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그후 1년.. (지난 2월에 모 잡지에 게재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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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그후 1년.. (지난 2월에 모 잡지에 게재한 글)

jjamlong 17 639
아래의 글과 사진은 지난 2월에 모 시사월간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좋은 생각의 봉사활동 지역이 카오락으로 변경 되는듯 해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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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트라 근해의 해저지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했던 쓰나미가 온지도 어언 1년..
수많은 이재민과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카오락과 피피를 찾았다.
카오락은 푸껫에서 130 키로미터 북쪽에 있는 곳이고,
긴 백사장과 최고급 방갈로들이 있던 휴양지였다.
피피 역시 고급 방갈로와 아름다운 해변이 있던 휴양지였고,
수많은 여행객이 찾던 곳 이다.

카오락은 아직도 예전 모습을 찾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파괴된 숙소 건물과 그 철거로 인해 썰렁 하다못해 괴괴한 적막감마저 도는데다,
휴양객마저 없어 더욱 황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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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피해가 컸다는 방니앙 비치의 산자락엔 아직도 해양경찰선의 813호가 그대로 있었고,
해변으로 통하는 길은 접근금지 된 곳이 많았지만,
공사용 트럭들은 통과되는 모습을 보니 복구가 한창인 모양이다.
산자락에 걸친 채 본분을 잊은 경찰선 주위에 쓰나미 희생자추모관이 세워질 전망이라는데,
지난 12월 26일에 있었던 행사의 흔적들이 지저분하고,
간간이 찾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생경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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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로 옮기기 전에 시신들을 모아둔 곳이 있던 자리엔 식당이 생겼고,
쓰나미 참사때 이곳을 찾았던 나는 또 다른 상념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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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니앙 해변으로 가는 길 주변에 흔적만 남아있는 집터만 봐도 그 참상을 가늠케 한다.
이 집터에 살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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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삭의 해변에서 사진을 찍던 중 울고 있는 아줌마를 발견하고 옆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한참을 있어도 옆에 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아,
가지고 있던 음료수를 한 병 권했다.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다 주변에서 피해가 제일 컸던 곳이 어디냐고 묻자,
다시 눈물을 쏟으며 방니앙은 거의 초토화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방니앙 해변으로 가는 곳곳은 출입금지가 된곳이 많았다.

이 아줌마는 쓰나미 재해당시 방니앙에서 식당을 했는데,
쓰나미로 네 식구를 잃고 지금은 정부에서 제공한 땅에 ITV(텔리비젼 방송국)에서
지어준 집에서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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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대한 애착과 긍지가 강했던지,
손님들도 많았고, 정말 예쁜 식당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아줌마는 얘기도중에도 몇 번이나 눈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얘길 그만둘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 끝까지 물어보면서도 정말 미안 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사망자가 5,000명 선이라는데, 실제는 얼마나 되나? 하는 질문엔 손사래까지 치며,
자기가 직접 본 시신의 수만도 8,000구는 되는데,
카오락 전역에서 몇 만구는 되리란다...

보상에 대해 묻자 사망자에 대한 보상금은 없었고,
완파된 집이나 가게에 한해 24,500밧이 지급 되었고,
그런 사람에 한해 1년에 510밧의 사용료를 내고 30년 동안 사용 할 수 있는 집이 제공되었다 한다.
그 집이 보고 싶어 가볼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앞장선다.

원룸식의 연립주택인데 방엔 침대 하나와 메트리스 하나,
장롱과 알미늄으로 만든 찬장 같은 옷장하나,
탁자와 의자두개, 텔레비전 한 대가 있었다.
전기밥솥이며 TV는 전부 ITV에서 제공한 거라고 한다.

이방인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알량한 돈을 손에 쥐어주고 집을 나섰는데,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음은 당연 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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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추모관을 만들고 대대적인 행사를 했던 반 남캠으로 가는 중 동네 한가운데에
어선 한척이 덩그마니 있는 게 아닌가?
쓰나미에 의해 이곳까지 밀려왔나 보다..
그러고 보니 파도에 밀려와 동네 한가운데 있는 어선들이 한 두 척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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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남캠은 태국인이 가장 많이 피해를 봤고, 사망자 또한 제일 많았다고 한다.
흔적도 없이 집터만 남아있는 곳이 유난히 많은 이곳은 전형적인 어항으로
많은 태국인들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고, 생활수준도 꽤 높은 곳 이지만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사상자가 있었다고 하니 거의 온 동네가 다 피해를 입은 것 같았다.

