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 일주
k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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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23:15
자, 이제 떠나봅시다, 일본차 야리스를 24시간 20불 정도에 빌려 롬복 일주에 나섭니다. 먼저 남쪽 바닷가 꾸따로 갑니다. 가는 길에 2년 전에 새로 개장한 국제 공항을 지납니다. 마따람에서 25분, 꾸따에서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롬복 원주민인 사삭족의 마을에 들러 또 쇼핑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그림도 사고, 스카프도 삽니다. 더 사려고 하니까 현지 친구가 나중에 더 싼 곳에 데려다 준답니다. 진짜로 나중에 또 도매시장 가서 잔뜩 샀습니다, ㅎㅎ. 조만간 인도네시아 아트샵을 열어야겠습니다.
마침내 꾸따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바닷가에 사람이 없네요. 한, 두 관광객도 '어찌하여 내가 여기 오게 되었나' 망연자실한 분위기. 너무 조용합니다. 해변과 바닷물은 깨끗하고 예쁜데 사람은 없고 염소들이 무언가 주워먹고 있네요. 생기기 해변엔 닭 가족이 돌아다니던데요. 우리도 소풍 분위기를 내며 염소 꼬치 구이를 먹고, 사람 없는 바닷가에서 산호초도 주워봅니다. 조용히 와있기에 좋은 분위기네요. 숙소도 별로 안 비싸겠어요. 기본 호텔 외에 바닷가에서 좀 떨어진 곳엔 홈스테이 간판 붙은 곳이 많네요.
롬복이 제주도의 2.5배, 발리는 2.8배 정도 된답니다. 발리는 문화가 화려하지만, 지형이 변덕스러워 길이 매우 좁습니다. 절벽도 많고, 오토바이 매연은 너무 심해서 걸어다니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롬복은 평원처럼 되어 있어 다니가 편합니다. 교통 체증도 없고, 매연도 훨씬 덜 하네요. 발리는 힌두, 롬복은 무슬림이 주를 이룹니다. 발리가 관광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물가가 많이 비싼 반면, 롬복은 발전이 좀 늦어도 로컬들이 자신들만의 삶을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 같네요.
이번에 동쪽으로 가봅니다. 여긴 발리에서 이주한 힌두인들이 살고 있네요. 숲이 커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옵니다. 왕의 정원도 시원스럽게 지어져 있습니다. flying fox라는 새들이 빠르게 날아다닙니다.
여행의 마지막으로 생기기 해변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롬복의 유일한 한국인 식당으로 주인 가족분들은 14년전에 오셨답니다. 여행사, 선물가게, 식당을 겸하는데 제가 제래시장에서 산 진주와 여기서 파는 진주 가격도 큰 차이는 없네요. 롬복은 전반적으로 바가지가 크게 없어요. 물가도 발리에 비해서 많이 쌉니다. 발리에서 산 그림이 롬복 공항에서 반값에 붙어 있습니다. 공항 물가도 전혀 비싸지가 않아요.
현지 친구에게 꾸따에 작은 홈스테이라도 열라고 자꾸 꼬십니다. 남편이 지금 사는 집을 지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부지런하고 성격도 좋습니다. 친구는 요리도 잘하고, 미국계 회사에 다녀 영어도 잘하고 외국인의 취향도 잘 파악하고, 같은 인니인들과도 참 잘 지냅니다. 저도 친구 덕에 많은 사람들과 인사 나누었습니다. 저에게 Hello나 '안녕하세요' 하면 'Apa khabar(How are you)?' 했더니 너무 좋아합니다. 저에게 Thank you 할 때 Sama sama(You're welcome)라고 하면 훨씬 좋아해주고, 존중해주는 느낌이네요. 아무튼 친구는 직장이 롬복옆 숨바와라는 섬에 있다보니 주말부부라서 현재 일을 그만 두고 남편과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니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