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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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일기

꿈엔들 4 641

비 오는 날의 일기

1
비오는 날은 촛불을 밝히고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습관적으로 내리면서도

습관적인 것을 거부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대에게

내가 처음으로 쓰고 싶던

사랑의 말도

부드럽고 영롱한 빗방울로


내 가슴에 다시 파문을 일으키네


2
빨랫줄에 매달린 작은 빗방울 하나

사라지며 내게 속삭이네

혼자만의 기쁨

혼자만의 아픔은

소리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상처를 받게 된다고

늘 잠잠히 있는 것이 제일 좋으니

건성으로 듣지 말고 명심하라고

떠나면서 일러주네


3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4
집도 몸도 마음도

물에 젖어 무겁다

무거울수록

힘든 삶

죽어서도

젖고 싶진 않다고

나의 뼈는
처음으로 외친다

함께 있을 땐 무심히 보아 넘긴

한 줄기 햇볕을
이토록 어여쁜 그리움으로

노래하게 될 줄이야

내 몸과 마음을

퉁퉁 붓게 한 물기를
빼고

어서 가벼워지고 싶다

뽀송뽀송 빛나는 마른 노래를

아래 부르고 싶다


이해인

4 Comments
차타 2007.03.27 09:09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번 번개모임 못 뵈서 아쉽습니다.
다음 모임엔 좋은 얘기 기대합니다.
r김삿갓 2007.03.27 14:13  
  좋은글 꿈엔들님 시집을 많이 아는것같습니다
좋은글 감솨
망굿 2007.03.28 00:18  
  치앙마이는 건기입니다 비가 그립습니다 비오는날  그리운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하더이다,
꿈엔들 2007.03.29 20:21  
  -망굿님의 댓글중에서-
"비오는날 그리운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이다"

진짜 맞습니다 .
오늘 같은날 강물을 흘러가는 굽이굽이 흐르는 운암댐에 가서
멋있는 풍경을 배경 삼아 맥주 한캔이면 어느누구도 부럽지 않을텐데...
이왕이면
곁에 연인도 있으면 더 좋을거구.....!
아~~~!
밖엔 봄비가 구슬프게 쫘악 쫘악 내리고 ~~~~~~
나이먹고 근천 떠는것 같아서 지송!
그만 이슬이하고 입이나 맟추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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