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횡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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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횡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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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어 볼만한 글입니다....
제가 전에 쓴 글에서 참고할 만한 글입니다....
베이징에서 몽골 올란바토르를 지나 러시아 올란우데 그리고 이부르츠크까지..... 

칭기즈칸의발자취를따라, 몽골횡단철도

 

강 재 홍

 

중국 국경역 자민우드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우리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든다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아니면 광활한 대륙을 가르며 용트림하는 중국횡단열차(TCR)도 있다. 그리고 이 둘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외롭고 가는 선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몽골횡단철도(TMGR : Trans-Mongolian Railroad)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지나는 러시아 땅 울란우데에서 남하하여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그리고 다시 중국의 베이징을 거쳐 톈진에서 끝나는 총연장 2163㎞구간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중국 국경역인 자민우드까지 몽골철도청장이 내준 전용객차를 타고 2박 3일의 일정을 출발하였다. 이틀 밤을 기차 안에서 보내며 국경역으로 생겨난 작은 마을 자민우드에서 하루 낮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국운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대륙철도의 부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평소의 믿음에서 출발한 여행이었으나 생각보다 멀고 지루한 여정이었다. 우리 일행은 다섯명인데 비해 객차 안에서 우리를 수행하는 직원의 숫자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몽골철도는 구 소련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되었으며, 지금도 절반의 소유권은 러시아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탄 열차가 호숫가를 지날 때, 비슷한 풍경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이는 예산의 문제로 인해 건설 당시에 지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웬만하면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한민족의 원류 바이칼로부터의 출발

 

몽골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중 하나는 중국 톈진에서 출발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물론 중간지역에서도 탑승이 가능하지만, 여하튼 몽골행 기점은 톈진과 이르쿠츠크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르쿠츠크역을 떠나는 몽골행 기차를 타면 울란바토르까지 34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서울-부산 간을 3.5회 왕복하는 시간인 셈이다. 시베리아의 거점인 이르쿠츠크에서 몽골로 가는 국제열차의 경우도 두 국가의 경제 상황과 주민 소득 수준을 반영하듯 식당 칸이 없으며, 열차도 4인이 한 칸을 이용하는 '쿠페'형이다. 열차의 시설 수준은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열차보다 훨씬 노후된 시설이다. 이르쿠츠크와 몽골을 연결하는 몽골횡단철도의 러시아 구간은 단선 디젤구간으로 철도시설이 낙후되어 있으며, 신호체계도 2연동방식이다. 노선의 연변에 형성된 도시는 거의 없고 산업시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오지 그 자체라 하겠다. 울란우데역에서 나우시키(Naushki) 국경역까지의 표정속도를 계산해보면 당시에는 약 시속 37㎞정도에 불과해서, 하루에 1천㎞를 가려면 시속 40㎞는 되어야 하므로, 당장 대륙철도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몽골하면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끝없는 지평선 위로 황금빛 석양이 얼룩무늬를 펼치고, 푸른 초원 위에 점점이 아로새긴 양떼들, 그리고 하얀 색으로 대비되는 유목민의 가옥 '겔'…. 또 가난한 부족에서 떨어져나간 외로운 독수리가 세상의 끝을 서로 연결하는 정복자로 다시 태어나는 '몽골비사'가 있다. 천년영웅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공산주의 치하에서 숨겨져 있다가 몽골의 민주화와 함께 새롭게 부활한 것이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믿을 수 없을 만치 다시 왜소해진 몽골은 인구가 250만 명 남짓하고, 이중 수도의 인구는 60만 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존심은 대단해서 모든 좋은 것에 칭기즈칸이란 이름이 붙는다. 호텔, 담배, 보드카까지도 최고급은 모두 칭기즈칸으로 통한다. 칭기즈칸이 그들의 민족을 통일한 동력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 남쪽의 금나라를 쳐서 원수를 갚겠다는 명분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몽골사람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중국 쪽을 바라보고 무사한 것을 확인한다는 농담도 있다. 이처럼 양국 간의 적대적 감정은 아직 전통처럼 남아 있는데, '몽고(蒙古)'라는 중국식 이름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아둔한 옛 것'이란 좋지 않은 뜻이 된다.


몽골제국, 또는 원나라의 등장은 우리 역사에도 오랫동안 아픔과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쩌면 그네들과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몽고반점'의 동질감이 있고, 그들은 우리를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라는 호감어린 명칭으로 부른다. 비록 유라시아대륙을 관통하는 역참의 설치를 통해 스피드와 경쟁력을 확보한 몽골 군사들이었으나, 해전에 익숙치 못한 데다 결국 일본으로까지의 교통로를 확보하지 못한 때문에 도리어 큰 피해를 당하고 만다. 대륙을 질주하여 공간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낸 거대한 힘도 결국 바다에 이르러 한계를 보이고 마는 전쟁과 교통의 역사를 여기서다시보게되는것이다.

