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 (구체적인 기록 정보)
k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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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21:07
멀리, 길게 떠난 해외여행…8일간의 기록, 8921㎞의 여정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기사입력 2016-03-03 14:30
러시아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에서 출발해 야로슬라브(Yaroslavl)까지 8일간의 기차 여정. 총 거리 8921㎞, 총 기착지 124개역, 총 소요시간 162시간 18분. 총 대기 시간 18시간 43분, 7번의 시차 변경.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생활은 지루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평범했지만 평범하지 않았고, 특별했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유를 막론하고 인생에서 한번쯤 타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빨간색이던 엔진은 이틀 뒤 파란색 엔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1일째 | 이토록 깔끔한 기차를 봤나
손목시계의 시곗바늘은 밤 11시를, 기차역 전광판 숫자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의 시차는 7시간. 러시아 전 지역 기차 시간표는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운행된다. 한국에서 미리 출력해온 8일간의 Train Route를 살피며 블라디보스톡 시간에 맞춰 날짜와 시간을 계산하려 했으나 시차가 바뀌는 도시와 그에 따라 바뀌는 시간대 등은 도저히 쉬운 계산이 아니었다. 기차역 근처 마켓에서 장본 식료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았다. “정차하는 역마다 작거나 크게 마켓이 있으니 미리 8일치의 식료품을 준비하지 말라”는 호스텔에서 만난 경험자의 조언을 따랐다. 하루 식사로 빵과 잼, 인스턴트 라면을, 간식으로 약간의 과일과 초콜릿과 쿠키를 하나씩 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야로슬라브까지 횡단루트 ©Google Map
기차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전광판에는 그 어떤 언급 조차 없다. 대합실에 앉아 있던 러시아 사람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들을 뒤쫓아 플랫폼에 닿았다. 드디어 8일간의 여정에 몸을 실었다. 2번 기차 칸, 침대 번호 19번.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적고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기차 칸의 중간 지점을 선점했다. 좁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가로 180cm, 세로 60cm 길이의 침대가 놓여 있고, 왼쪽은 두 침대가 마주한 모습으로 오른쪽은 창문에 붙어 있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제법 반듯하게 잘 닦여진 깔끔한 실내는 기차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정시 출발과 도착, 시간엄수를 철칙으로 여기는 러시아 기차는 블라디보스톡 시간으로 밤 11시 55분 정확히 출발했고,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일일이 침대와 베개 시트를 전달했다. 영상 28도를 웃도는 뜨거운 실내 온도 탓에 얇은 옷으로 단장을 마쳤고, 침대 또한 하얀 시트로 갈아 입었다. 기차에 탄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실내의 조명등은 모두 꺼졌다.
기차 실내 전경
▶2일째 | 그래 봤자 기차에 탄 지 22시간째
124개역, 162시간 18분. 각 역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66분의 대기 시간을 계산해보니 총 1106분, 즉 18시간이 조금 넘는 숫자다. 8일 동안 기차의 엔진이 잠시 숨을 고르는 데만 약 1일의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바깥 풍경은 날이 밝으면서 맑은 날씨를 보였다. 화창한 푸른 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밤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에 함께 탄 주변 이웃들은 간밤 이미 자리를 떴고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빵이 가득 담긴 쟁반을 손에 들고 복도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아침식사를 권했지만 여전히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껏 게을러도 좋다고, 한없이 나태해도 좋다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기차 안의 아침 풍경은 오후로까지 이어졌다.
