생계를 꾸려가지 못하게 되죠. 경제가 호황이면 식당에도 자주 가고 여행도 가고 가게 하시는 분들도 장사하기 좋아지겠죠. 그려면 세금도 더 많이내고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라. FTA와 경제종속
미국, 일본 등 덩치 큰 나라들과 FTA 논의할때마다 나오는 얘기이죠.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데 한미 FTA로 더 높아지면 미국이 하라는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조금 더 이론적으로 발전시켜 보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무역관계에 대한 종속이론이나 프레비쉬 보고서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진국 자본과 기술력으로 개도국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내용이죠.
근데 실제로 그럴까요. 우리가 미국에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데 그게 나쁜 건가요. 그리고 지금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30%를 넘어섰는데 왜 미국이 문제인가요. 누구 말씀처럼 영민한 돌고래^^가 되어야 하겠지요...
마. 중심국과 주변국
Wonnacott이 주장한 건데, 경제적으로 소국에 해당하는 나라와 대국에 해당하는 나라가 지역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일종의 중심국과 주변국(hub and spoke)의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소국은 경제적 대국의 무역협정 추구전략에 휩쓸려 주변국의 형태로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지요. 별로 현실설명력은 없어요...
(3) 결론
이것저것 많이 썼는데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FTA는 개방을 통한 경제효율화를 가져와 국가전체적으로 이득이 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단기적으로 피해산업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 이득은 먼 이야기이고 피해는 당장에 미국산이 들어온다는 게 문제이죠. 하지만 그렇게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경험상으로는 시험 본다고 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지적수준이 올라가듯이 우리나라 국민은 외부자극에 아주 현명하게 대응하니까요. 오히려 너무 변화가 없는 건 다이내믹한 우리에게 안맞을지도 모르죠^^(실제로 멕시코는 미국과 FTA 이후에 당초 피해가 예상되던 농업분야에서 수출과 생산 모두 증가했는데 우리가 멕시코보다 못하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