 

국경통과의 중요성

 

다음날 오전, 우리 일행은 국경역 자민우드에 도착하였다. 국경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철도 관계 직원 및 국경수비대, 출입국, 세관 및 검역 관련 직원들의 가족이 거주하는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자민우드는 러시아식의 광궤철도(1520㎜)가 중국의 표준궤(1435㎜)를 만나는 곳으로, 환적을 위한 시설들과 크고 작은 창고들이 따스한 햇볕 아래 졸린 듯 늘어서 있다. 여기서 자민우드의 '잠'은 역을 뜻하는 중국어 참(站, zhan), 또는 역참이라 부르는 우리말과도 서로 닮아 있고, 자민은 몽골어로 '역의 무엇'이라는 뜻이 아닐까 하며 서툰 몽골어 실력까지 동원해 본다.


칭기즈칸의 역참제도 이전에 로마시대에도 지친 말을 갈아 타기 위한 스타티오네스(stationes)가 선의 시스템으로 존재하였는데, 이것이 영어 'station(역)'의 어원이 되었다. 아담하고 예쁜 색의 기차역을 가진 이 마을에서 시계는 천천히 흘렀고, 우리는 큰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점심은 '허르헉'이라는 양고기를 통에 넣어 삶은 전통 몽골요리로 하고, 오후에는 역장의 안내로 사냥을 나섰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이곳에서 지프차는 고급 승용차 이상 가는 최고의 차로 친다. 석양이 지는 개활지를 달리면서 이곳에 무슨 짐승이 있겠나 했는데, 이내 수많은 노루 떼가 흙먼지를 날리며 뛰어나가는 장관을 보게 되었다. 기어이 역장의 총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손가락만한 칼 한자루로 큰 짐승이 쉽게 분해되는 날렵한 솜씨를 보았다. 그리고 역장은 자랑하기를, 국경지역의 민감성 때문에 역장 정도 되어야 맘대로 총을 쏠 수 있다고 한다.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갈 무렵, 우리 일행은 다시 기차를 타고 먼 길을 거슬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향해 출발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은 꼬리를 문다. 앞으로 한반도종단철도가 연결되어 몽골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행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비효율적인 국경통과절차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해상이나 항공운송과 비교해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결국 국경을 지나는 세관 및 검역시설(C.I.Q.) 통과가 이동 중에 걸리는 시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고, 국경역과 철로 개선 등에 필요한 기술이나 자본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생각이 미친다.


몽골은 철도 중심국가로 알려져 있다. 철도는 화물의 90%, 여객의 50% 이상을 수송하고 있다. 전 노선 1815㎞가 단선구간이며, 복선화 구간은 5㎞에 불과하다. 해상으로의 접근로가 봉쇄된 내륙국가로 면적이 우리나라의 16배, 인구가 1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이 나라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자랑하고 있어서, 언젠가‘타븐 톨고이’지역까지 한국측에서 철도를 연결해주면 대신 노천탄광의 광업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장래에 몽골철도를 이용한다면 몽골이 직접 나서서 북한의 철길이 열리도록 남북한 간의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내게 밝힌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몽골은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형제 국가이다. 몽골철도가 지금은 비록 상대적으로 낙후된듯 보이지만, 앞으로 이 노선이 복선.전철화로 현대화된다면 장차 유라시아 물동량 수송의 일익을 담당하는 간선철도망으로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울란바토르 동부지역의 단절된 철도망이 연결되고, 다시 만저우리와 중국 동북3성의 하얼빈-다롄 철도[哈大線]를 통해 한반도와 연결된다면 엄청난 자원의 보고인 몽골은 우리의 새로운 젖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팍스 몽골리카나.' 칭기즈칸이 가져온 전쟁과 그 이후의 평화를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동북아 지역의 미래를 생각할 때,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합을 향한 변화의 조짐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철도 인프라는 새로운 세상을 의미하고, 대륙철도야말로 한민족을 잇는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륙교통망 연결은 우선 우리의 자신감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대륙의 반대편까지 힘차게 뻗어가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기차를 타고 달린다. 이제 다시 찬찬히 들어보면 마치 육중한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대륙철도의 금속음이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3 Comments
firefly 2009.11.28 10:08  
ㅋㅋ 내년여름에 가심이 좋을 듯 합니다..
오늘아침은 바빠서 다 못읽고 이따가 골굴사 갔다와서 자세히 읽어볼께요~~
남나라 2009.11.28 11:59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시는 분들은
좋은 여행이 되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배한성 2009.11.29 09:26  
잘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꿈꾸는 기차여행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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