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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맨 6 611


The September Song Of A Boy / Yuichi Watanabe


요즘...포맨하는 일이
비수기축에 듭니다...그래서 가끔 시장조사겸해서 매장에 나가 지원을 합니다...

서울 근교 어디쯤의 도시에 있는 매장입니다.
참...변두리더군요...

적당한 공장과...적당한 유휴지....그리고 개성없이 서있는 낮은 건물들.....
뻔한 개발지역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물론....그런데의 매장은 상당히 큽니다.....
...싸니까요....

참...손님없습니다....그 넓은 매장에...손님들 두엇이 싼 반팔티나 고르고 있습니다...
아무튼....점심먹고...
점원들하고 노닥거려도 될만큼 한가합니다....

간판켜라.....

점원이 달려가 쪼르르.....점등을 합니다....
서해안에 가까운 동네라...약간의 짠내도 나는것 같군요...
그런동네는 바다는 가까이 있으되 바다가 보이지 않는게 특징입니다....

저녁도 먹습니다....
그러구선 파라솔밑에 앉아 커피한잔 얻어먹습니다....
(아가씨에게 커피 얻어먹는 버릇은...타이와 한국에서 유일한 호사이자
공통된 버릇입니다...^^)


어둑해져가는 저녁에 지나는 차들....그리고 불어오는 산들바람....
파라솔밑에서 커피한잔....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네요....

문득...조금 떨어져있는 행사매장에 눈이 갑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할머니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곳에 배치된 점원은 쳐다도 안보는 할머니....
뭐...뻔한거겠지요....
하도 오랫동안 이것저것 만져대니까 지쳐서 포기하는 겁니다....

요즘 할머니들은 세련되었던데....
저 할머니는 80년대에나 기억나는...몸빼바지에....아메바인지...
촌스런 꽃무늬 긴팔셔츠...거기다가 머리에 동여매는 썬캡까지 하고 계십니다....

담배하나 물고 지나는 ...
여자의 뻥뚫린 등판이나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다가....다시 돌아봅니다...
그 할머니...아직 계시더군요....

점원하고 뭐라고 얘기하는 중입니다....
점원이 손사래를 칩니다....안된다는 얘기같은데..... 그럼....
뭐 뻔하죠....깎아달라는게 주요내용일 겁니다...

얼굴 동그란 점원....간혹가다가 나를 봅니다...
우린 썡깝니다.....어디 ....좀 더 밀고 댕겨보셔....

어떻게 하나... 유심히 안보는척 봅니다....
점원...드디어 항복을 선언한듯 보입니다....
무슨소린고 하면...포맨을 불렀거든요....

샾 매니저가 뻔히 있음에도 포맨을 부르네요....
아가씨땜에 불렀음 또 몰라....
...할머니땜에 부르다니......
눈치도 얼굴마냥 동그래가지고...쳇쳇...


가까이 가면서 할머니 행색을 봅니다....
멀리서보면 단순히 촌스럽다.....라고만 느꼈는데.....
흙묻은 몸빼바지....꺼멓고 주름살 투성이의 손....구부정한 등..........
마치.....십여년전 돌아가신 포맨의 외할머니를 보는듯합니다.....

가만보니...어디서 공공근로 같은거 하고 오신듯합니다....

얼굴 동그란 점원이 가리키는 물건은....음.....
그거군요....

가끔...본사직원들이 특정대리점을 문닫게 하는일이 있습니다....
그럴때 묻어온...잡브랜드 신발입니다....
그런건 어느정도 모이면 이렇게 야외 행사장 같은데서...
쌓아놓고 싼값에 팔아버립니다...

할머니의 시선은....점원에게서 포맨에게로 넘어옵니다....
"총각....이거 싸게줘...... 나 요 위에 살아...저수지 있는데....."

포맨...저수지가 어디있는지 당연히 모릅니다....알필요도 없구요.....
할머니는 신발하나 싸게 사려고 지역적인 연고를 주장합니다...
뭐....그렇게 힘있는 목소리도 아니네요....볼따구 퉁퉁하고...욕심많은
억척스런 할머니였다면 오히려 단호했을텐데....
(그런사람들 많습니다....옴파로스...그랜다이저 타고와서 값후리는 사람들...)

.....

"오천원에 두개....줘...."

장사에 인정머리의 개입은 금물입니다.....늘 그렇게 교육시킵니다....
근데 그게 뜻대로 되나요.....

싸구려...하나에 만원짜리 인펀트 신발을 두개나 집고서.....무려 4분지 일로 대책없이 깎아버리는 이 할머니...

이건 도대체 흥정의 기본도 모르시는 할머니군요.....
...여기가 무슨 짜뚜짝도 아니고....

