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엑스레이 검색대 통과에 대한 고찰과 반성
혹여, 저 같은 덤벙거리는 캐릭터를 닮지 말라는 차원에서 올리는 글입니다.
약간의 흥미와 문맥상의 원할한 흐름을 위해 논픽션이 가미 되었을수 있으니 문구 하나하나에 대한 딴지는 정중히 사양 합니다.
인천에서 태국으로가는 항공편은 하루에만 어림잡아 15~7(따지지 말자)편 정도 된다.
골고루 타 보지는 않았지만 "도" 아니면 "모"는 저녁 9시에 출발하는 TG657편이다.
승객이 몰릴수도, 텅텅 비어 갈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들어갈때는 "도"가 되었다.
빈자리 하나없이 이빠이 만땅이다.
어쨌든, 5시간 반을 졸며졸며 좁은 자리에서 꼼지락거리며 당도한 방콕의 "수와나품"국제공항.
이번 출장길은 짐이 꽤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방콕에 들어갈때마다 짐(웨이트)꾸러미와의 한판 전쟁이다.
오지랍이 넓은것도 아닌데 챙길것도 많고 갖다 줄것도 많고 자그마한 성의로 가져가는 선물도 웨이트의 압박이다.
이미그레이션 심사대를 통과하고 베기지클레임으로 간다.
"보따리"가 몇개였더라?... 6개?....7개?....어깨에 둘러맨 노트북과 베낭은 갯수에 넣지 않고 짐 보따리가 7개가 될때까지 콘베이어를 지킨다.
"엥?....왜 내꺼만 맨날 늦게 나오는거얌?....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복잡+분주하던 베기지클레임 창구는 어느새 한산해졌다.
이상하다 싶어 카드에 올려진 짐꾸러미를 세어봤다.
하나..두울..셋...일곱...엥?.. 일곱!...
누가 나를 볼까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일단의 사람들과 같이 인파에 묻혀서 세관검색대를 통과 하는게 그나마 그들의 시선을 분산하므로 나가기가 쉽다.
딱히 걸릴건 없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풀러보라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난감한건 "나"다.
담배 세보루가 있고 "귤"이 한박스가 있으니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호기 있게 한산한 세관 검색대를 나갈려는 찰라...
제복의 앞섶을 풀어헤친 콧수염난 세관원이 손꾸락을 까딱한다.
최대한 눈길을 마주치지 않는게 상책인지라 모른체 외면하고 반쯤 풀린 시선은 허공을 응시하고 멍청한 컨셉을 연출하며
발걸음을 떼는데 아예 카트를 잡아끈다.
박스를 잡아 흔들며 이안에 뭐가 있냐고 물어본다.
"아자씨... 보아하니 까올리 같은데 짐을 까봐야 겠어 캅!..."
"쿤매,쿤퍼...에또...두어이깐..낀 ....선물...기프트...폼 빠이...래우래우...허리업..프리즈..."
"알았으니까...저기 엑스레이에넣어봐바바바...."
"우쒸....졸라 바쁘다니깐..."
"어이!...아그들아.....여기 한껀 물었다...이 노마꺼 다 까보자...어서들 와서 엑스레이에 올려라..."
"에이...씨부럴....담배는 다 뺏기겠구만...."
다행히 걸리는게 없었거나 봐도 못본척 해주거나,엑스레이 모니터 보는 아자씨가 초짜거나...
암튼 손짓으로 까딱까딱...
"아자씨..재수 좋네...가 봐바바바바..왠만하면 뽕이나...담배는 한 10보루정도 넣어 댕겨..그래야 우리도 껀수가 생기지..."
이상한 미소가 그리 말하는것 같았다.
어쨌거나 검색대에 올려 놓았던 짐을 다 챙겨서 카트에 옮겨 싣고는 3층 출국장 입구로 간다.
왠 출국장으로 가냐고?....1층 입국장으로 가면 택시를 탈라고 긴줄에 맨뒤로 가서 기다리거나, 거기다가 25~30밧정도 하는 택시 이용료를
덤으로 내야된다. 반면에 3층으로 가면 모든게 패쑤....
호텔로 들어가서 대충 짐정리를 한다.
아뿔싸.......
