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택시 - 미터조작사기 당한 경험담.
스마트폰과 구글맵 그리고 태국의 저렴한 데이터패키지 상품의 결합으로 인해서... 여행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여행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택시를 타고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라는 보고는 예전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기계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에서 택시타기’란... 사실 여행의 스트레스지요. 숙소나 투어처럼 사전에 꼼꼼하게 알아보고 선택하여 예약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길 위에서 무작위로 택시를 세워 타야하기 때문에 어떤 기사를 만나는가 하는 건 정말 복불복이니까요.
우리는 얼마 전에 방콕에서 택시를 타면서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던 미터사기를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었어요. 택시 안에서는 열이 적잖이 받았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그것도 나름 ‘경험치 획득’으로 생각할 수도 있네요.
일단 이동구간은 방콕의 카오산에서 돈므앙공항까지입니다. 퇴근시간은 좀 넘긴 8시 경에 탔는데 길이 거의 막히지 않았습니다. 딘댕에서 돈므앙까지는 고속도로를 타서 이용료는 70밧 따로 주었지요.
택시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다가...또 미처 쓰지못한 데이터 쓰느라고 스마트폰 보다가 하는데
공항 몇킬로미터 정도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요왕이 말합니다.
“이 택시미터 이상하다. 미터기가 너무 빨리 올라가고 있어...”
으응? 그제서야 미터를 보니 벌써 요금이 200에 육박하고 있고요, 정말인가 싶어서 미터를 응시했더니 과장 안하고 1초마다 요금이 2밧씩 올라가요. 제가 초 단위 딱딱 변하는걸 잘 짚는 편인데요 정말 1초단위로 미터가 뿅뿅 올라가는 거에요.
그때부터 우리끼리 이상하다고 쑥덕거리며 이야기도 하고 대화중에 미터미터 이런 게 많이 들어가게 되었죠. 웃긴게 기사도 한참 미터를 올려대다가 이런 분위기를 눈치를 챘는지 공항에 거의 다 와서는, 아까는 초단위로 움직이던 미터가 450밧 언저리에서 또 한참을 정지해 있습니다. 결국 공항청사 앞에 도착하니 미터에 요금은 470 정도가 나왔는데요,
근래 이용해봤던 이 구간의 택시 요금은
돈므앙 –> 카오산 220밧
카오산 -> 돈므앙 195밧
카오산 -> 돈므앙 210밧
카오산 -> 돈므앙 230밧
카오산 -> 돈므앙 220밧 이렇게 나왔습니다 .
도착 후 요왕이 택시안에서 기사에게 말합니다. 짧은 영단어로 단호하게 말하는 게 좋겠지요.
“이 미터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빠르게 올라간다. 나는 이 구간을 많이 이용했다. 보통 200~230밧 정도 나온다. 이 요금은 이해할수 없다.”
여기서 저는 혹시나 불미스런 일이 생길까봐 폴리스를 찾는 시늉을... -_-;;
기사 왈... 눈을 꿈뻑이면서 모른다는듯이
“what? what? 이 요금이 맞다. 하지만... 그럼 300밧으로 깎아주겠다. 300밧 내라.”
택시기사가 미터요금을 깎아주다니 당연히 미터사기임을 자기가 자인한 셈
우리는 그때 잔돈으로 250밧과 천밧짜리 몇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300밧도 충분히 줄수 있는 액수이지만 천밧짜리를 준다면 기사가 순순히 거슬러줄지도 의문이고 처음당한 미터사기가 괘씸하기도 합니다.
“아니 이 구간은 그 정도 금액 아니다. 우리는 이 돈 밖에 없다. 250밧이다.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이거 쥐어주고 택시에서 내려서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저 구간에 지불한 실제미터요금을 바탕으로해서 보아도 250밧은 절대 모자라거나 미진하게 준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질 나쁜 기사가 내려서 드잡이라도 할까봐 사실 청사 안으로 걸어들어 올 때 좀 심장이 쿵쿵대긴 했어요.
여행 잘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당한 예기치 않은 사건.
문제는... 미터가 이상하단걸 알아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 하는건데요.
미터 사기 인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할까 고민 할 때 택시 안에서 요왕이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지금 따져봐야 기사가 미안하다고 미터기를 정상으로 바꿀리도 없다. 우선 안전하게 공항까지 가자. 내려서 얘기하면 되니까...”
솔직히 말해서 저 혼자 이용했다던가, 아니면 동행이 있다하더라도 여성 2명인경우....
그리고 인원수가 많다할지라도 가족여행자 라거나 태국여행에 익숙치 않은 상황이라면 택시미터가 좀 이상한걸 알면서도 그냥 그돈 주고 내렸을 것 같습니다. -_-;;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고 상황이... 그러하다는거죠. 이건 제가 좀 겁이 많아서 일수도 있겠고, 휴가의 마지막 순간을 입씨름하느니 그냥 200밧 정도 팁으로 줬다 생각하고 약간 쓴웃음 지으며 마무리 하고자 하는 맘도 있겠고요. 남의 나라에서 알면서도 당하고 뭐 그런거겠죠.
하여튼 뭔가 속 시원한 후기는 아니지만... 이러한 사례도 있더라 뭐 이런 끄적거림으로 봐주시길요
아래 영상은 택시승객이 미터조작 택시를 탄 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방송국에 제보한 내용입니다.
https://youtu.be/7_w197Ov2FY?t=1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