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여행중입니다.
이름 없는 어느 별에서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지구여행 티켓을
한 장씩 주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별, 지구여행은
그렇게 착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여행티켓입니다.

청빛, 지구는 아름다웠지요.
허한 바람을 걷어올려
날아오르는 새는 신비였지요.

풀과 나무는 모두 꽃을
피우더군요. 푸른 제 몸을 뚫고
나오는 꽃은 환희지요.
맹물로 생명을 길러 꽃을 피우는 것은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기쁨과 슬픔, 우울과 웃음을
번갈아 만들어내는
사람과는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죽어 가는 것이 아름다운 줄
단풍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내 여행의 끝자락에는
그리움만 맑게 고여있어야 하는데…

가슴속에서 산을 몇 번이나
쌓았다 허물어도 산은
한 곳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사랑할 권리는 지구여행에만 허용되는
참으로 귀한 감정인데
사람들은 잊은 듯 합니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지구여행기간 뿐입니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자신의 길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특권이.
실패도 아름다움이 되는 것은
지구에서만 있는 일이지요.

이번 여행에서 풀과 나무와 숲과
살아있는 생명들을 보았지요.
쉽지만은 않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랑에 의해 비로소
웃자라는 나무였습니다.
지구여행티켓은 행운의 여행권입니다


[시집, 신광철의 <늑대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