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21세기형 곤충전략'으로 저력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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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21세기형 곤충전략'으로 저력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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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기업들, '21세기형 곤충전략'으로 저력발휘

 

20세기는 시간·정보·공간의 차이를 극복한 이들이 부를 차지하는 시대였다. 일본은 이를 극소화하는 ‘곤충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넓히며 경제 대국을 이뤄왔다. 곤충전략이란 작지만 생존력이 강한 일본기업들의 생존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지구 생물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물 속이든 공중이든 어디에나 있는 것이 바로 곤충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이제 양보다는 질, 만족보다는 감동을 좇아야 하는 시대다. 또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가 최대 테마로 떠올랐다. 이 시점에서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금 일본은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사회안전망도 부실해진데다, 실업문제와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두고 ‘한시적인 뒷걸음질’에 불과하다거나 ‘녹슬어가는 제국’이란 분석이 교차한다. 일본의 21세기는 그동안 곤충전략으로 발전을 거듭한 장수기업들이 그들만의 전통기술에 첨단기술을 덧붙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월간조선 1월호가 일본의 신태를 집중 조명해봤다.

전통과 첨단산업의 융합

농업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분야. 일본은 중국에 브랜드 쌀을 수출하고, 대기업이 농산품 공장을 세워 14모작을 해내고 있다. 남극기지에 까지 채소공장을 만들 정도다. 화학회사가 콘크리트 채소공장을 만들고 반도체 센서 연구자가 농장을 자동화하기 위해 땅 속에 묻을 센서를 개발했다. 일본 아이치현 농업종합시험장은 도요하시기술과학대학과의 협력으로 물, 비료를 자동으로 뿌리고 창문을 여닫아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일본은 장래 일본의 생존권이 농업에 달려있다고 보고 모든 경제 교섭에서 농업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산업 또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는 태양광은 발전 비용을 현재의 46엔/kWh에서 2030년에 7엔/kWh으로 줄이고, 배터리 성능을 2020년에 현재의 3배, 2030년까지 7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일본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태양광 마을 상생과 융합으로 장수한 일본기업들

21세기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장수'는 생존을 뜻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30년이상 존속한 기업 가운데 24년 이상 흑자를 내고 15년간 매출액이 증가한 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정의한다. 일본에는 100년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5만개나 된다.

도쿄상공리서치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00년 이상된 기업은 66.3%가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고 잇지만, 상장기업은 2.1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95%에 달하는 기업이 향후 상장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상장이 기업가의 꿈이자 지상명제로 받아들여지는 우리나라 기업과는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1885년에 창업한 다나카귀금속은 금 1g을 0.05mm의 선으로 3000m까지 늘릴 수 있는 나노기술을 갖고 있다. 전당포로 출발한 이 기업은 전당포에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금속을 처분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통 기술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응용해온 결과 연간 매출액은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교토식 경영도 주목할 만하다. 교토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은 같은 분야의 다른 기업을 지원하며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뒷받침하고 있다. 1973년 창업해 중소형 모터와 전원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니혼덴산도 그렇다. 두 세명의 기술자로 시작한 후발기업은 선발 중견 대기업의 도움으로 성장해왔다.

구글 자신이 수많은 미니 구글을 만들어 내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우리에게는 창조적 파괴를 지속할 수 있는 ’불합리한 정열'로 가득한 벤처와 중소기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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