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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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무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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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 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협상이 각 부문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서술함으로써 체결 반대의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다.

1. 무역,성장률,고용에 미치는 효과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무역수지이다. 정부에서 광고해대는

경쟁을 통한 선진기술 도입, 외국인 투자 증가, 한미동맹 강화등의 이점은 사실 이성적

분석이 아닌 추상적 추측과 기대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인 무역수지에서 한국이 얻는

것은? 72억 7천만 달러의 무역 흑자 감소이다.(대외경제정책 연구원에선 3월 3일 72억 7천만 달러로 발표해놓고선 20일에는 47억 달러라는 훨씬 적은 규모로 보고했다. 이들의 주장은 수치 입력의 오류라고 하는데, 일괄적 수치계산 프로그램으로 계산했음에도 다른 수치들은 그대로인채 달랑 무역 흑자 감소폭만 변했다.

이 왜곡논란은 권영길 의원의 대정부 질의에서 이슈화되었다.) 지금껏 이루었던 대미무역에서의 막대한 흑자의 대폭적인 감소. 이것이 이번 협상의 진의의다.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무역 횡포이자 강압적 요구인 것이다. 또 성장률은 어떤가? 대다수 사람들은 이번 협상 체결이 혁명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연구에 의하면 0.38%~2%정도의 미약한 GDP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그것도 협상 체결이 무역과 투자를 증가시키고 그것이 다시 고용과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긍정적인 가정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맹점이 있다. 고용은 늘지 모르나 신 자유주의식 경제개편(소위 노동 유연화 전략)에 따라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이미 한국의 일자리중 60%가까운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고, 최근 비정규직 법안의 졸속 통과가 보여주듯 비정규직은 더욱 늘어갈 추세가 될 것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지금 한국은 일자리가 없는 상태도 아니다. 중소기업, 3D업종은 오히려 일손이 없어서 허덕이고 있으며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있다. 대졸자 취업난은 일자리 자체가 없다기보단 정규직 일자리가 자꾸만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면서 생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더욱 더 늘릴 무역개방과 자유화를 두고 '고용 창출의 계기'라 부르는 것은 아이러니다. 일찌기 무역개방을 서두른 멕시코, 칠레 등의 중남미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번 협상의 위험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멕시코의 경우 북미 자유무역협상 체결 후 10년의 결과물은 좋지 않았다.

고용과 투자는 늘었으나 대부분의 고용은 비정규직 위주였고,1인당 GDP는 10년동안 단지 1.3% 성장했을 뿐이었다. 밀려 들어오는 미국 기업들에게 멕시코의 기업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고, 경쟁을 통한 성장은 커녕 적대적 인수합병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중소기업은 줄지어 도산했고 무역개방은 경쟁을 통한 다양화는 커녕 승자가 독식, 독점하는 경제를 가져왔다. 멕시코는 그저 미국에게 값싼 원료와 노동력을 대주는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칠레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 지난 10년간의 효과라곤 국내 산업의 도산과 양극화 확대 뿐이었다.( 그 10년 침체의 결과 남미에서 현재 좌파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의 경제는 남미보다 훨씬 탄탄하므로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대외 투자의 대부분이 핫머니의 금융침투와 적대적 인수합병인 시대에 이번 외환은행 인수 사태처럼 미국의 거대자본에 한국의 기업들이 헐값에 매수당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겟는가? 금융, 투자규제의 완화는 제2, 제3의 외완은행 사태를 가져올 것이다.

2. 영화, 농업부문에 미치는 효과

스크린쿼터 폐지에 대한 논리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쓰레기같은 조폭영화도 없어질 것이고,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더욱 올라가 작품성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싶은게 있다. 그런 쓰레기같은 조폭영화들에 지갑을 연것은 누구인가? 작품성으로 쓰레기일 지언정 그런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영화시장에서 흥행을 기록해왔고 그것이야 말로 FTA찬양론자들이 주장하는 '경제적 관점'에서 성공한 영화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삶의 의미같은 것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통속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을 늘어놓는 것은 어느 문화장르를 막론하고 '흥행보장'의 비법이다.

한국영화가 이렇게 된 것은 그 쓰레기들에 일일이 돈을 지불하면서도 작품성을 보이는 저예산영화,독립영화에는 철저히 등을 돌린 관객들의 몫이며, 영화계에 경제적 효과로만 나타나는 '경쟁력'을 강요한 사회 패러다임 자체의 문제이다. 예술장르에 작품성을 기대한다면 더욱 더 보호와 투자를 늘려야 한다. 영화사에 회자되는 명작 영화중에 시장논리에만 치중한 영화가 몇이나 되는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은 대작은 몇이나 되는가? 물론 스크린쿼터가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보호해왔다는 것은 아니다. 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는 언제나 배고팠다.

다만 스크린쿼터는 그나마 그런 저예산 영화들이 관객과 접할 실낱같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장치였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뒤의 광경은 어떨까? 평균 영화 제작 예산보다도 낮은 예산을 들이고 광고에서도 '태풍'과 '킹콩'에 월등히 밀린 '왕의남자'가 흥행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개봉 의무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영화관에선 단 1주일간의 흥행 성적을 보고 단숨에 개봉관을 '태풍'이나 '킹콩'으로 봐꿨을 것이다. 다시는 광고와 규모에서 밀리는 영화과 입소문을 타고 공감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결과는 뻔하다. 한국 영화계는 조폭영화의 붐과 같이 더욱더 말초적인 자극만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업부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 농업의 가격 경쟁이 떨어진 요인이 정부가 너무 감싸줘서 후진적인 농업기술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정부가 농민을 감싸줬다?

이보다 어처구니 없는 발언은 없다. 정부가 젊은이들이 전부 떠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피폐화되어가는 농촌을, 오직 서울로 향하는 기나긴 행렬의 뒤에 남아있는 총각들이 동남아에서 신부감을 찾는 농촌을 돌보기 위해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된 정책을 세운 적이 있는가? 중요한 협상때마다 만만한것이 농민이었고, 제일 먼저 도마위에 오르는것이 농민들의 이권이었다. 오히려 미국, 유럽이 농산물들이 어마어마한 정부의 투자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다.

제3세계의 싼 농토와 저임금을 무기로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델몬트, 돌등 유수 농기업의 농토가 왜 미국이 아닌 중남미에 퍼져있는지 상상해보라)은 그 두번째 이유이다. 농산물 개방시에 우리 농업이 이들의 가격을 따라잡으려면 정부가 훨씬 더 투자를 늘리거나, 아니면 노예에 버금가는 저임금으로 농촌일손을 꾸리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품질개선이나 기술 선진화같은 애매한 소리만 늘어놓으며 대책을 못내고 있다. 결국 농업을 통째로 넘겨줄 심산이다. 농가가 피폐화되고 식량 자급률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상황이 과연 도마뱀 꼬리 잘라내듯 급하면 내줄만한 것인가?

FTA를 찬양하는 이들이 쉽게 무시해버리는 '신토불이'는 제쳐두더라도 식량은 유사시에 중요한 무기가 될수 있으며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억지 협상 체결로 얻은 어줍잖은 한미동맹 보다 몇배는 더 중요한 것이 식량안보이다. 또한 가뜩이나 확산되는 빈곤과 양극화로 터져나오는 사회적 불만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이 시점에 파산하여 농업을 포기하게될 400만 농민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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