그렇지만....할머니의 꺼먼...주름진 손을 보는순간.....포맨은 이미 정했는지도 모릅니다....

머리에 동여맨 보자기와...손때묻은 썬캡과....흙 묻은 바지.....

점원에게 드리라고 이릅니다....

그리고 눈짓을 한번 더 줍니다.....'-.-* 쓰....'...눈치없긴....

행사물건에 관한 멘트가 나와야 하는데....?

'...'

..."할머니이~ 정말싸게 사신거구요.....교환이나 환불은 안되요...알았죠 할머니?....."

할머니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노란....오렌지 색의 앙증맞은 신발두개를 보듬어 쥡니다....

물론 점원의 말은....듣는둥 마는둥하는거 같네요........
기름진밭뙈기마냥...검은얼굴에 주름진 수많은 이랑과 고랑....

웃으시는건지...만족스러운건지...표정도 분간이 안되네요....

글고....이 점원...얼굴도 동그란게...말도 동글동글 잘합니다...^^

구부정한 굽은등.....뒷짐진 두손에 대롱대롱....달려가는 신발봉지....
그렇게 동그란 어깨를....가진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포맨....우리...쭈그렁.....할머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아흔살이 넘어 돌아가셨지만.....보고 싶습니다.....


..........

점장하고 커피한잔하다가.....

이제 가야지요.....

점포앞에 차 대놓고....물한잔 가지러 들어갑니다....
근데....
아까 그 할머니.....또 와계시네요.....
'뭐야...환불하러 오신건가....그건 안된다고 했는데...?'

...........점원하고 뭐라고 얘기하다가....포맨을 보더니 반색을 합니다.....
..................너 잘만났다식의 표정이네요......무슨 빚쟁이할머니신가.....

......
...

"총각~ 이거 작아... 바꿔줘~~~~"


....-_-......


할머니의 쭈글쭈글 한 손끝에 노란.....신발 한켤레가 들려있습니다....
......

이마에 송글송글 땀에 번지는게 보이네요......

아마도.....
폐점 시간전에 맞추느라 급하게 오신것 같습니다.....
.......

.....주름진 꺼먼손에....귀여운 노란 아동신발 한켤레.....
한동안....그 부조화를.....아무생각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

아마 내일이면 할머니의 손자 둘은....노란..........
...오렌지 색의 새신발을 신고 뛰어 다닐테지요....
.......
......
그러다가 문득.....
상념을 갉아먹는... 쇳소리 가득한.....
할머니의 ... 목소리에.....생각을 접습니다....


"총각~ 이거 안바꿔주고 뭐해~~~~~"


................................................................................................

낙화유수님 글을보고 예전에 쓴글이 기억나서 올려봅니다....
6 Comments
세뱃돈 2006.01.29 22:29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_________^
좋은 꿈 꾸세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낙화유수 2006.01.30 09:03  
  처음으로 포맨님이 태사랑에 글을 올린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다른 란도 아닌 이 곳 좋은생각 란에다 유일하게 올린 것 같은데.....이번 글을 시발로 계속 해학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포맨님 특유의 글을 많이 소개해 주시지요~~

포맨님 글을 읽다 보면 정서라든가 취향이 같은 과 같은 유사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는~~^^*

내일 모래 출발해서 답사하게 되는 태국, 캄보디아의 변두리컨셉은 포맨님의 글빨로 인해 적잖이 힘 입었다는~~^^*
하늘소 2006.01.30 10:16  
  포맨님 낙화유수님 연휴 잘들 보내시지요..

낙화유수님은 모레 출국이네요.

워낙 남들이 가지않는 오지 여행을 즐기시니 여행기 잘 보고 있고요.

이번에도 색다른 여행기 기대합니다..

건강이 우선이고요.



카루소 2006.01.30 23:49  
  포맨님,,글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네여...ㅎㅎ
황금같은 연휴 잘 보내고 계신거죠,,?
포맨 2006.02.01 00:19  
  어...왕따당하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왕자따-네....^^

저도 타이 가고 싶어요.....마지막간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네
여권은 있는데 ...여비가 없어요....-_- 가만보니 여유도 없네요...
없는게 너무 많네요.... 훌쩍....

....오실때 타이 멍멍이 한마리만 잡아오세요...
뭐하면...라오멍멍이도 괜찮아요...
한겨울에도 암데나 잘 퍼져서 잘수있나 실험해 보게요...^^

잘 다녀오시고...똑딱이라도 들고가셔서 사진 좀 많이 찍으셔서
글올릴때 첨부하시면 좋은글이 더욱 빛나보일것 같습니다....
이 미나 2006.02.01 14:07  
  왕따라니요^^
포맨님 글엔,함축적인 정겨움이 있어요.
예전 글도 자알~읽었구요.
자주자주 놀러 오셔서..좋은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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