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산골 촌놈 사는 곳 / 편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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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산골 촌놈 사는 곳 / 편지 글

세뱃돈 4 480

그동안 잘 있었나? 친구.
언젠가 자네가, 자네 아들과 며느리 자랑 삼아
몇 억(億)짜리 아파트 한 채 마련했다고 대견해 하며
1억(億)이라는 '돈' 가지고는
그곳에서 전세(傳貰)집 얻기도 어렵다고
은근슬쩍 자네 어깨에 힘깨나 주었었지?
그런데 말이네, 이 사람아!
이곳에서는 1억(億)이라면,
그냥 퍼 먹어도 좋을 맑은 물 흐르는 작은 계곡 옆에
약 200평~300평 정도의 대지(垈地)를 마련하여
25평~30평 정도의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 수 있으니, 글쎄...
그곳이 더 좋은 것인지 이곳이 더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네.
아 참! 자네 낚시 좋아하지?
이름난 수 십 만평 넓은 호수에서 피라미 몇 마리 잡은 낚시꾼과
이름 없는 작은 저수지에서 뼘치 붕어 한 마리 잡은 낚시꾼과
누가 더 멋진 낚시를 했다고 해야 되겠는지...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군.

자네가 사는 그곳에서
'개도 안 물어간다'는 그 '돈'이라는 것 좀 넉넉히 가지고 있고
알량한 지위(地位) 권세(權勢) 잠시 누리고 있다고
사람을 사람으로 볼 줄도 모르면서 뽐내고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루 10끼씩 먹는 것도 아닐 것이고
100년 1000년을 사는 것도 아니련만
왜들 그렇게 우쭐대고 지지고 볶고 아우성치며 사는지
이 촌놈은 도대체 이해(理解)를 할 수 없다네.
그곳 사람들이 세끼를 먹으면 이곳 사람들도 세끼를 먹고,
그곳 사람들이 고기를 먹으면 이곳 사람들도 고기를 먹고 산다네.
아니지, 오히려... 그곳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기름기 잘잘 흐르는 쌀밥, 야들야들하고 싱싱한 채소를
이곳 사람들은 보통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네.
또 요즈음, '웰빙'인가 뭔가 야단들 하면서
'유기농' 식품이다 '운동'이다 뭐다 건강(健康)에 좋다는 것은
두 눈 부릅뜨고 핏발까지 세우며 야단들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밥 상 차려놓고 잠시 텃밭에 나가 뜯어온 싱싱한 채소를
이미 옛날부터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먹었고,
산(山)으로 들로 논으로 밭으로 나물 뜯으러 다니고 일하러 다니면서
좋은 경치 눈 요기(療飢) 삼아 깨끗한 공기(空氣) 마시니
아까운 돈 들여가며, 일부러 운동(運動)할 필요도 없단 말일세.

그리고, 이곳 사람들 답답하고 무지(無知)하게 산다고 깔보지 말게.
그래도 이곳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답니다'라네.
이곳에도 TV 없는 집 없고 컴퓨터 없는 집 없으며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넷티즌'이라 이 말이네.
[참, 우리 집에는 내 성격이 별(別)난 놈이라 TV를 없애버렸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서
각 가정의 차량(車輛)수를 조사한 일이 있었는데
가구 수(家口 數) 보다 자동차 수(數)가 더 많더군.
또... 이곳 초등학교는 총 학생 수가 80여명 밖에 안돼
학생 수 수 천명의 그곳 학교와는 비교가 안되는 작은 학교이지만
9인조 '록 밴드'가 있어 그 유명세(有名稅)가 보통이 아닐만큼
아이들 교육 수준도 상당하다네.
그것뿐이 아닐세.
이곳 주민들 가운데에도; 박사(博士) 의사(醫師) 회사 사장 등
자네가 일가친척 이름 대가며 자랑하던 그런 사람들도 많고,
자네 아들 직급(職級)보다 훨씬 위의 공직자(公職者)들도 많다네.
그러니 이곳 사람들을
'답답하고 무지한 농사꾼'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겠지?

다만 몇 가지;
자네가 사는 그곳보다 이곳에 없는 것들이 있으니...
술 취해 밤늦게 길바닥에서 웩웩대는 사람들 없고
안 입었는지 벗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옷 입고
골 비고 돈만 있는 그런 자(者)들에게 몸 팔아 돈 버는 여인들 없고
한 병에 몇 만원 몇 십 만원 하는 비싼 술 파는 집 없고
'캬바레'니 '요정'이니 '도박장'이니 하는 그런 것들 없고;
집집이 모두다 울타리가 없고[동봉한 사진 참고 하시게],,,
그런 집들을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비워 놓아도
크게 도둑맞았다는 사건(事件) 또한 없고;
작년 말(昨年 末), 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거의 한 달 가량 집을 비웠었는데도
이웃 사람들이, 10리 이상이나 되는 먼 곳에서까지 일부러 와
주인 없는 집 홀로 지키는 우리 강아지 밥을 챙겨 주었다네.
물론, 철없는 아이들 짓으로 보이는
경미(輕微)한 도난문제(盜難問題)는 이곳에도 가끔 있기는 하네.
다만, 극장이나 예술회관 같은 같은 문화 공간과 시설이 없고
종합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몸만 건강하다면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 없으니
그럭저럭 살기에는 오히려 그곳보다 이곳이 더 낫지 않은가?

그러니, 이 보게 친구!
아들 딸 사위 며느리로부터 '잔소리꾼' 눈총 받아가며
복작대는 도시에서 애써 태연한 척 하지 말고;
무더운 여름이면,
흐르는 계곡물에 벌거벗은 몸으로 벌러덩 들어누어
하늘의 달, 별 친구삼아 목청껏 큰 소리로 노래 한 곡 뽑아도
어느 누구 하나 잔소리하는 이 없어, 오히려 홀로 멋적어지는
이 산골 촌놈 사는 곳으로 하루라도 빨리 내려옴이 어떻겠는가?
자네가 오겠다고만 하면, 적당한 터 내가 물색해 보겠네.

다음에 다시 볼 때까지, 그저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게.



- * 저 절 로 * -



4 Comments
카루소 2006.02.24 00:44  
  언제 갈까나...?
욕심을 버리는날 그곳엔 내가 있겠지...ㅎㅎㅎ
pori 2006.02.24 13:10  
  한적한..전원에서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이십년후쯤의 내모습이려나..
콩밭메고..고추따는..ㅋㅋ

칼소오랍은 뭐할껴??
소똥 치울껴ㅋㅋ
카루소 2006.02.24 23:31  
  소똥으로 포리네집 지어서 줄겨 ㅋㅋㅋ
포리는 고향이 청양이라더만,,역시 고추 따는구만,,^^**
필홍.. 2006.02.27 00:29  
  나같은 사람은 여기가면
뭐하며 살 수 있으려나 ???

그림도 안되고, 글도 안되고, 노래, 춤도 될려나 ?
농사는 ? 할 줄도 모르고 돈도 없고,

어디 갈데가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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