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레벨에서...

홈 > 소모임 > 좋은생각
좋은생각

미드레벨에서...

포맨 11 497



Chris De Burgh / Lady In Red

비가올듯이...무척 꾸물거리는 날씨였습니다.

센트랄 어디쯤 걷고 있었는데.....

포맨은...왜 맨날 걷기만 좋아하는건지.....


국제도시답게.....
여기사는 외국인도 많지요.
에스컬레이터에 올랐습니다....거왜...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자동보도.....

우린....홍콩...하면 느와르NOIR만 생각나서 그런지...도시자체가 허무해보이지요...
사는사람들도...집들도.....
이렇게 오락가락...세우라도 오면 더 그렇습니다.
중경삼림의....지친 여자의 아이세도우 번지며 창가에 기대어 우는.....
그런얼굴에 비치며 지나가는 창문 환한 전철의 공허한 울림....

비단 홍콩반환이니 어쩌니 하는 귀찮은 정치적배경보다도.....
홍콩은...너무 건조합니다.....가습기도 없는데.....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가면서 소득에 따른 홍콩 사람들의 주거형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올라가는 곳곳에.....조그만 빠가 많지요...

유심히 봅니다.
뭔가 있을거 같아서.....

가끔은....말상대해주는 아가씨가 있는것도 같군요.....

꼭대기까지 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관광용이 아니라서 일상사람들의 모습을 접할수 있는 이런 거리가 좋네요.

내려오다가...
옆길로 샙니다.
만두가게가 있네요....배고프다.....근데 저거...완탕같이 느끼하지 않을까....

중국에 가면.....만두 종류가 무척많지요.
식탐하는편은 못되서...
그저 남들 먹는거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이름을 기억못합니다만,
홍콩도 중국이라는건 불문가지....
만두가게에 앉아 교자만두같은것을 주문합니다.

종업원이...꼭 주성치의 [소림축구]에 나오는 만두빚는 '조미'처럼 생겼네요....
만두를 보고....영화를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연상작용입니다.
흔히 콧구멍하나만 비슷해도 닮았다...라고 생각할수 있지요.
예쁘단얘기가 아닌건 아실겁니다.

여기...
조미 '성형전'처럼 생긴아가씨.....

"어디서 왔어요?...."

외국인천지인 도시에서 외국인이 만두먹는모습도 그리 신기하지 않을텐데.....

"한국....."

그럴게 대답하면서도....속으론....

(난.....조미보다는 구숙정이 좋은데.....을마나 샥시한 입술인데......
구숙정 닮았으면 어떡해서든 데이트 신청할텐데....)

....별 쓰잘대기없는 상상을 하고 있다.....
....왜...?..이왕 상상의 나래를 펴는김에....주인아줌마는 관지림에...배달부는 임청하....
지나가는 여자는 장민........응?....뭐라고?...

입을 삐죽이던 그녀....일도양단...

"거짓말....."

전혀 예측치 못한 대답이 나옵니다.

포맨:왜 그렇게 생각하지?....

조미:얼굴이 까매서....

-_-;

.....
음....얼마전에 치앙콩에서 헤매던거 눈치 챈건가.......

포맨:나...사실은 홍콩사람인데.....
바바...시계도 보시니고...
청룽도 잘아는데......저우룬파도 잘알고.....홍콩할매도 알고.....
(물론 잘안다..이 친구들 영화는 다봤다....고로......알기만 할뿐이다....-_-;)

조미:그짓말....말레이 사람같아.....

포맨:....헉.....

(정글에서 구박십일있다가 나와 태국사람같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말레이사람같다는 말은 처음이다.
물론 우리의 어설픈 조미....말레이시아 한번도 안갔다온게 분명하다....
말레이인들은....

다른 동남아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체형과 골상을 지녔다....)

조미:바바...내말이 맞지?.....하하....

'....'

(기가막혀서 그런다...구별도 못하는 자갈 같으니라구........)

눈빛을 보니....농담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언어탓인지 몰라도 뉘앙스를 자주 놓치는 경향이 있다...


포맨:아씨~ 코리언 맞다 그러네....하나둘셋넷다섯.....맞지?....

조미:그런건 나도 한다....이찌,니,싼,씨,고,로꾸....
....-_-

포맨:.....아~ 넨장.......한국맞다니깐......한국.한국.한국......

슬슬....이 아가씨도.....나도.....이런 대화를 즐기고 있는건지도 몰랐다.

조미:어디묵어?

포맨:...한국.한국.한국......헉헉..엉?.......
.....침사추이....

조미:페닌슐라?
포맨:"..." 아니 그 옆.....
조미:쉐라톤?....
포맨:아니...그옆.....
얼렁뚱땅 답하고 보니....그옆의 옆은....바다속이다....-_-

(한국 워커힐에도 못 묵어본놈한테 자꾸....)

............
이 아가씨....예쁘진 않아도 웃음하나는 시원하다.
꾸미면....예쁠거 같기도 하네.....
(자꾸 소림축구의 조미쪽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주인장 눈치볼때도 됐을텐데.....개의치 않네.....오히려 주인인듯한 아줌마는
실실 ...
웃고만있다.

