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날 다시 듣고싶은 노래
“우리 해운대 갈래?” 느닷없이 그가 물어왔다.
그의 입에서 허연 김이 뿜어져 나왔다.
가고 싶은 마음과 빠듯한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머릿속을 비집고 그는 벌써 내 손을 잡고 뛰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던 우리에게 2주간의 헤어짐은 견디기 힘든 형벌이었다.
그는 원하던 대로 은행에 입사했고 지금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11시55분발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부산역 앞 전광판의 시계는 열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월의 해운대 밤바다는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마녀 같았다.
검은 바다에 흰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파도는 오늘만 살다가 죽을 것 같이 온몸으로 모래밭에 대들었다가 밀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호흡을 들이킬 때마다 입으로 들어온 찬바람이 심장을 얼리는 소리가 났다. 찌르르 찌르르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 찬 공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차라리 시원했다. 안면근육이 마비된 듯 입언저리가 굳어져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 했다.
그는 파도소리에 대항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무슨 말인가를 했지만 번번이 파도가 잘라먹었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듯 그의 코트 속에 함께 잡은 손을 조금 움직여보였다. 손 언어! 그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발리’라는 이름을 달린 오렌지 불빛이 따뜻해 보이는 찻집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you mean everything to mi '
연거푸 같은 곡을 두 번 신청해서 듣고 시계를 쳐다봤다
11시20분 이젠 정말 일어서야한다 부산역까지 갈려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카운터 앞에 선 우리는 서로 머뭇거리며 바라보기만 했다.
찻값 낼 돈이 둘 다 없었던 것이다.
그는 기차표를 산 것이 그가 가진 돈의 전부였고 내 지갑은 토큰만 짤랑거렸다.
가난한 연인들의 2주간의 이별을 싣고 기차가 멀어져 갔다.
우리는 둘 다 말수 적은 사람들이었다.
그의 사랑법은 그냥 말없이 바라보는 것이었고 내 사랑법은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이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 카페에 앉으면 정박해 있는 커다란 화물선이 정물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를 가슴속에 담고 배를 타고 낯선 항구를 떠도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you mean everything to 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