해변에 세워진 쓰나미 추모관은 자그마한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고,
난파된 배를 상징적인 구조물로 만들고,
뒤의 한쪽 벽에 사망한 태국인의 이름(말도 안 되게 적은 수..)과
희생자가 발생한 국적만 조그만 동판에 새겨져 있었고, 쓰나미 1주년 추모식의 내용도 게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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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모식엔 이 나라 수상까지 참석했다는데,
추모식에 무슨 놈의 대중가수공연이 있는 것인지...
또 영화배우가 온 게 뭐 그리 대단한 건지 누가 온다는 그 내용까지 게시 되어 있었다....
어느 외신기자가 쓴,
"정부는 희생자 추모가 아닌 흥겨운 행사에 골몰하는 등,
가족을 잃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감안하지 못하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해 쓰여 질 막대한 돈이 행사에 초청된 가수와 배우들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 내용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며칠 뒤 피피로 가기위해 배에 몸을 싣고 보니 대부분이 유럽인들인데,
예전과는 달리 가족단위의 외국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젊은 배낭여행객이 주를 이루던 피피 였으나, 무엇이 가족여행으로 변하게 했을까?
아마 며칠 남지 않은 풀문 파티가 열리는 팡안으로 발길을 돌렸으리라 생각 해 본다.

필자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 하는 건 그 아름답던 피피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피피가 가장 피피 다울 수 있었던 건,
순박한 사람들과,
조그만 골목길을 두고 시장과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고,
해변가엔 멋들어진 방갈로와 고급호텔들..
물에 담그기만 하면 파랗게 물들 것 같은 쪽빛바다와 수많은 물고기 떼..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피피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지난 1년 동안 피피는 별로 복구되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가장 안타까운게 이 와중에도 돈부터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는 게 급선무이긴 하지만,
텐트가 하룻밤에 600밧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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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 되었지만,
아직도 쓰나미의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로달람 만의 아직도 치워지지 않은 바위들 역시 카오락의 해변과 공통점인데,
그래도 피피는 많이 정리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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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인 잃은 방갈로의 이정표는 쓸쓸함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고,
사망자가 많았던 시장통 길은 누가 뭐라고 했을 리도 없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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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피피를 그래도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점이다.
굳이 리턴 투 파라다이스를 외치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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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달람 베이 한쪽 구석에 초라하게 만들어진 쓰나미 희생자 추모공원..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희생자의 명패도 몇 개 없었지만,
스쿠버 샵을 하던 아는 이의 가족사진도 있었고,
돌아가신 아빠에게 보내는 카드도 있어 숙연케 만들었다.
피피에서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도 있건만,
한국인의 명패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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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없기를 바라며..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와 그 유가족과 피해가정에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푸껫에서 잠롱..
17 Comments
r김삿갓 2006.08.25 13:09  
  마음으로 다가오는  아푼 내용이 찡합니다
다시는 이런 재해가 없어야 되겠지요
카오락의 모든것이 재건 되기를 기원 하면서 다시한번
쓰나미 참사로 인한 모든 유가족과 같은 슬품을 느끼면서
애도를 표합니다...
좋은.. 2006.08.25 13:57  
  잠롱님~빠르기도 하십니더~~^^꺼이
생각해서 관심가지고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바쁘실텐데..식사는 거르지 마시고 드시고요.
전화 다시 드리겠습니다.
하늘소 2006.08.25 16:44  
  jjamlong님 좋은자료  고맙습니다..
후반기 계획중 식구들하고 의논하여 카오락과 그 주변을
남부쪽 상설방문코스로 삼을까 합니다..
중부. 북부는 하고있으니..
일단 좋은..이 친구에게 선발겸 부담좀 떠 넘겼구요.

물론 jjamlong님 믿거니하고 베이스캠프는 푸껫이구요.
좋은..다녀오면 2차팀 바로 출발시키려 합니다.
제 눈으로 상당히 바쁘신것을 직접보앗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내려가는 친구들
잘 좀 부탁합니다...





깐순할배 2006.08.25 17:52  
  자료 잘 보았습니다............
전 회원은 아니나 좋은생각팀들께서 11월초에 계획되어 있으면
현지에서 합류하여 10일정도 셀파로 참여했으면 합니다만.......
주제넘게 한말씀했으니 양해바랍니다.
좋은생각 좋은일하시는 휀님들에게 신의 은총이 충만하시길...
포맨 2006.08.25 18:59  
  푸켓과 피피...그리고 카오락...끄라비
참 좋은곳인데.....

