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종목과 개념
먼저 한미 FTA와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에 체결된 FTA나 개발도상국간에 체결되는 FTA는 체결국간의 상품 무역에 장애가 되는 관세를 없애 상품무역을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체결되는 FTA는 상품 무역을 자유화하는 것 외에도 금융, 통신 등 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투자를 자유화하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 등 상당히 넓은 범위의 무역/투자 자유화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FTA 체결국간 시장통합의 범위가 넓어지고 폭도 깊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국이 기존에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FTA들도 상품시장 자유화나 서비스 시장 자유화 외에,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정부조달 지원 권리 획득, 환경보호, 국제노동기구의 선언을 반영한 노동자의 권리, 투명한 분쟁해결절차 등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도 이와 같이 포괄적인 FTA의 체결을 통해 국내 제도의 개선과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의 개방 외에도 각종 규제로 이와 같은 시장개방의 효과가 유야무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경쟁정책, 투자나 무역을 늘리기 위해 노동권이나 환경의 악화를 금지하는 노동 및 환경 규정, 그리고 기업의 특허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하는 규정 등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 FTA 제2차 사전준비협의(2006. 4)에서 상품무역, 무역구제, 농업, 서비스, 투자 분야 등 모두 17개 협상분과(Negotiating Group) 설치에 합의하였습니다.
이상은 한미 FTA에서 어떠한 내용을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그럼 왜 미국과의 FTA를 추진할까요? 과연 한미 FTA란 무엇인가? 알아보도록 할까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이와 같이 큰 시장에서 남보다 더 많이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미국은 다른 나라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관세를 부과하지만 우리나라 상품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세를 부과하지 않게 됩니다. 이는 곧 동일한 비용을 들여 생산한 물건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우리 상품들은 미국시장에서 중국이나 일본 상품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리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게 미국은 우리 총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보다 유리하게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은 금융, 의료, 법률, 통신 등 서비스산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선진국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높은 부가가치와 많은 고용을 창출해내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제조업만 가지고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산업이 발달해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FTA를 하게 되면 국내에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서비스 업체들이 진출하게 되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우리 서비스 업체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게 되며, 이는 곧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통신,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이를 중간투입물로 이용하는 우리 제조업 부문의 효율성 증가로도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경제 전체의 효율성 및 생산성 증가로 연결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금융, 노동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투명하고 선진화된 제도와 관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도입과 FTA에 따른 한미 동맹의 강화를 통한 안보 리스크의 완화는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외국인투자의 유입을 촉진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2. FTA의 효과, 전망
일단 정부에서 말하는 긍정적인측면을 이야기 한다면
첫째, 세계 최대 시장의 안정적 확보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보다 미국시장을 안정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들어 대미 수출이 경쟁국과는 달리 감소세로 반전 되었습니다.
* 한국산 미국수입시장점유율(%): (’88) 4.6 → (’98) 2.6 → (’01) 3.1 → (’05.1-10) 2.6
* 대미 수출(’05.1-10, %): (한국)△5.0 (일본)7.2 (중국)25.7 (대만)0.7 (인도)19.2
둘째, 대외신인도 향상 및 외국인투자확대
한미 FTA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제도와 관행의 국제화 촉진 및 안보리스크 완화 등을 통해 대외신인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외신인도 개선시 외국인투자 증대뿐 아니라 정부 및 기업의 해외차입비용 감소하고 해외차입 활성화, 국내투자확대의 효과 가 발생합니다. 한미 FTA로 산업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업환경이 개선될 경우, 東北亞시장을 겨냥한 FDI 유입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94년)와 싱가포르(’03년)의 경우 FTA 발효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FDI 유입이 대폭 확대됨.
