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완성- 만달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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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완성- 만달레이에서

쿤카 4 750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만달레이 힐에서 까무룩 저무는 석양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던 기억이 그리 쓸쓸

하지 않았던것은

아마도 뭉근하게 더운 하루를 헤치고 자전거를 달리던 검은 피부의 노인의 등에 매달려 오면서 들었던

그의 거친 호흡소리와 땀 냄새을 맡으며 달려와 나를 부려놓고 기름때 쩔은 짯을
받아쥐고 허리를 굽히던 그의 고단한 하루가 뿌듯했기 때문입니다.




패밀리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노모와 네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인도 잡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혼자 벌어서 여섯명이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행히 저 같은 관광객이 미리 왕복 예약해주면 정말 고맙지만 그 외에

는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무조건 기다리는 날이 더 많다고 했습니다.




아까 그 프론트에서 봤던 눈알에 ‘총명’ 이라고 써져있는 조금 건방져보

이던 그 청년이 그나마 공평하게 순서를 정해서 불러주긴 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어를 나갈 때 자전거를 부르는 사람, 여러명이 택시를 부르는 사람

,스스로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에게는 당연히 나같은 홀로 배낭객이 가장 반갑습니다.

딱~ 보면 척~이라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리가 없으니까요.

나는 자꾸 무겁게 맨 내 배낭이 미안했습니다.

몸무게야 어쩔수없다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소용될것 같아 챙겨온 잡동사니들이 그의 삶의 무게를 보태는것인양




만달레이 힐에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도 물론 뿌듯하게 완성했습니다.


이국땅에 와서 강보에 싸인 아기도 안아보았고,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아이 곁에서 한국적인 몸짓으로 두손을 싹싹

비비며 잘못했다고 가르쳐 주었더니 혼내던 엄마도 혼나는 아이도 그

만 웃어  버리게도 했습니다.

영어 잘 하는 청년 스님을 만나 내가 가장 자신있는 영어로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나라' 라고 자랑도 했으니

이만하면 저무는 해를 당당히 바라봐도 될 하루의 소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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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남나라 2010.09.16 17:37  
6명의 가장을 도와준 쿤카님께 박수....ㅉㅉ
그래서 미얀마를 여행하면 팁이라도 좀 더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미얀마를 간다고 여러분깨서 전화를 하니 잠시 일은 그만두고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과 사진 보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석양이 물든 풍경이 아름답고 시적인 글도 아름답습니다.
kSunny 2010.09.17 12:55  
쿤카님, 가장 여행다운 여행을 하셨네요. 
현지의 자연과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활짝 웃을 수 있는 여행이 저도 제일 즐거워요.
firefly 2010.09.17 17:34  
미얀마에서 느낀 것은 많지만 막상 글로 쓰긴 어렵더라구요...
암튼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매일 매일 소멸로 가고 있는 나는
완성에 가까워 지고 있는 건가요?
불고싶은바람 2010.09.27 15:47  
쿤카님 화려하신 외모보다 글솜씨가 더욱 화려하십니다...
자유로운 여행을 하셨네요..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자유라고 들었는데..
두번이상 읽어야 조금 다가올듯.. 묵혀놓은 사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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