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역규제의 논리
(1) 무역규제에 대한 논리
정부가 무역활동에 개입하는 데는 크게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가 있다. 정치적 이유로서 정부는 국민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또한 국방에 중요한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와 외국의 불공정한 경쟁에 대해서 보복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개입의 정당성을 찾아왔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해 볼 때 전혀 근거가 없다.
첫째, 정부가 자국민의 일자리와 산업의 보호를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특정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을 위하여 많은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일부 생산자를 위해서 많은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정부가 일부 사양산업이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장벽을 사용하는 경우, 해당 산업이 이러한 장벽을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많은 경우 기업들은 이러한 보호무역장벽에 의존하게 되고 생산성 증가를 위한 활동을 게을리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둘째, 대다수의 국가들은 국방에 관련된 일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하에 군수산업을 보호·육성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들은 국방에 필요한 제품들을 외국에 의존하다 보면 국방력자체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국의 국방산업을 강화하고 보조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 역시 정치적으로는 가능한 논리이나 실제적으로 이러한 취약한 국방산업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효율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연 국방용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셋째, 외국의 기업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했을 경우 정부가 이에 개입하여 자국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각국에서 일찍부터 많이 사용되었던 논리이다.
정치적 논리뿐 아니라 정부개입의 경제적 타당성을 주장하는 논거도 있다.
첫째,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은 정부가 장기적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약한 산업을 보호하여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산업들이 선진국에 비해서 취약하므로 이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분간 보호무역장벽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유치산업보호론은 자유무역을 위한 GATT체제에서도 일부 용인되기도 하였다.
둘째,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은 신 무역이론에 입각해서 규모의 경제가 크고 최초진입기업의 우위가 존재하는 산업에 있어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전략무역이론의 맹점은 정부가 이러한 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산업이 항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1970년대의 중화학산업 육성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부가 전략적인 산업이라고 판단하여 그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그 산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2) 무역규제방법
정부가 국제무역에 개입을 하고자 할 때 구체적인 무역규제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규제방법은 관세(tariff)에 의한 무역장벽이고 다른 하나는 관세를 제외한 그 밖의 무역장벽으로서 수입할당(quota), 보조금(subsidies), 자율수출규제(voluntary export restraints), 현지화 비율규정(local content) 그리고 행정절차에 의한 규제 등의 방법이 있다.
① 관세(tariff): 관세(tariff)는 수입상품에 부과되는 일종의 세금으로서 수입가격에 대해서 일정한 비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의 효과는 수입상품의 가격을 즉각적으로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오르고 재화의 수입량을 줄어든다. 그 결과 관세를 정부수입으로 걷어들이면 정부의 조세수입은 증가하지만 소비자들은 훨씬 적은 양의 재화를 더 높은 가격으로 소비하게 되어 소비자후생의 감소를 가져온다.
소비자후생의 감소란 관세부과 전의 가격에서 구매하던 소비자가 관세부과 후 가격이 상승하게 됨에 따라 더 이상 그 재화를 소비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관세는 해당국가에 있는 소비자들의 후생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각국에서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을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경제 전체의 후생악화를 가져온다.
② 비관세장벽: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은 수입할당제(quota), 보조금(subsidies), 자율수출규제(voluntary export restraints), 현지화 비율규정(local content) 그리고 행정절차에 의한 규제와 같이 다양한 방법이 사용 될 수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관세장벽은 수입할당제(import quota)이다. 수입할당제는 어느 나라에 수입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 수입할당제는 이를 부과하는 국가가 수입하는 총량을 쉽게 규제할 수 있다는 행정상의 편의의 이유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관세와 수입할당제는 관세부과의 경우 규제당사국 정부가 관세를 조세수입원을 활용할 수 있으나 수입할당제는 높아진 가격으로 인한 추가이윤이 제품수입을 허가 받은 업자의 이윤으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자율수출규제(voluntary export restraints)는 일종의 수입할당제로서 수출당사국이 수입국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수출하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보조금(subsidies)이란 정부가 국내생산업자에게 주는 일방적인 특혜이다. 보조금은 현금을 지급하거나 낮은 이자로 자금을 융자해 주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방법 등으로 주어질 수 있다. 이 보조금은 생산업자의 원가를 낮춤으로써 국내생산업자가 외국의 수입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비관세장벽은 현지화 비율규정(local content)규정이다. 현지화 비율 규정이란 해외 생산 시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부품 또는 원자재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상용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과거 다국적기업들이 보호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하여 모든 부품을 수입하여 단순조립생산만을 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선진국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행정규제정책은 통관절차(administrative trade forms)를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함으로써 사실상의 무역장벽을 만드는 정책이다. 통관할 때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창고에 보관해야 하고 소수의 통관요원이 천천히 모든 통관물품에 대한 검색을 실시하면 창고비용이 추가되고 통관하는 기간이 길어져서 궁극적으로는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행정규제정책은 사실상 수입할당제를 실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