* 미국의 대멕시코 FDI: 연평균 27억 달러(’84~’93) → 연평균 132억 달러(’94~’02)
* 미국의 대싱가포르 FDI: 5.3억 달러(’02년) → 66억 달러(’04년)
셋째, 국내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촉진
한국이 미국의 FTA 대상국중 최대 공업발전국인 점을 활용하여 고도기술 투자유치 확대, 기술개발 강화, 선진경영기법 도입 등을 통해 기업활동이 생산사슬(production chain)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미국의 막강한 원천기술력과 벤처자본이 IT 및 BT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래기술과 결합하여 상업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째, 서비스산업의 발전 계기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향후 경제구조의 고도화 과정에서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불가피하며,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분야의 생산성 향상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바, 미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산업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즉,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구조의 고도화, 신성장 동력의 확보 및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 절실한 우리 경제로서는 한미 FTA를 서비스산업의 경쟁요소 도입과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Global Standard의 적용확대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시장개방 이외에 국제규범 및 선진국 제도와 관행의 광범위한 적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은 경제위기시 대외개방 및 글로벌 스탠다드의 적극적 도입을 통해 외국인투자유치에 성공함으로써 경제도약을 이룩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한미 FTA를 선진국 진입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Global Standard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완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통상마찰 완화
한미 FTA 협상이 추진되면 협상과정에서 한미간에 잠재되어 있는 통상현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고, 이들 중 상당 부분이 FTA하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간 통상마찰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은 종래의 일방적 무역조치 대신에 쌍무적인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통상마찰을 해소함에 따라 통상마찰의 수위와 강도는 한결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곱째,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전략 및 동아시아 FTA 허브
동북아에서 가장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함과 동시에 경제, 사회 전반의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고 경영,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서 미국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설립을 촉진하고 특히 세계 최고수준의 금융, 물류 및 사업서비스분야의 미국기업을 유치하여 향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 확보가 기대됩니다. 한미 FTA 및 한ASEAN FTA가 조기에 완성될 경우 이를 지렛대로 활용한 중국, 일본과의 FTA 체결가능성이 증대하며, 이를 통하여 미국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FTA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정부가 내세우는 긍정적인 효과에 반하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죠.
우선 한국이 미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큰 이익을 얻으려면, 미국이 FTA 협정상대와 그렇지 않은 교역상대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간의 차이가 커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출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훨씬 크죠.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이후 중장기적으로 대미수출은 71억 달러(15.1%) 증가하는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22억 달러(39.4%)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미국에도 섬유·의류·해상운송·사탕수수·설탕·우유·낙농제품 등 평균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취약산업부문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취약산업부문에서 큰 수출증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미국에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산업분야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와 같은 분야의 이익단체들은 FTA로 발생할 손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지 않는 한 자유화에 반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해상운송 부문은 미국 해운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미국과 FTA 협상을 벌이면서 자국의 비교우위가 있는 우유·낙농제품을 자유화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한마디로 '일 없다'는 미국의 태도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미국은 섬유·의류부문에서 원료의 원산지에 따라 최종품의 원산지를 규정하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원칙처럼 제한적인 원산지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대미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하려고 할 것입니다.
셋째, 사탕수수·설탕·우유·낙농제품 등 미국의 일부 취약산업부문에 대해서는 어차피 우리나라의 비교우위가 없기 때문에 실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한미 FTA를 통한 전반적인 경제효율 개선효과는 그 액수가 수출증가 효과보다는 크겠지만, 이 또한 그 효과를 과장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모형에 사용된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FTA가 한국의 실질 GDP를 중장기적으로 0.42~1.99%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2001년 발간된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대편익을 GDP의 0.7%로 추정한 바 있고, 추정에 사용된 일반균형연산(CGE) 모형이 한미 FTA 체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GDP의 1% 내외에 불과한 기대편익은 실망스러운 숫자임에 틀림없습니다.
한미 FTA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키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미국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발상 역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 FTA를 통해 관철하려는 규범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입니다. 이미 지적재산권 등 여러 분야에서는 다자기구를 통해 국제규범이 정립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준수하고 있는데, 국제규범보다 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규범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며, 또, 교육·의료 등 일부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가 과연 시장개방이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교육 분야의 경우 과거의 '시험지옥'과 학연주의에 따른 폐해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준화 정책이 도입되긴 했지만, 같은 학교 내에서 학업성취도에 따라 교반을 편성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 분야의 경우에도 시장개방이 핵심정책과제라고 보기는 힘들고, 더 나아가 보편적 의료보험체계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미국과 FTA 협상을 통해 제도적 조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죠.
