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올래? 1
안녕하세요...
4월 30일~5월 4일 제주도 다녀왔습니다...
작년 10월에 제주도 자전거 일주하면서
올 4월초에 다시 오마 했는데,
말일이 되어서야 겨우 약속을 지켰네요...
여기에는 사연이 좀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부부가 있는데,
이 부부가 5월 초 황금연휴 때(일본은 2주일가량)
한국 온다고 해서 함께 경주로 여행 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고대하던 아내의 임신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한국행은 취소...
그래서 부랴부랴 우리 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연휴가 제법 되는지라 해외로 뜰까싶어서
태국이냐, 필리핀이냐를 궁리하고 있던 차에
문득 작년 10월의 다짐이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올레’에 대한 관심도 있고...
그래서 행선지를 제주로 급 결정하여 항공권을 알아보니
원하는 날짜는 전부 매진... ㅜㅜ
그러나, 하루 종일 인터넷을 헤맨 끝에
4월 30일 오전 8시 20분 김포-제주 이스타 항공,
5월 4일 낮 12시 20분 제주-김포 제주항공,
이렇게 예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금액도 2인 왕복 23만원대의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했구요...
(참고로 대한항공도 표가 있었는데 33만원이었습니다...)
교통편을 해결했으니 이제 숙소를 알아볼 차례...
제주 올레 홈페이지(http://www.jejuolle.org/)에 들어가서
추천 숙소를 찾아 연락을 해보니(10군데 이상 연락해봤습니다...^^;)
4월 30일은 방이 있는데 5월 1일부터는 full! full! full!
노숙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던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투숙객을 ‘평일날 혼자 오시는 여성 올레꾼님’으로 한정하고 있었지만,
지금 숙소 전쟁 중인데다가
와이프와 함께 가는 여행인지라
염치불구하고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물론 와이프가...)
그런데, 복병은 ‘혼자 오시는 여성’이 아니라
‘평일날’이었다.(갑자기 반말 투로 급 변경... ^^;)
왜냐하면 그 방은 아드님이 쓰는 방인데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드님이 주말과 공휴일에는 집에 오기 때문에
그 방도 결국 4월 30일 하루밖에는 쓸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노숙...으로 마음을 굳힐까 하던 차에
답장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저희 집 근처에 다른 민박집도 여럿 있으니 와서 구해보세요’
더 이상 숙소 문제로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일단 하루는 이집에서 묵기로 하고
다음 숙소는 가서 찾아보기로 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일정을 짜고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먼저 코스 짜기...
우리 부부는 등산이나 트래킹은 평소에도 웬만큼 해봤기 때문에
난이도보다는 주변 경관을 코스 선택의 우선순위로 했다...
그래서 올레 홈페이지의 글들을 참고로 다음과 같이 일정을 짰다...
하루에 한 코스씩 3일 동안 7, 8, 9코스를 돌고
하루는 한라산 등반이나 휴식...
하지만 언제나 일정은 일정일 뿐...
현지에서 급 변경되어 최종적으로 우리가 진행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날 : 오전 9시 20분 제주 도착
오전 11시 숙소 도착, 체크 인(?)
오후 1시 7코스 시작
오후 5시 7코스 끝
둘날 : 오전 10시 8코스 시작
오후 4시 8코스 끝
셋날 : 오전 10시 7-1코스 시작
오후 1시 7-1코스 중도 포기, 찜질방~
넷날 : 오전 김영갑 갤러리 관광
오후 이중섭 미술관 및 서귀포 시장 관광
막날 : 낮 12시 20분 제주 출발
결론적으로 부부가 걷기에는 하루 한 코스가 적당했다...
만약 나 혼자 갔더라도 하루 한 코스 정도 걷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취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걷기만 하기에는 날씨와 풍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에는 코스 소요시간이 평균 4~5시간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보다 30분~1시간 정도 일찍 끝났다...
이것은 가이드북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 부부의 발힘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
5월 2일에 7-1 코스를 중도에 포기한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코스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 자세한 내막은 다음번 글에서 밝힐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여행은 대만족이었다...
코스 선택은 괜찮았다...
각기 일장일단이 있는 코스였다...
7-1 코스에 대한 실망도 우리 부부의 주관적 판단일 뿐,
선입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마 트레킹 초보자에게 가장 좋은 코스가 7-1 코스일 것이다...
준비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이다...
올레 홈페이지에는 의견들이 다양했는데,
우리 부부는 등산화를 신고 갔었고,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 이틀 이상 올레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가는 게 좋다...
양말도 두툼한 것으로 준비하고...
옷은 걸을 때는 더워도 쉴 때는 바람이 제법 차므로
여름에도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게 좋다...
필수준비물 중 하나가 모자 또는 썬 블록 로션이다...
나는 걷는 내내 모자도 안 쓰고 썬 블록 로션도 안 발랐더니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려서 고생 좀 했다...^^;
숙소도 우여곡절 끝에 처음 예약한 집에서 4박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이 집은 제주도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집이 될 것이다...
특히 아침마다 정성스레 차려주시던 정갈한 밥상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막도 다음번 글에서 밝힙니다...^^;)
와이프는 작년 가을의 자전거 여행보다 이번 올레 여행이 더 좋았다고 한다...
나는 서귀포의 돼지두루치기 식당이 이번 여행에서 건진 최고의 수확이었다...
현재까지 개발된 올레 코스는 총 12코스이다...
앞으로 올레 코스는 속속 개발될 예정이다...
숙소 주인분이 극찬하던 12코스를 가보기 위해
우리 부부는 조만간 다시 제주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 같다...
자, 이제 제주도 올레가 슬슬 궁금해지십니까?
본격적인 올레 이야기는 다음번 글부터입니다...^^;
***올레란,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작은 골목길’을 뜻한다.
중세어로는 ‘오라’ ‘오래’이며, ‘오래’는 문(門)을 뜻하는 순우리말 ‘오래’가 제주에서는 ‘올레’로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제주 올레’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 ‘제주에 오겠니?’라는 이중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바람 부는 섬, 제주의 올레는 구멍 숭숭 난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불어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 돌담길의 미학을 보여준다.(제주 올레 홈페이지에서 발췌)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
*올레꾼을 반겨주는 이정표
*올레 코스에는 별다른 안내판이 없다... 돌이나 길 위에 이렇게 푸른색 화살표가 경로를 알려주고 있을뿐이다...
*걷다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만나고...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길도 만나고...
*이렇게 울퉁불퉁한 돌길도 만나고...
*이렇게 고즈넉한 들밭길도 만나다...
*숙소에서 아침마다 차려주던 밥상...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았다...
*제주를 사랑했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체취가 남아 있는 두모악 갤러리...
*제주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천재화가 이중섭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