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속의 반지

그와 사귄 지 벌써 2년째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정 나를 사랑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요. 

그건 바로 그의 서투른 표현 방식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싫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가끔은 내가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졸업을 앞둔 그와 마지막이 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내게 뭔가 확실한 대답을 주면 좋읗련만, 

그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자기가 살던 자취방 열쇠를 주며 

“이거 네가 가지고 있어. 

내가 없는 동안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가끔 청소도 하고, 몸조심 해.” 

라는 말만 남기고 고향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그런 그가 미워진 나는 

방학동안 묵을 곳이 없다는 선배에게 

아무 생각 없이 그 열쇠를 맡겨 버렸습니다. 

그런 내가 고마웠는지 선배는 

한 달에 고작 편지 한 장 겨우 써 보내는 그와는 달리 

하루 한 번 이상은 꼭 전화를 해서 

내 안부를 물었습니다. 

내게 세심한 관심을 보이는 선배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한 나는 

방학이 끝날 무렵 그에게 이제 그만 만나자는 

짧은 편지 한 통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나를 소홀히 여긴 

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얼마 후 나는 결혼을 했고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신혼여행길에서 나는 문득, 

전부터 궁금했다며 선배에게 

왜 갑자기 나를 좋아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았지요. 

선배는 내 질문에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게 열쇠를 받은 날 청소를 하다가 

냉동실에서 네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거든. 

얼음 속에 담긴 이 은반지하고 말이야.” 

선배가 건네 준 코팅이 잘된 작은 종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사랑한다는 한마디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이곳에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얼음이 녹아 이 반지가 당신의 두 손에 담겨 지면, 

내 사랑도 함께 전해지길 바라며…” 


-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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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표현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표현하지 않아 떠나보낸 그 남자도...


그 마음 알기도 전에 떠나야 했던 그 여자도...


가슴 한 켠이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