만약 교육·의료 분야에서 고가의 서비스를 미국까지 찾아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는 경제특구 등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허용하면 될 일입니다. 제한된 수혜계층을 위해 교육·의료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장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미 FTA가 과연 바람직한 정책수단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최상의 정책수단은 다자협정인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한미 FTA를 활용할 경우 두 가지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첫째, 미국기업 이외의 외국기업을 차별하게 됩니다. 즉, 한미 FTA를 통해 미국기업에게 특혜적 시장접근을 허용하게 됨에 따라 미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은 소중한 경영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쟁에서 불리하게 됩니다.
둘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기업의 투자를 필요 이상으로 보호해 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NAFTA 1110조는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직간접적으로 '재산몰수(expropriation)'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가 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산몰수'란 투자자의 재산을 물리적으로 빼앗아가는 행위뿐 아니라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도 해당됩니다. 또, NAFTA는 이와 같은 '재산몰수'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특별재판소에서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도한 투자보호조항은 다국적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유치국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환경·보건정책 등에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즉, 환경·보건정책 등이 강화되어 투자자산의 가치가 감소했다고 판단할 경우 다국적기업은 이를 '재산몰수'로 간주하여 투자유치국의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기업이 멕시코나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여러 건이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투자보호조항으로 인해 공공정책이 '완전마비'된다는 것은 과장이지만, 한미 FTA 대신 GATS를 활용하면 직면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와 관련해서는 NAFTA와 유사한 투자보호조항을 포함시키려 한 다자간투자협정(MAI)이 '주권 손실'을 우려한 선진국들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한미 FTA는 유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쌀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WTO 다자간 협정의 틀 안에서 이미 관세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정책을 유지할 것을 결정하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 2004년 12월 타협안을 도출한 후 2005년에 국회의 비준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쌀 수입을 두 배로 늘리고 해마다 최소한 5만톤의 미국 쌀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WTO 24조 규정에 따라 양국 교역의 '실질적으로 모든 부분(substantially all)'을 자유화해야 합니다. 쌀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다자간 협정의 틀 안에서 한미간에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양자간 FTA 협상에서 이를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게 되겠죠.
단지 '실질적으로 모든 부분'에 쌀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는 식의 타협이 가능할 뿐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2004~2005년 많은 논쟁 끝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한미 FT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 볼 때 실익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합니다.
한미 FTA 협상은 농업과 서비스업 등 한국의 취약산업부문이 감내해야 할 구조조정이 국내산업의 경쟁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 탓이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농업개방 등 민감한 문제를 다자간 협상의 틀 안에서 다뤄온 한 가지 이유도 이와 같은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의 경우 개방저항세력은 세계화라는 일반적인 현상에 반대하지만, 한미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의 경우에는 협상상대인 특정국가를 겨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미 FTA 협상은 옹호론자가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반미감정과 미국의 반한감정을 부채질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미간에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교역과 투자는 양국관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불행하고 불필요한 일입니다.
3. 다른나라의 FTA 사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보다 12년 앞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바로 아래 위치한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2005'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7997억 달러로 세계 11위 수준이고, 멕시코의 GDP는 한국과 비슷한 7581억 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입니다.
멕시코는 1994년 1월 미국, 캐나다와 북대서양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직후 흔히 '페소화 위기'로 불리는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에 봉착하는 동시에 마르코스가 이끄는 사파티스타 농민혁명 운동이 일어나는 등 정치적 대격변을 겪었습니다. 이어 멕시코는 2003년 11월 일본과의 FTA 체결을 끝으로 당분간 어떤 나라와도 FTA를 추가로 체결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NAFTA가 사상 첫 FTA였던 멕시코는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 전까지 전 세계 42개국과 11개의 FTA를 체결했었으나, 현재 이들 국가와의 무역에서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NAFTA가 멕시코의 정치·사회·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정확히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NAFTA를 체결한 뒤 멕시코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 들어간 우리에게 분명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입니다.