아씨.....무쟈게 느끼하네...아줌마 후추~~~~~
괜한 소리 한번한다....

조미:내일도 또 오면 맛있는 만두 줄께.......

포맨:안와~ 말레이시아로 돌아갈거야.

조미:하하하...

가게를 나서면서....말버려 한대 빼문다.

내려다보는 골목사이로....스타페리선착장이 보이고....기하학적인
샹하이은행건물도 보인다.
좁아터진 골목길들....

이 골목을 돌아서면.....주성치가 런닝바람으로 가로등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것도 같고....

저리로 내려가면 장백지가 눈물흘리며 누군가를 찾아 뛰어갈것만 같기도하다.

저기 전화부스에서는 장국영이 피를 흘리며 아가에게 전화하고있을것 같기도하고,

저 건물안에서는 금성무가 앙다물고 돼지한테 안마하고 있을거란 생각....

저 고층건물 옥상에서는 유덕화대신....양조위가 마약거래를 하고있으리라....

횡단보도에 서면 트렌치코트에 노란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임청하가 맞은편 신호등 밑에 서있을거란 착각도 든다.

..............
......
..
.




젠장....홍콩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_-;

그렇게...홍콩은.....
건조하고.....네모지고.....퇴락한 느와르의 도시로 남아있네요.....

그리고.......그 어설픈 조미는.....

아직도 만두가게에서... 오는 외국인들마다 말레이시아 타령하고 있을까.....
11 Comments
rena 2006.08.18 02:04  
  ㅎㅎ정말 홍콩영화의 한장면을 보는거같네요
같은홍콩을 보면서도
르노와르식에 슬로모션같은 글솜씨가 부럽네요

미드레벨.... 유명한것만큼 길기도했지만
일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볼수있어 좋았어요
중간중간 정말 어디선가 마약상들한테 쫓끼는
유덕화가 튀어나올껏만같은 느낌..ㅎㅎㅎ

만두...
만두를 빙자한 아가씨의 유혹...
어떡할까하고....머리를굴리는..포맨
흐흐흐~~~
이수연 2006.08.18 09:38  
  ^^.. 글을 읽고 있다보니...

어느새 이곳이 태사랑이 아닌 '레이소다'인줄 순간 착각에

빠질뻔했네요... 사진도...음악도.. 글도...

열대야가 사라진 아침... 너무도 신선했어요...^^

좋은 주말 되세요...

꼭 한번쯤... 사진속의 저 거리를 걷고 싶네요....
슬픈하늘의눈 2006.08.18 10:34  
  진짜 멋있는 사진입니다.
저런 느낌의 사진은 항상 뭔가를 시도하고 자꾸 나가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느낌입니다^^ ㅋㅋㅋ
아웅..
세뱃돈 2006.08.18 14:19  
  ㅋㅋ 재미있어하믄 안될려나 ㅋㅋ
주성치보러..
 눈 감고 상상나래 펼치봐야긋네~~~여
jjamlong 2006.08.18 17:53  
  지난 5월에 다녀온 홍콩이 갑자기 그리워 집니다.
음악도 좋고, 사진도 참 좋습니다.
포맨님의 글에 달아서 홍콩사진 올려도 될까요?
포맨 2006.08.18 19:50  
  하하하...
사진은 제사진이 아닙니다. 빌려왔습니다.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홍콩과 중국갈때는 출장일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카메라갖고 가지 않습니다. 물론 짜투리 시간남을땐...그림 나오는거리에서 셔터대신 담배만 피웁니다...

레나님 저 아시는 분이죠?....당췌 어느분인줄 알아야지....-_-
...
하여간 혼자 가랑비 맞고 돌아댕기는 홍콩은 참 쓸쓸합니다...

rena 2006.08.19 02:21  
  ㅎ아닙니다
얼굴본적없지요...
푸켓오시면 쇠주한잔합시다
필홍.. 2006.08.19 22:40  
  저런 곳에 있으면
사진에 담고 싶어져야하는데,

떡하니 앉아
육포 참기름에 찍어
맥주 한 잔부터 하고 싶어지니,

맨날 카메라는 메고만 다닙니다.

그러니 도망가는건 실력이고
느는건 이거하고 이거하고 이거하고
입니다.

카루소 2006.08.21 00:17  
  구숙정은 가슴이 이쁜배우 아닌가여,,?
조미가 머리를 빡빡 밀고 소림팀 골키퍼로 나서며,,수줍어 하는 모습
물론 손으로 머리를 만지면서 주성치를 바라보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 납니다,,ㅋㅋ
인태산 2006.08.21 00:57  
  역시 포맨님이글을 올리시니 많은 펜들이 몰리는구려. 그날은 자리를 먼저떠서 미안함 언제만나 그때는밤새 한잔을...
우리쑹이 2006.08.21 20:01  
  항상 포맨님의 글을 읽다보면
한적한 시골보다는 북적이지만 그속에
사람사는 모습이 녹아있는 도시가 생각이 납니다...

너무 오래되서 창고속에 처박아 둔듯한 낡은 비디오를 꺼내
철지난 르와르 한편을 봐야 잠이 잘올듯 합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