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Love of a lifetime / Firehouse
고산족 마을에 갔다가 오는길이었다.
...
뭐 북부 어디나 그렇듯.....
땅이 참 좋다.....
황톳길.....마치.....'전라도 가는길'에 나오는.......
붉으스름한......바짝마르면 먼지깨나 피워대는 그런길........
오늘도 '애기 하나 먹고...' 다리 질질 끌면서 걸어간다.....
....................물론....전자는 못하고 후자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
앗.....
저기 마을발견.....
잘됐다....물 좀 얻어먹자.....
비교적...저지대에 위치한 마을임에도.....
개노무시끼들만 포맨을 반길뿐...인기척이 없네....
그러나....모퉁이를 돈순간.....드뎌 발견......일명...
축사로 위장한 학교.....
보통 고산족마을엔 정규학교가 없고...몇개마을을 묶어 교실 한두칸짜리 학교가
존재한다. 그나마도 못하면 위와같은 야전막사 같은 엉성한 교실 한칸 마련해놓고
애들을 가르친다. 선생님은 좀 사는 마을이라면 추렴해서 근처 인텔리겐차(?) 애한테
위탁하거나....그마저도 못하면 ngo 같은 외부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긴다....
머리를 디밀어 교실 안을 살펴본다.
역시나...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책걸상...-포맨은 앉지도 못하는...-과....
다 닳아 빠진 칠판조각...
머리 빡빡 민 한녀석이 엉성한 노트에 뭔가를 그리고 있다.
..."재밌어?"....
첫인사는 이걸로 갈음....고개를 돌려 마을쪽을 바라본.....
순간....포맨...
십여명의 할일없는 아이들에게 포위당해버렸다...-_-
머리에 개미 운동장을 보유한 한녀석이 포맨보고 총쏘는 시늉을 한다......
음........그렇군.....포맨...호주군 덕헌터 군복바지에....
검은 나시를 입고 댕기고 있었다...-_-
칠판으로 갔다.
끼익...끽.....
분필도 아니고....백묵가루 뭉쳐논것 같은...마치 암염같은 조악한 분필...
오금을 마구마구 헤집는 청각적인 겐세이....
돌아보니 애들은 어느새 자리에 얌전히들 앉아있네....
.....
음...뭔가를 해얄것 같은 분위기.......
탕탕.....자...수업을 시작하겄어요오....
1교시....산수
우선....산수....기초적인거부터.....
포맨-
"선형대수입문... 끼이익..(불량분필소리)..위의 공식에서 벡터가 평행임을 증명하라......"
애들-
'멀뚱멀뚱....갸우뚱.....꿈뻑꿈뻑....'
포맨-
"음...좀 그런가?....그럼 이원일차 연립방정식에서 다음의 해를 구하는거...."
애들-
'...쟤 뭐하는건가......꿈뻑꿈뻑...'
'음...이 나라의 미래가 확실히 암울하군....'
2교시....윤리
"고대희랍에서 퀴레네 학파의 정의인 쾌락을 에피쿠로스적인 견해로 볼때 스토이시즘적인 측면에서 양 학파의 윤리성을 부여할수 있는가...."
드디어 조는 애들 나오기 시작....-_-
3교시....전투체육
팔각모에...선글라스....
"본 교장은 여러분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위해 당면할수 있는 모든 문제를 신속,정확하게 극복할수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그 목적이 있다....우선 간단한 피티로 몸풀기를 하겠슴다... 피티 18번!!
온 몸 비틀기!!!!"
.......................................................
다음 장면은.....
바람빠진 축구공을 몰고 대시해가는 포맨을.....
어디서 본건지 사방에서 달려들어...압박수비로 떼거리로 달려들어 태클거는 조무래기들.....
자...페인트 모션.....
공갈뻥차기 이쪽.....그러면 이쪽으로 우르르 무너지는 꼬맹이들.....
이번엔 저쪽.....볼링핀 무너지듯이 저쪽으로 우르르....
나중엔 안되겠는지...포맨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
이윽고...양쪽다리에 8명의 꼬맹이들이 달라붙어.....고목나무 넘어가듯이 무너지는 포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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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길이 끝나는 마을이었는가 보다....
유심히 보지도 않으면 지나쳐갈....쪼끄만 구멍가게가 하나있다.
따라온 꼬맹이들에게 음료수 하나씩 앵겨주고....
평상에 퍼질러 앉았다.
왁자하게 색색깔 음료수를 마시는 꼬맹이들을 보고있자니....