1991년 2월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NAFTA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1991년 6월 공식 협상에 들어갔다. 이들 3개국은 협상을 개시한 지 약 14개월 만인 1992년 8월 12일에 NAFTA를 비준했으나 그 해에 미국 대선이 있다는 이유로 1994년 1월로 NAFTA의 발효 날짜가 미뤄졌습니다. 14개월 동안 진행된 NAFTA 협상에서 멕시코, 미국, 캐나다는 현재 한미 FTA 협상에서 협상대상에 올라 있는 안건들과 거의 같은 안건들을 논의했습니다. 세 나라는 NAFTA를 통해 무역장벽과 외국인투자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무선통신, 금융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투자자에 대해 100% 내국인 대우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협정 당사국들 간에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NAFTA의 이점을 국민들에게 선전하면서 이 협정을 통해 대미 무역을 확대하고 광대한 북미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고용의 기회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멕시코 정부는 NAFTA를 계기로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와 법률이 철폐되면 마킬라도라(면세 부품과 원료를 수입·조립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멕시코 국경지대 공장지역), 에너지, 금융 등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한미 FTA를 체결하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가 증가해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취약산업인 섬유, 의류, 보조농업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이를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허용하는 아량까지 베풀었습니다. 당시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평균 4% 수준이었던 데 비해 멕시코의 관세는 11%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평균 1.5%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의 관세는 7.2% 수준인 것과 비슷합니다. 멕시코 정부는 NAFTA의 이런 효과들로 미국의 관세가 거의 철폐되는 2009년에는 고용이 6% 증가하고 실질소득도 12%나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것도 최근 우리 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미 FTA가 체결되면 GDP가 2~7% 증가하고 일자리도 10만 개 이상 더 창출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죠.
멕시코 정부의 전망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리 틀리지 않았다. 대미 수입과 대미 수출이 증가했고, 해외투자가 미국에 집중됐으며, 미국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거의 다 철폐되었습니다. 2003년 현재 멕시코의 수출품 중 90%가 미국으로 갑니다. NAFTA를 체결하기 이전인 1990년에는 이 비율이 79%였습니다. 또 1990년 초반에는 65% 수준이었던 수입품 중 미국산 제품의 비중이 2003년에는 85%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또 멕시코의 해외투자 중 4분의 3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편 멕시코의 관세는 2003년 현재 평균 2% 수준으로 떨어졌고 쿼터제, 수입인증제 등 기타 비관세 장벽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NAFTA 체결을 통해 꿈꾸던 것들이 거의 다 이뤄진 셈이죠. 그러나 이렇게 NAFTA를 계기로 미국 경제에 대한 멕시코 경제의 구조적 의존이 깊어지면서 멕시코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기후퇴가 일어나도 엄청난 경기침체를 겪게 되는, 이른바 '경제 동조화' 현상으로 고통받기 시작했습니다. 2001~2002년 미국에서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하자 멕시코의 생산과 고용은 격감했고, 2001년 국내총생산(GDP)은 1% 감소 1인당 GDP는 2.5%나 떨어졌습니다. 특히 NAFTA의 체결로 크게 성장했던 마킬라도라 지역에서는 생산과 고용이 각각 9.2%, 20% 감소했습니다. 대미 수출도 4.9%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미국과의 경제 동조화 현상은 최근 미국 경제가 천문학적인 수치로 쌓인 쌍둥이 적자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전 전비 지출로 휘청이면서 멕시코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로 급부상했습니다.
물론 멕시코 정부의 전망대로 NAFTA가 체결된 뒤에 멕시코의 외국인투자, 특히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1985년부터 1993년까지 모두 33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멕시코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그 세 배 이상인 113억 달러로 껑충 뛰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외국인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2~1988년의 미구엘 정부와 1988~1994년의 살리나스 정부가 추구한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정책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멕시코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NAFTA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 외국인투자를 증가시킨 독자적인 변수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늘어난 외국인투자 중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에서의 단기차익이나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성 단기투자로 판명되었습니다. 1993년 멕시코에 유입된 외국자본 170억 달러 중 약 70%가 주식시장으로 유입됐고 공장, 기계, 설비 등에 투자된 직접투자 금액의 비중은 30%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멕시코의 외국인직접투자가 1990년대에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고, 한국 정부도 바로 이 사실을 들어 한미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로 외국자본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국인직접투자의 증가 효과는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것이 멕시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멕시코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 중 상당 부분이 결국 미국에 있는 모회사에 이윤과 배당의 형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죠.
