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므앙 입국 경험담(장기 거주자 입니다. 게다가 긴글은 덤!!!)
안녕하세요.
5일 전 베트남 호치민에서 에어아시아로 돈므앙 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람입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경험담을 올려봅니다.
= 스크롤 압박이신 분들은 결론 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반 여행객 분들(1년에 1번 2번 정도?단기)은 걱정할 필요 없으실 거 같습니다
먼저 저의 상황을 이야기 드리자면
1. 태국이 좋아 1년 째 거주 중입니다(물론 경제 활동 같은 건 하지 않고 있구요. 그냥 한 곳에서 칠 아웃 중입니다)
2. 4월 7월까지 한국과 러시아에 있다가 다시 태국에 들어왔습니다
3. 저의 여권에는
13년 9월에 입국(1) 해서 - 수왓나 품
10월 말레이시아 2 주여행 후 다시 태국으로 컴백(2) - 기차이용
12월 친구따라 버마 보더에서 비자런 1회(3) -당일 스탬프
-크으 이것이 저의 실수 였던거 같아요. 호기심에 한건데
14년 2월 친구와 말레이시아 일주 여행 후 입국(4) -기차 이용
7월 모스크바에서 태국 입국(5) - 수왓나품
이렇게 지난 해부터 5개의 입국 스탬프가 찍혀 있었어요
일단은 비자런으로 장기 거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기 충분한 상황입니다
4. 14년 10월 체류 기간 연장목적으로 베트남을 2주동안 여행 후 돈므앙 입국
이것이 저의 상황입니다. 이번에 입국할 때 남편(학생비자로 태국 거주 중이예요)이 혹시 제가 입국 못하게 될까봐 걱정 많이 했죠.
그러나 저는 정말 경제활동이라고는 하고 있지 않은 장기 여행자였으며. 비자런을 한번 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다른 건 정말 순수하게 여행(그저 태국이 베이스 캠프가 된 것일 뿐이였죠)이었기에, 상황을 잘 설명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습니다(걱정 없는 성격입니다 데헷)
그리하여 대망의 돈므앙 공항에서의 입국 시도.
1. 줄이 착착 빨리 주는 라인을 선택해서 줄을 섰습니다.(직원분이 스마일리 하신건 덤)
그런데 갑자기 헤드 오피서 분이 오시더니 줄을 끊어서 다른 곳 으로 보내시더군요. 불안함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움을 느꼈습니다
2. 이쁘신 직원분이 제 여권 스캔을 시도하셨으나 여권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에러가 났습니다.
직원분은 미소를 잃으시고 오줌은 더 급해져만 갔습니다.
3. 마침내 숫자 입력 후 여권 리딩 성공. 스탬프를 막 찍으려던 직원분이 이미 찍혀있는 무수한 태국 입국 스탬프를 보고는 정색 후 질문을 던지더군요/
"이번 여행이 목적이 뭔가요(너 이만큼이나 오고도 왜 오는 거냐능?)?"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여행이요. 태국 여행 재미있어요"
"어떤 식으로 여행할 껀데요?(임마 이렇게 오고도 또 여행할게 있는 거냐능)?"
"태국 구석구석을 보고 싶어요(스마일 스마일)."
그 직원분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스탬프를 찍으려는 그 찰나!!!!!!
헤드 오피서 분이 한참이 시간이 걸리고 뭔가 대화가 오고가는 상황이 심상찮았던지 오셔서 무슨일인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제 여권을 확인하시더니 운명의 한마디
" 따라왕(학창 시절 교무실로 끌려갈때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그것과 같은 톤이었습니다)"
그렇게 오피스로 선생님 아니 헤드 분과 같이 갔습니다.
한참을 여권을 보시던 직원 분은 다시 질문
(실제로그분은 미소와 함께 분명 오피셜하고 친절한(정말임)톤의 영어를 쓰셨지만 제가 느낀 느낌대로 적겠습니다. 학생 주임 선생님분과 나쁜 짓 저지른 학생 느낌이랄까요)
"너 왜 왔어?"
"여행이요"
"무슨 여행?"
"(당시 제가 남편과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여행을 했었기 때문에 투어링 자켓을 입고 커다란 헬멧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기 응변으로) 오토바이 여행요"-거짓말은 아니예요 진짜 할 계획이었어요.
"음.... 그럼 너 이번 여행에 몇일 필요해???석달 필요 없잖아"
"저 진짜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고 싶어요. 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한국인에게 소개하는게 제 꿈이예요(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것 같았지만 사실이기도 하고 좋은 인상도 주고 싶었거든요)"
의상도 갖추고 있고, 적당히 얼굴도 땟국물이 흐르는 진성 여행자 느낌이 나기도 했고, 저의 갸륵한 태국사랑이 아름다웠던지 직원분의 미소가 커지면서 상황을 설명해 주시더군요.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한데 국가 정책이 바꼈어. 네 여권엔 지난 1년간 스탬프가 너무 많아. 이런 사람들은 불법적으로 장기체류하는 사람일 수 있고 이런 사람은 입국시키지 않고 있어.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너를 입국시킬 수 없어. 정책이 그래. 근데 너는 태국을 여행하는 거고, 이렇게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니 나는 막을 수가 없구나. 근데 앞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행하고 싶다면 다음 번엔 장기 거주가 가능한 비자를 구하는게 어때? 비자만 있으면 아무 문제 없어. 나 네 여권 기억해 놓을 꺼야(ㄷㄷㄷㄷ)"
그렇게 훈계(ㅋㅋㅋ)의 시간이 끝나고 저는 제가 처음에 노렸던 스마일리한 언니 줄의 맨 앞자리로 인도되어 헤드 오피서 분의 " 애니웨이, 웰컴 투 타일랜드"의 환영사와 함께 무사히 입국 햇습니다.
이렇게 긴 글의 결론은
1. 남편이 타이 비자 포럼에서 돈므앙 공항이 가장 엄격하다고 그랬다고 조심하자고 그랬는데. 비교적 엄격한 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2. 그러나 저의 상황은 충분히 의심과 엄격한 심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이 정도의 엄격함은 직원분이 본분을 다하신 정도의 수준 인 거 같아요.(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고 불편끼친거 미안하다고 하셨음)
3. 그러므로 그냥 여행 순수하게 1년에 한번정도 여행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어떤 국경 입국 심사대에서도 걱정할 일 없으실 듯.
4. 무비자 3개월이라는게 양날의 검이라 루즈할땐 엄청 편한데 엄격해 지면 바로 불편해 지는거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국한 친구(러시아 국적)의 경우 3개월 짜리(기본 60일 30일 연장 가능) 비자로 1년째 근처 나라 왔다갔다 하면서 태국 거주 중인데, 비자를 보여주는 거 만으도 아무 설명없이 입국 도장 찍혔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 말로는 30일 무비자 입국한 다른 러시아인 친구의 입국심사가 더욱 까다로웠다고(같은 돈므앙 공항)
아무튼 수긍할 만한 수준으로 좀 더 엄격해진거 같습니다. 물론 저는 3개월 후 계속 태국에 머물게 된다면 어떤 비자를 얻어야 할지 슬슬 고민해 봐야 할 거 같구요. 태국어 공부도 할겸 학생비자 고민 중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다들 태국에서 좋은 경험 많이 하시길 바랄께요. 홋홋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