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사 쿠데타 이후 어떻게 될까?
<2006년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가 TV 생방송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절대권력은 있을 수 없고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5월 22일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태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번 포함 태국의 쿠데타는 19번째다. 그 섬뜩한 쿠데타란 말에도 태국인들이
크게 놀라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쿠데타는 빈번한 것이고 또 정치난마를 풀어내는 한 수단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2014년 쿠데타를 선언하고 있는 태국 군부들>
그런 만큼 태국의 쿠데타는 발생전과 후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쿠데타는 지난 2006년 9월 19일 일어난 쿠데타 이후 8년여 만이다.
2006년 쿠데타 이후를 상기하면 이번 쿠데타 이후의 전개상황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시에도 육군 참모총장인 손티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때나 지금이나 태국 쿠데타의 주역은 육군참모 총장이다. TV 생방송에서 가운데 앉아 성명을 발표하고, 뒤로는 공군,해군, 경찰 및 군총수권자가 병풍이 됐다.
2006년도 2014년도 똑같이 5명이다. 앉은 순서가 조금 다를 뿐 군복색깔도 똑같다.
당시 태국 손티 육군 참모총장은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내는 쿠데타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태국이 이처럼 양분되기는 태국역사에 없었다. 이 정부로 인해 부패가 창궐했으며, 이 정부는 자기의 사람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 정부가 태국을 계속 관리하면 태국역사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군인이 나섰다. 우리는 나라가 정상화되면 다시 돌아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 국민들은 이 같은 우리의 입장과 뜻을 지지해 주기를 부탁한다"
이번 2014년쿠데타는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군이 나섰다고 했다. 제발 쿠데타 좀 하라고 주변에서 그렇게 부추겼는데도 부인부인하다 결국 쿠데타를 `선언'했는데, 쿠데타 후 계엄이 아니고, 선(先) 계엄 후(後)쿠데타가 됐다.
그러니 장악할 곳은 이미 다 장악해 어떤 저항도 충돌도 없었다. 2006년 보다 훨씬 신중하고 노련한 조치와 함께 스무드한 쿠데타가 된 셈이다.
2006년 쿠데타는 발발 하루 만에 국왕의 재가를 받아냈다. 태국에서 국왕의 재가가 없으면 실패한 쿠데타다. 따라서 이번 쿠데타 주역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국왕의 재가를 받아낼 것이며, 이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다. 국왕의 재가가 있으면 모든 상황은 거의 종료된 거나 다름없다.
이 대목에서 태국 쿠데타는 찻잔 속의 태풍이란 말이 생각난다.
국왕의 재가가 있으면 군은 곧바로 과도정부를 이끌 총리를 지명하는데 2006년에는 수라윳 추밀원위원이 임명됐다. 그리고 2007년 12월 23일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1년 3개월간 정부를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군이 주도되어 헌법조항을 몇개 바꿨다. 탁신 세력들이 지나친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포뮬리즘으로 서민층의 인심을 잔뜩 쌓아놓은 탁신파는 총선에서 승리해 다시 재집권하게 됐다.
그 이후 야당인 민주당은 한차례 집권했지만 이는 선거 승리가 아닌 연립 정당을 이룬 결과였다.
2006년 쿠데타 직후 태국 방송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국왕 찬가와 국왕관련 방송만을 내보냈다. 군부에 의해 관공서와 학교는 모두 임시휴일로 지정됐다. 이번과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을까?
2006년 쿠데타 세력들은 2주 안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계엄령 하에서 5명 이상 모이면 6개월, 식료품 등을 매점매석하면 2년의 징역에 취하겠다고 선포해 빠른 안정을 찾았다. 국내 언론을 검열하고 외국언론을 통제했다.
당시 쿠데타는 100명의 군사로 시작했다. 페차분지역 26기갑연대가 10대의 트럭과 10대의 탱크에 나눠타고 방콕으로 돌진했으며, 검문소에서 약간의 상의 끝에 방콕에 무혈입성했다. 총격전도 없었고, 불상사도 없었다.
방콕을 접수한 군인들은 시민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군부가 육군 참모총장을 중심으로 조직적, 계획적으로 일사분란하게 뭉쳤기 때문이었다.
여기다 국왕까지 일찌감치 쿠데타를 승인했으니, 태국 사태는 한마디로 순식간에 깨끗이 정리된 것이었다. 아마 역사상 가장 적은 인원, 그리고 최단시간에, 아무런 불상사 없이 성공한 쿠데타의 하나로 기록됐다.
그런데 이번 2014년의 쿠데타는 질서 유지하다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은 격으로 정세를 장악했다. 심지어 육군 참모총장은 `쿠데타를 했다'고 `선언'했다. 2006년 보다도 더 슬그머니 한 것이었다.
국왕의 군대인 태국의 군부는 여전히 강한 존재로 머물러 있다.
오늘 태국의 한 언론은 설사약을 먹으면 설사가 멎긴 해도 배가 아픈 것은 낫지 않는다며 군의 개입은 당장의 혼란은 수습하겠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2014년 태국 군의 개입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타협에 이르지 못해 결국 소수의 힘으로 통제되고 갈등이 해소되는 사회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태국의 쿠데타에 반탁신 지지자들인 레드셔츠가 거세게 들고 일어난다면 유혈사태가 불가피하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과거 청백리 시장으로 알려진 잠롱 전 방콕시장도 시위대를 이끌며 쿠데타 군에 저항했던 적이 있다.
레드셔츠 지도자가 구금되고 전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당장 그럴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그러나 군부개입에 대한 반발이 과거와는 달리 커 저항시위가 언제든 일어나긴 할 것이다.
따라서 레드셔츠의 거센 저항이나 저항시점만 피하면 태국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디든 여행해도 무방하며, 군의 방어망으로 한동안 오히려 편안한 날들이 이어지긴 할 것이다. 밤 10시 이후의 통행금지는 시민 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주기 때문에 조속히 해제될 것이다.
얼마전 태국 사람들이 큰 재난을 당한 한국을 위해 기도했다.
이젠 태국이 하루 빨리 민주주의와 함께 특유의 미소를 되찾길 기도한다.
*출처: 해피타이
#2014-05-23 12:52:51 태국 뉴스/여행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