기차 생활 이틀째,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차 내 안내 방송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차할 역을 미리 알려주거나 대기 시간에 대한 정보를 공지해주는 일반적인 안내 방송을 현재까지 전혀 듣지 못했다. 현재까지 그 어떠한 목소리도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지 않았다. 승객들 스스로 정차할 역과 시간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때 승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느릿느릿한 어투로 ‘Next station’과 ‘Sixty six minutes’을 여러 번 반복해 말했는데, 다음 역인 하바롭스크(Khabarovsk)에서 66분간 정차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안내 멘트를 전하는 일은 승무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그 66분의 ‘외출 기회’를 놓쳤다. 그 정도면 좁은 기차에서 벗어나 역 광장 주변을 거닐며 콧바람을 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게다가 바깥 날씨는 황홀하리만치 포근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이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꾸물대다 나가려 하니 기차의 문은 굳게 닫힌 상태다. 대기 시간이 긴 역의 경우 승객들이 내릴 때만 문이 잠깐 열리고 이후에는 사람들이 왕래할 수 없도록 문을 아예 닫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역에 다다를 무렵 승무원의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좁은 통로에 긴 줄을 선 채로 기다리던 것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기차에 갇히고 나서야 그 줄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 못내 후회가 일었다. 해가 저물고 저녁을 먹고 잠을 청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밤 10시를 갓 넘긴 상태. 기차에 탄 지 22시간째,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하바롭스크 이후 기차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기차 내 아담한 식당의 모습
▶3일째 | 이제 세 개의 다른 시계
자고 일어나니 손목시계의 시간과 휴대폰의 시간이 달랐다. 손목시계는 블라디보스톡 시간에 맞춰진 9시 25분을 가리켰지만 휴대폰은 한 시간이 늦었다. 간밤 시차 변경이 있었다. 벌써 해가 떠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밖은 어둑어둑한 새벽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어제와 다르게 아침이 길었다. 눈은 여전히 손목시계를 향해 있지만 나를 둘러싼 세계는 그 기준점이 달랐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아침식사를 하기도 뭣한 분위기에서 멍하니 차창 밖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데 시간을 들였다. 마침내 환하게 떠오른 태양 아래 빨갛게, 노랗게, 파랗게 칠해진 나무 집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지붕에선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빨간 머리 앤’이 소리치며 문 밖을 나올 것만 같은 동화 속 세상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에르 바브로브(Er Pavlov)역에서 21분간의 대기 시간을 사수했다. 역내 상점에서 운이 좋게 마지막 남은 샤슬릭(러시아의 전통 꼬치구이로 소고기나 양고기를 꼬치에 꽂아 숯불에서 익혀낸 요리)을 사고 갓 구워낸 빵과 갓 쪄낸 감자도 샀다. 노천에서 음식을 파는 여인에게서 만두 같은 음식도 샀다. 생각지도 못한 점심 풍년을 맞았다. 성대한 만찬은 심신뿐 아니라 오후의 시간까지 황홀하게 채웠다. 모고차(Mogocha)역에 다다를 무렵 또 한 차례 시차 변경이 나타났다. 이제 손목시계와 휴대폰의 시차는 2시간. 날이 저물어야 할 시간이지만 해는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한 템포 늦은 일출과 일몰을 맞은 날, 하루 26시간을 보내며 아이러니하게도 느릿느릿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시간이 참 잘도 갔다.
반갑게 해후하는 사람들
▶4일째 | 눈앞에서 놓친 바이칼 호수여
첫날과 다름없이 화장실은 깨끗했다. 승무원은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 청소에 열을 올렸다. 청소 때문에 화장실 사용이 불가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면 아무리 급해도 불평보단 ‘다행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실내 바닥 청소 또한 만만치 않게 자주 행해졌다. 기차의 각 칸마다 한 명의 승무원이 전담하는 시스템으로 전체 승객 관리는 물론 청소, 행선지 알림 서비스, 불편사항 신고접수 등 기차 생활의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승무원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고, 좁은 복도를 하루 종일 쉼 없이 오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하루도 마찬가지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다.
