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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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쿤카 2 391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 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뒤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있는,

땅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응"은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하고 물으면 "응!"하고 대답하지요. 시인은 그것을 "눈부신 언어의 체위"라고 부르는군요. 하나의 손바닥에 또 하나의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말. 손바닥끼리 마주쳐 소리가 나듯 두 마음이 오롯하게 합쳐지는 말. 굳이 배우지 않아도 모태로 부터 익혀 나온 말.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도 심장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말. 가장 간결하면서도 한 없는 긍정과 사랑을 꽃피우는 말. 이대답 하나로 우리는 나란히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될 수도 있지요. "응"이라는 문자 속에 마주 보고 있을 두 개의 이응처럼.


-감상: 나희덕-

2 Comments
시퍼런 2009.03.06 17:48  
다른 생각...여러생각....
재밌게 봤습니다..응응응.....
남나라 2009.03.08 22:45  
역시 시인은 하나의 말, 하나의 글도 시로 표현이 가능하네요.
'응'이라는 글자 하나로 수평선, 해와 달로 표현하는 무한한 정신세계가 부럽습니다.
친구 우리 같이 여행 떠날까? '응' 가자.....

 


4월에는
 
                문정희
 
 
4월에는
비로소 용서하고
가슴을 여는

날개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4월에는
어두운 골목에 빛을 뿌리고
침몰한 배에 못질을 치던

젊은 이마가 때리는
종 소리로 가득하다.

그 후
4월에는
기도처럼 하얀 내 가슴에

뜨겁게 진
그님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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