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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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꽃

쿤카 1 610

봄비치고는 좀 많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시내 3층에 살면서 제가 즐기는 놀이가 창밖내다보기입니다.

 

오늘 아침도 뜨거운 물 한잔 들고 창 밖을 멍~ 때리고 있는데

낯 익은 뒷모습이 신호등을 건너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산 쓴 뒷태가 분명 우리학원 중국선생님인데 “어딜가려는 거지?‘ 생각하면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신호등 앞에 새로 생긴 신사복 매장 창 턱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다가 가더니 우산 하나를 건네주고 뒤돌아서는 것이 내 눈에 딱 잡혔습니다.


계단을 올라오는 그녀를 기다렸다가 ‘너 방금 뭐했어?’하고 물으니 표정변화 하나도 없이

“할머니에게 우산 갖다주고 왔어요‘라고 합니다. 뭐래? ”고맙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 할머니는 맑은 어느날 그 창 턱에 편안하게 누워서 생활정보지를 얼굴에 쓰고 가지런히 신발을 아래 벗어놓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항상 무슨 책을 읽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오전에는 항상 그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고 오후되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헐거운 비닐 조각으로 휘감았던 할머니머리에 그녀가 전해준 댕땡이 무늬 우산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플라타나무 새순 위에 봄비가 일렁거립니다.

 

엄마 아빠 떨어져 이국만리에 와 있는 이 아가씨가 오늘은 더 이쁩니다

1 Comments
kSunny 2011.04.24 14:42  
쿤카님 잘 지내시죠? 서정적인 글 좋으네요.
저는 어제 햇빛 좋고 바람 많이 불던 봄날, 경주를 여행했습니다.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파랑새는 이렇게 내 주변에 있는데 아직도 어딘가로 파랑새 찾으러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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