점심은 기차 내 식당에서 먹었다. 식당은 기차의 맨 마지막 칸에 자리했다. 테이블이 열 개 안팎에 아담한 식당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군데군데 꾸며져 있었다. 애피타이저에서부터 샐러드, 수프, 메인 요리, 디저트, 각종 주류까지 가짓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장애를 야기했다. 분명 메인 요리 페이지에서 구운 소고기와 각종 야채가 곁들여진 음식을 주문했는데 식당 여인이 내게 건네준 것은 수프였다. 소고기 기름인지 식용유 기름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어쨌든 기름이 둥둥 뜬 수프에는 소고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가 있었다. 메뉴의 설명이 잘못된 건지, 내가 이해를 잘못한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수프의 맛은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기차표를 구입할 때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놓쳤다. 정차하는 역 중에서 짬을 내 둘러볼 만한 곳의 도착 시간이 낮 혹은 밤인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여행 일정과 가격, 침대 위치에만 온 신경을 쏟았지 중간 정착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밤 9시 46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바이칼스크(Baykal’sk)역에 도착하고 난 뒤에서야 탄식하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바이칼 호수의 풍경을 어둠 속에서 맞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만약 환한 대낮에 이곳에 닿았다면, 기차는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달렸을 것이고 나는 그 황홀한 배경 속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헤드랜턴을 머리에 차고 불을 밝혀보았지만 바이칼 호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5일째 | 러시아 사람 관찰하기
시차 변경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다시 긴 아침을 맞았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어둑어둑한 바깥 세상과 희미하게 켜진 실내 조명등 사이에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반은 잠에 빠졌고, 반은 깨어 있는 상태다. 기차 생활에서 흥미로운 행위 중 하나는 사람 관찰이다. 창문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엄마와 아들은 3일째 동거동락하는 사이. 이렇게까지 사이 좋은 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틋하기 그지없다. 하루 세끼에 커피와 티 타임까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모자의 시간은 언제나 유쾌하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은 알 길이 없으나 모자간의 끊임없이 대화가 샘솟는다는 건 누구라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차가 정차할 때면 두 사람은 기차 밖으로 나가 정답게 담배를 피웠다.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 기차. 유쾌함이 넘쳤던 엄마와 아들
지금껏 기차 생활에서 경험한 러시아 사람들은 남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남한테 간섭을 하지도 않는다. 앞, 뒤, 옆 어느 곳을 둘러봐도 러시아 사람들의 대화는 잔잔히 울려 퍼졌고, 기차를 떠날 땐 침대와 의자, 테이블에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운 채 사라졌다. 러시아 사람들의 ‘매너’는 단연코 인상 깊은 요소였다. 이들의 매너는 ‘포용’으로도 이어졌다. 공용공간에서 팬티만 입고 자는 남성을 쳐다본다거나 이상하게 여긴다거나 하는 행동이 전혀 없다.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모두가 듣기 좋게 큰 소리로 음악을 즐기는 청춘에게 따끔한 말 한마디 하는 이가 없다.
세 번째 시차 변경은 리소티(Reshoty)역과 인가시스카야(Ingashskaya)역 사이에서 이뤄졌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7시간의 시차는 이제 4시간으로 좁혀졌다. 종착지 모스크바와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
▶6일째 | 영하22도, 빵도 입도 얼었다
영하 22도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오전 7시 11분, ‘새로운 시베리아의 도시’라 불리는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역에서 58분간의 대기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새벽 잠을 마다했다. 온 몸을 감싼 졸리고 피곤한 기운은 영하 22도 전광판 사인을 보는 순간 쏜살같이 달아났다. 순식간에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를 넘어섰다. 리어카 위에 빵은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단 5분 동안의 역 주변 산책이 50분의 체감 효과를 나타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58분간의 대기 시간은 무용지물이었다.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네 번째 시차 변경이 나타났고, 저녁 무렵 이심(Ishim)역에서 다섯 번째 시차 변경이 나타났다. 2시간의 시차 변경이 더 남았고, 2일의 기차 생활이 더 남았다.
▶7일째 | 30분이 지연된 최초의 지각 사태
기차 역의 풍경, 시골 마을 겨울 풍경은 동화 속 세상 같았다.
기차 생활 내내 창 밖으로 소복이 쌓인 눈만 보다가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맞이했다. 페름(Perm)역에서는 눈길을 걷는 행운도 누렸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다. 발레지노(Balezino)역에 다다를 무렵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화창한 날이 이어졌고, 여섯 번째 시차 변경도 나타났다. 마지막 시차는 키로브(Kirov)역에서 바뀌었고, 이제 휴대폰의 시간과 기차 내 전광판 시간이 동일하다. 키로브역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정시 도착을 어긴 적이 없었던 기차가 키로브역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엔진 점검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출발 시간보다 30분이 지연되었는데, 그 시간을 보상하려는 듯 기차는 보다 빠른 속도를 냈다. 두 번의 역을 지나치고 나서 기차는 다시 정시 도착을 알렸다.