무게때문에 비행기 올라탈때 등짝에 메었던 쌕"이 안보인다.
엥?....택시에다 두고 내렸나?....순간 뇌리를 꼬집는 세관원의 콧수염....
반바지에 슬리퍼 찍찍 끌고 택시에 올라탔다.
"빠이..수완나품..래우래우 너이 콱!...."
새벽 4시의 수완나품은 정적이 가득했다.
이렇게나 넓었나 할 정도로 적막했다.
베레모쓴 공항 경찰이 꺼떡거리고 조는게 보였다.
"형...내가 가방을 놓고 나왔걸랑?...이해가 가지?...내 마음...졸라 중요한 서류가 있거덩,,,,,찾아줄래?..."
"아자씨...여권좀 보여 주삼"
"여권?....나 지금 반바지 입구 있걸랑..급하게 나와서 불알 두쪽밖에 없어..."
"여권 없으면 내일 다시와...내가 도울수가 없어.."
"에이 지......X부럴..."
"아자씨..먼 소리여?...정히 급하면 저쪽가서 사정 얘기해봐바바바~~~"
내가 구사할줄 아는 제2 외국어는 대충 4~5개는 된다.
그중에 젤로 잘하는 외국어는 바디랭귀지다. 요거이 결정적일때는 한가지 모션이 여러 뜻으로 스핔,해석&이해 된다.
여러분도 시간 나는데로 습득에 시간을 할애 하시라...
암튼 우여곡절끝에 콧수염 아저씨를 만났다.
"아자씨...나 기억하지?....내 가방 내놔...못 찾으면니캉 내캉 콱 !...."
"이 아자씨가...임마 내가 널 어케 알어...야밤에 왠 행패야...글고 나 지금 쉬는 시간이야...난 몰라..."
"선샘...나 좀 봐주삼....아 까그 엑스레이에 있을꺼야...그 안에 중요한고 비싼건 너 다 가지삼...난 서류만 있으면 되염..."
"니 꼬라지가 너무 애처롭긴 하다....엑스레이는 일반인 출입금지야...해서 못 들어간다.."
"엉아.....이래저래 해서 좀 봐주라..."
"짜식이...완죤 찰거머리같네....에이..그럼 내캉 같이 가볼텨?....나 이래뵈도 고급인력인데..."
스완나품의 엑스레이가 12대 있는건 그 때 처음 알았다.
엑스레이를 다 까뒤집어 보진 못했다.
어쨌건 정밀검색을 해 보았건만 가방은 없었다.
허탈한 마음에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데.....
우아하게 생긴 타이항공 여승무원이 긴 쌩머리 휘날리며 어디론가 가는게 보였다.
쏜살같이 따라붙어 젤로 자신있는 제2외국어로 사연을 설명했다.
이 아가씨도 나름대로 하이클라스의 교육을 받았는지라 내가 구사하는 외국어를 잘도 알아 듣는다.
"오빠..따라오삼!"
"알았삼"
간력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화내용으로 봐서 삘이 좋다.
타이항공 공항내 사무실에 들어 가니 잘 정된 책상과 소파와는 대조적으로 일단의 가방뭉터기들이 보인다.
여기서 골라 보란다.
"나같은 족속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 있구만...."
없다.
눈 씻고 봐도 없다.
지럴났다.
근디....
우아한 타이항공 아가씨가 부른다.
가봤더니 낯 익은 가방이 있었다.
내 가방이다.
콧잔등에 스카치 테이프로 로고도 선명하게 "타이항공 마일리지 카드"가 붙어 있다.
생전 쓰지도 적립하지도 않는 마일리지 카드를 가방 구석에 넣어 놨었는데 그네들이 가방을 뒤져서 인적사항을 알아봤는가 보다.
그래도 꼴에 마일리지 회원카드가 있으니 나름대로 따로 챙겨 놨던 모양이다.
"싸왓디 캅..커쿤마 캅..."
마일리지 카드가 가방을 찾아주는 분실물 회수카드가 될줄이야....
여러분....엑스레이에 가방 집어 넣으시고 난후에 꼭...가방 갯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심이 좋을듯 합니다....
글고 시간 나시는분은 타이항공 홈피에 있는 마일리지 회원 등록을 하면 잃어버린 가방을 찾을수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 딱 한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