이런 동네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포맨이 얘들하고 노는건지....심심한 얘들이 포맨을 갖고 노는건지
아리송할때가 있다.
평상 끄트머리에서 애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애엄마는 포맨과 눈이 마주칠마다 빙그시 웃는다.
당신....고등학생나이나 되었을까...하는데...애가 벌써 둘이네.....
내가 당신나이에 결혼했으면 당신만한 딸이 있겠네.....
그렇게 눈으로 말하는 동안에도...이쁜 젖을 애기에게 물리곤 연신 포맨에게 미소짓기 바쁜 젊은엄마...
수통에 물을 채우고....
수돗가에 조그리고 앉아 세수를 한다....머리가득 적시면서 입으로 물을 내뿜는다.....그러면....
보나마나 포맨 닮은 녀석하나는 지도 머리에 물을 뿌리고는 입으로 물을 내뿜는다....씨익...
뻔한 트래킹코스나...관광지화된 고산마을이 아니라면....
일년내내 외국인은 커녕 외지인들도 잘 안들어오는 마을....그런동네에 가면
동네사람들의 원숭이가 되는건 다반사가 된다.
혹가다 울타리너머에서 힐끗거리며 훔쳐보기 바쁜 이쁘장한 푸잉을 보고 부르면...
쭈뼛 쭈뼛.... 밖으로 나오면 분명...울타리 너머에서는 안보이던 애 하나쯤은 달고나온다.
그렇게...발목잡힌 푸잉이 아니라면 대부분 도시로 나간다.
마침 지나는 모또 하나있어....뒷자리에 얻어타고 애들에게 바이바이....
졸지에 신기한 장난감(?)을 잃은 아이들은...포맨이 보이지도 않을때까지 손을 흔든다.....
비포장정도가 아니고 ...완전 오프로드 랠리수준의 길을....
엉덩이 작살내가며 길을 나선다...
모또를 몰던 청년은....되지도 않는 영어로 포맨에게 묻는다....
어디로 갈거니.....
방콕.....
아...방콕에 우리 여동생있는데....
가끔 돈벌어 송금해주고 그래......아주 이뻐.....결혼 안했지?......
소개해주까?......
이 친구.....지나면서 유심히 안봤지만....라후족임을 눈치챘었다.
고산족 출신 여자가...대도시에 가서 할수있는일이란 극단적으론 단 두가지 경우밖에 없다.
매반으로 대표되는 허드렛일.......아니면 업소......
우리네 예전 정서하고는 다르다.
설사 유흥업에 있더라도...집에 정기적으로 송금하더라도 고향에는 철저히 숨기고 살아가지만....
여긴 그런분위기는 아니다.
그냥...암묵적인 분위기랄까.....오히려 어떤 기대 심리까지도 느낄수가 있었다.
그 청년은.....
언어때문인지는 몰라도.....
타이 북쪽끝...깡촌마을보다도, 어찌보면 사회적 인식이 않좋은 고산족 출신이...외국인을 안다는것 자체를
자랑스러워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동생에게 포맨을 소개시켜주고 싶어한다고 판단될 정도였다.
청년은 큰길까지 태워주리라는 예상을 깨고...제법 먼 치앙라이까지 데리고 간다.
물론 내내 자기 여동생 얘기를 주섬주섬했음은 불문가지이다.
짓무른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돈을 주기는 뭐하고.....
가까운 스포츠 용품점에서 티셔츠 한벌 사서 주었다.
뭐...굳이 뚝뚝비로 치자면 두세배는 될법했지만....
묻지도 않고 데려다준 성의가 고마워서였다.
그날 저녁....문득.....
담배한대 물고 거리로 나섰다...
오가는 푸잉들...푸차이들....
아이디 만드는데 얼마.....
부수적인거 얼마.....
교육받지도 못하고....출신성분의 굴레는 더 암울하고....
그리고 그렇게 선망하던 대도시로 나아가서는.....뻔한 일자리.....
낮에 만난 꼬맹이들의 미래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소망.......
언제나....소수라는 뉘앙스는 약자를 의미한다.
중국,인도도 그렇고...여기 타이도 그렇다.
포맨이 한살이라도 어려서 정의감이 불탔으면....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수민족 푸잉하나 건져서 광명의 길로 인도했었을지도 모르지만...
타이에 오면 올수록.....
곰삭은 젓갈마냥.....마냥...무덤덤해지니.....
어디 고산마을가서 농민독본 하나 펴들고...농촌계몽운동할 팔자는 못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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