아직도 상흔이 남아있군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지방도 말할것 없겠지요....

하여간 좋은글 감사합니다.
하늘소 2006.08.25 19:17  
  깐순할배님 셀파라니요..별말씀을..중심에계셔야지요.
카루소/ 총무와 의논하여 깐순할배님 여행일정에
봉사일정을 계획하여 될수있으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의사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카루소 2006.08.26 00:54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 여러분께 애도를 표 합니다,,
jjamlong 2006.08.26 12:17  
  에구.. 좋은 자료라고 말씀들을 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이 친구는 개인적으로 안 지가 5년정도 되었습니다.  ^^;;
선발대(?)로 좋은..님이 오신다니 더없이 반갑습니다.
7월에 봉사활동에 참여키로 했다 못 간 죄.. 이번에 갚겠습니다.

하늘소님..
최선을 다할테니 너무 염려 하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하늘소 2006.08.26 18:20  
  혼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획이 잡히는데로 수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임효진(피피) 2006.08.27 01:14  
  사진을 보니 다시금 피피의 예전 아름다웠던 모습이 생각나네여..맘이 아프네여..
희생자 분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정말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어야할텐데...
항상 열심히 묵묵히 봉사하시는분들...넘 넘 존경스럽습니다...
우리쑹이 2006.08.27 14:44  
  복구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이런일이 정말 다시는 다시는 안일어나야 하리라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피피,,, 카오락,,, 그곳에서 잠든이들에게
삼가 명복을 빌어봅니다.
좋은.. 2006.08.27 17:48  
  잠롱님이 계신곳이고
잠롱님께서 이리도 챙겨주시니
다소나마 안심은 됩니다만...^^;;
하여튼 작은힘 모아 한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잠롱님~^^울하늘소님이 잠롱님을
많이 사랑하시는 냄새가 폴폴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두분의 사랑?@@행복 나누시는 모습.
샘내면서 지켜보겠습니다.ㅋㅋㅋ

하늘소 2006.08.28 14:23  
  좋은..출발일 결정되면 글이나 리플 올리시게나..
pori 2006.08.28 17:39  
  눈물 흘리는 저..아주머니 얼굴에
근심걱정 사라지고..웃음을 되찾을수 있게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랍니다!
피피..넘 좋은곳인데..
다시 들어갈때는 예전모습으로 만나고 싶네여..

좋은..님이 수고좀해주삼^^
마음만은 보태께요!!
좋은.. 2006.08.28 19:26  
  하늘소님 엄몀을 실행코자 지금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빈병줍고 있나이다.

포여사~맘만 보태지 마시고..
친구야가 뱅기타는데 밥있는 김밥이라도 싸서
마중을 나오시는 것이 예우가 아니것소?ㅎㅎ
미나누이와 당신은 내가 지켜볼테다...ㅋㅋ
미나누이는 삶은계란에 소금마이~~~
식보이 2006.09.05 10:17  
  쓰나미 발생후 정부지원으로 태국으로 파견되어진 토목분야  volunteer 였습니다. 쓰나미의 참상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오감으로 체험했다고 할수 있죠. 그리고 쓰나미 1주년은 못갔어도 100일기념 행사에도 참석했었고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 큰 시련을 이겨내는게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의 법칙아닐까요.
제가 파견되어진 시기가 쓰나미가 있고나서 2개월정도 지난시점이었지만 그들은 현재 삶아가는 과정만이 중요했습니다..
그들에게 계속 원조나 봉사의 목적으로 그들 삶의 힘들었던 삶을 들추어 내는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행사가 진지하지못하고 경망스럽다고 하지만 그런일은 저희 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력동원을 위해선 행사의 주목적이 추모이겠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국가적 행사를 치르기엔 모양새가 안나오겠지요..
이건 일반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행사주관자의 맘이 서로 틀리기 땜에 보일수 있겠습니다.
여튼 이 카페에 첨 들려서 이런곳도 있었나 하고 호기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글구 세상에 생각을 같이 하는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것도요.!!
Miles 2006.09.06 05:10  
  지금 피피는 복구가 많이 되는 중 입니다.

피해입은 가족들한테 정부에서 깨끗한집도
해변가에 지어주고 있는중이구요.

근데 숙소값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어요.
지나가다 보이는 팻말많이 그 흔적을 보입니다.

이번에 피피에 들어가면가면 한국인 희생자분들의
추모....흔적 이라도 하나 만들어 놓고 와야 겠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