영하 20도 반바지 차림의 남녀
▶8일째 | 8921㎞가 한 순간이로구나
승무원의 속삭임에 잠에서 깼다. 야로슬라브(Yaroslavl)에 곧 도착한다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드디어 내게도 찾아온 순간이었다. 도착 시간 30분 전, 시계는 새벽 6시를 향하고 있었고, 19번 침대에서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다른 이들처럼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 담요를 고이 접어 승무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8일간의 나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 하나. 8일, 8921㎞가 한 순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종착지 모스크바를 향해 후다닥 발길을 옮겼다.
TIP |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
티켓은 온라인에서 직접 구입하는 편이 낫다. 우리나라 기차 예약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먼저 러시아 기차 홈페이지(http://pass.rzd.ru)에 접속해 영어버전을 클릭한 후 출발과 도착 도시를 검색한다. 원하는 일정에 따라 기차를 선택하는데 이때 기차의 시간이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둘 것. 침대 좌석은 컴파트먼트(Compartment)와 리저브 시트(Reserved Seat) 두 가지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컴파트먼트는 말 그대로 칸막이를 한 객실의 형태로 프라이빗한 공간인데 그만큼 일반적인 리저브 시트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다. 나의 경우 여섯 개의 침대,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 형태로 된 리저브 시트를 구입했고 8일간의 여정에 지불한 돈은 한화 15만원 정도였다. 소켓은 기차 칸 앞쪽과 뒤쪽, 화장실 세 곳에 구비되어 있고 뜨거운 물은 기차 여정 내내 무료로 제공된다. 머그컵과 티스푼, 포크 등도 승무원에게 말하면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글과 사진 추효정(프리랜서) 사진 i22.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18호 (16.03.08일자) 기사입니다]
빨간색이던 엔진은 이틀 뒤 파란색 엔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1일째 | 이토록 깔끔한 기차를 봤나
손목시계의 시곗바늘은 밤 11시를, 기차역 전광판 숫자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의 시차는 7시간. 러시아 전 지역 기차 시간표는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운행된다. 한국에서 미리 출력해온 8일간의 Train Route를 살피며 블라디보스톡 시간에 맞춰 날짜와 시간을 계산하려 했으나 시차가 바뀌는 도시와 그에 따라 바뀌는 시간대 등은 도저히 쉬운 계산이 아니었다. 기차역 근처 마켓에서 장본 식료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았다. “정차하는 역마다 작거나 크게 마켓이 있으니 미리 8일치의 식료품을 준비하지 말라”는 호스텔에서 만난 경험자의 조언을 따랐다. 하루 식사로 빵과 잼, 인스턴트 라면을, 간식으로 약간의 과일과 초콜릿과 쿠키를 하나씩 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야로슬라브까지 횡단루트 ©Google Map
기차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전광판에는 그 어떤 언급 조차 없다. 대합실에 앉아 있던 러시아 사람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들을 뒤쫓아 플랫폼에 닿았다. 드디어 8일간의 여정에 몸을 실었다. 2번 기차 칸, 침대 번호 19번.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적고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기차 칸의 중간 지점을 선점했다. 좁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가로 180cm, 세로 60cm 길이의 침대가 놓여 있고, 왼쪽은 두 침대가 마주한 모습으로 오른쪽은 창문에 붙어 있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제법 반듯하게 잘 닦여진 깔끔한 실내는 기차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정시 출발과 도착, 시간엄수를 철칙으로 여기는 러시아 기차는 블라디보스톡 시간으로 밤 11시 55분 정확히 출발했고,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일일이 침대와 베개 시트를 전달했다. 영상 28도를 웃도는 뜨거운 실내 온도 탓에 얇은 옷으로 단장을 마쳤고, 침대 또한 하얀 시트로 갈아 입었다. 기차에 탄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실내의 조명등은 모두 꺼졌다.
기차 실내 전경
▶2일째 | 그래 봤자 기차에 탄 지 22시간째
124개역, 162시간 18분. 각 역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66분의 대기 시간을 계산해보니 총 1106분, 즉 18시간이 조금 넘는 숫자다. 8일 동안 기차의 엔진이 잠시 숨을 고르는 데만 약 1일의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바깥 풍경은 날이 밝으면서 맑은 날씨를 보였다. 화창한 푸른 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밤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에 함께 탄 주변 이웃들은 간밤 이미 자리를 떴고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빵이 가득 담긴 쟁반을 손에 들고 복도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아침식사를 권했지만 여전히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껏 게을러도 좋다고, 한없이 나태해도 좋다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기차 안의 아침 풍경은 오후로까지 이어졌다.
