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완성- 만달레이에서
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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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14:23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만달레이 힐에서 까무룩 저무는 석양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던 기억이 그리 쓸쓸
하지 않았던것은
아마도 뭉근하게 더운 하루를 헤치고 자전거를 달리던 검은 피부의 노인의 등에 매달려 오면서 들었던
그의 거친 호흡소리와 땀 냄새을 맡으며 달려와 나를 부려놓고 기름때 쩔은 짯을
받아쥐고 허리를 굽히던 그의 고단한 하루가 뿌듯했기 때문입니다.
패밀리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노모와 네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인도 잡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혼자 벌어서 여섯명이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행히 저 같은 관광객이 미리 왕복 예약해주면 정말 고맙지만 그 외에
는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무조건 기다리는 날이 더 많다고 했습니다.
아까 그 프론트에서 봤던 눈알에 ‘총명’ 이라고 써져있는 조금 건방져보
이던 그 청년이 그나마 공평하게 순서를 정해서 불러주긴 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어를 나갈 때 자전거를 부르는 사람, 여러명이 택시를 부르는 사람
,스스로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에게는 당연히 나같은 홀로 배낭객이 가장 반갑습니다.
딱~ 보면 척~이라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리가 없으니까요.
나는 자꾸 무겁게 맨 내 배낭이 미안했습니다.
몸무게야 어쩔수없다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소용될것 같아 챙겨온 잡동사니들이 그의 삶의 무게를 보태는것인양
만달레이 힐에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도 물론 뿌듯하게 완성했습니다.
이국땅에 와서 강보에 싸인 아기도 안아보았고,
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아이 곁에서 한국적인 몸짓으로 두손을 싹싹
비비며 잘못했다고 가르쳐 주었더니 혼내던 엄마도 혼나는 아이도 그
만 웃어 버리게도 했습니다.
영어 잘 하는 청년 스님을 만나 내가 가장 자신있는 영어로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나라' 라고 자랑도 했으니
이만하면 저무는 해를 당당히 바라봐도 될 하루의 소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