1990년대 멕시코로 흘러든 외국인직접투자 중 순수하게 총 고정자본 형성에 기여한 자본의 비중을 계산해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멕시코에 유입된 총 외국인직접투자 금액 중 55.6%에 해당하는 금액이 미국 등으로 다시 유출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증가세를 보이던 외국인직접투자도 1998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NAFTA가 '장기적'으로 외국자본을 끌어당기는 유인이 될 것이라던 멕시코 정부의 주장이 틀렸음이 증명된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 기관에서 발표한 NAFTA의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NAFTA는 미국,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과 멕시코와 같은 개발도상국 사이에 체결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며, NAFTA로 인한 가장 뚜렷한 효과는 역내교역의 확대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NAFTA 역내 교역비중은 각각 1993년 27.8% 및 74.6%에서 2002년 32.1% 및 78.0%로 크게 확대되었으며, 멕시코는 연도별 변화가 있으나 1999년 역내 교역비중이 83%에 달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의 對멕시코 수출은 1993년 416억 달러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1,088억 달러로 162%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수출비중도 1993년 8.9%에서 2002년 14.1%로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한편 1980년 캐나다 총수출의 60%이던 對美수출비중은 1993년에 80%를 넘어서 2002년에 87.7%를 기록하고, 수입비중은 1998년에 68.3%까지 상승했다가 2002년에 62.7%를 기록했습니다. 멕시코는 1993년 429억 달러였던 對미국 수출이 2002년 1430억 달러로 급증하였고, 對캐나다 수출은 금액으로는 크지 않으나 1993~2002년 사이에 75%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NAFTA 출범 이전에 미국 기업들의 對멕시코 직접투자 확대 및 국내투자 감소의 우려가 대두되었으나 실제로는 기우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對미국 투자는 NAFTA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는데, 1993년 676.8억 캐나다 달러에서 1999년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343억 캐나다 달러를 기록하였습니다. NAFTA 출범 이전에 연 40억 달러, 1989~93년 사이에 연평균 3.7% 증가에 그친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NAFTA협상이 시작된 1991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발효 첫 해에는 150억달러를 돌파하였습니다.
경제성장은 경제의 다양한 요인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NAFTA의 체결로 인한 경제성장효과를 별도로 측정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NAFTA 출범 이후 역내 회원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멕시코는 NAFTA의 체결로 나타난 무역확대를 바탕으로 페소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1995년 -6.2% 성장률에서 1996년 5.2%, 1997년 7.0%를 기록하였습니다.
마지막에 물어보신 쌀시장과 관련해서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붉은 글씨로 표시했습니다.
제가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FTA 바로알기 2006
http://www.kiep.go.kr/sub02/sub01_1.asp?sort=01&seq=20060515093616&p=1&keytype=&keyword=&pgsize=15
2. 오마이뉴스 기사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30086&ar_seq=1
3. 프레시안 기사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60315203559
4.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FTA의 득과 실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기 보다는 찬반의 양쪽 측면을 모두 설명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위의 내용을 살펴보신 후 찬성과 반대는 스스로 판단하시는 것이 현명할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FTA 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이제 하나의 시장이고, 또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전무하고 오로지 수출로만 먹고 사는 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더 FTA가 필요하죠.. 그러나 우리의 득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눈치보기로 급급한 상황으로 FTA를 체결한다면 결국은 손해라는 생각입니다. 줄건 주고 받을건 받는 현명한 협상이 필요하며, 협상 결과에 따라 분명 득과 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한 산업에 대해서 정부에서 적극적인 구제 방안 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일방적으로 손해보는 곳에서는 어쩔수 없다라는 식으로 정책을 입안한다면 그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정부에서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FTA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며, 자신의 치적을 위한것이 아닌 진정 나라가 살 길을 모색하고 더불어 말로만 외치는 국민 소득 2만불 시대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 모두가 느끼는 국민소득 2만불의 시대를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