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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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의 낮과 밤...

카루소 2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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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의 낮과 밤

권혁웅


불혹은 일종의 부록이거나
부록의 일종이다

몸 여기저기 긴 절취선이 나 있다 꼬리를 떼어낸 자국이다 아무도 따라 흔들리지 않았으므로 몸은 크게 벌린 입처럼 둥글다 제 자신을 다 집어넣을 때까지 점점 커질 것이다 저녁은 그렇게 온다

자다가 깨어날 때에는 꼭 뒤튼 자세다 작은 물길 하나가 여기저기 부딪혀 흘렀다 내 등본은 패이고 깎여나간 것 투성이다 삼각주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없으므로 침대는 먼데서 날아온 것들로 버석거린다

내 방은 우물이 아니어서 돌을 던져도 아무 소리가 안 난다 새벽은 절취선처럼 온다 일렁이는 빛이 다 물살이다 그걸 마저 뜯어내거나 바닥에 닿으려면 몇 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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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당선
1997년 문예중앙 시부문 당선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등

2 Comments
필리핀 2008.03.08 12:44  
  이 사람... 시와 산문의 중간 형태의 글을 쓴다던 사람이군요...
지금 한양대 교수로 있을 걸요 아마???
카루소 2008.03.10 00:26  
  필리핀님도 작가시라서 잘아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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