기차 생활 이틀째,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차 내 안내 방송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차할 역을 미리 알려주거나 대기 시간에 대한 정보를 공지해주는 일반적인 안내 방송을 현재까지 전혀 듣지 못했다. 현재까지 그 어떠한 목소리도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지 않았다. 승객들 스스로 정차할 역과 시간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때 승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느릿느릿한 어투로 ‘Next station’과 ‘Sixty six minutes’을 여러 번 반복해 말했는데, 다음 역인 하바롭스크(Khabarovsk)에서 66분간 정차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안내 멘트를 전하는 일은 승무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그 66분의 ‘외출 기회’를 놓쳤다. 그 정도면 좁은 기차에서 벗어나 역 광장 주변을 거닐며 콧바람을 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게다가 바깥 날씨는 황홀하리만치 포근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이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꾸물대다 나가려 하니 기차의 문은 굳게 닫힌 상태다. 대기 시간이 긴 역의 경우 승객들이 내릴 때만 문이 잠깐 열리고 이후에는 사람들이 왕래할 수 없도록 문을 아예 닫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역에 다다를 무렵 승무원의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좁은 통로에 긴 줄을 선 채로 기다리던 것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기차에 갇히고 나서야 그 줄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 못내 후회가 일었다. 해가 저물고 저녁을 먹고 잠을 청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밤 10시를 갓 넘긴 상태. 기차에 탄 지 22시간째,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하바롭스크 이후 기차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기차 내 아담한 식당의 모습
▶3일째 | 이제 세 개의 다른 시계
자고 일어나니 손목시계의 시간과 휴대폰의 시간이 달랐다. 손목시계는 블라디보스톡 시간에 맞춰진 9시 25분을 가리켰지만 휴대폰은 한 시간이 늦었다. 간밤 시차 변경이 있었다. 벌써 해가 떠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밖은 어둑어둑한 새벽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어제와 다르게 아침이 길었다. 눈은 여전히 손목시계를 향해 있지만 나를 둘러싼 세계는 그 기준점이 달랐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아침식사를 하기도 뭣한 분위기에서 멍하니 차창 밖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데 시간을 들였다. 마침내 환하게 떠오른 태양 아래 빨갛게, 노랗게, 파랗게 칠해진 나무 집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지붕에선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빨간 머리 앤’이 소리치며 문 밖을 나올 것만 같은 동화 속 세상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에르 바브로브(Er Pavlov)역에서 21분간의 대기 시간을 사수했다. 역내 상점에서 운이 좋게 마지막 남은 샤슬릭(러시아의 전통 꼬치구이로 소고기나 양고기를 꼬치에 꽂아 숯불에서 익혀낸 요리)을 사고 갓 구워낸 빵과 갓 쪄낸 감자도 샀다. 노천에서 음식을 파는 여인에게서 만두 같은 음식도 샀다. 생각지도 못한 점심 풍년을 맞았다. 성대한 만찬은 심신뿐 아니라 오후의 시간까지 황홀하게 채웠다. 모고차(Mogocha)역에 다다를 무렵 또 한 차례 시차 변경이 나타났다. 이제 손목시계와 휴대폰의 시차는 2시간. 날이 저물어야 할 시간이지만 해는 계속 그 자리를 지켰다. 한 템포 늦은 일출과 일몰을 맞은 날, 하루 26시간을 보내며 아이러니하게도 느릿느릿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시간이 참 잘도 갔다.
반갑게 해후하는 사람들
▶4일째 | 눈앞에서 놓친 바이칼 호수여
첫날과 다름없이 화장실은 깨끗했다. 승무원은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 청소에 열을 올렸다. 청소 때문에 화장실 사용이 불가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면 아무리 급해도 불평보단 ‘다행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실내 바닥 청소 또한 만만치 않게 자주 행해졌다. 기차의 각 칸마다 한 명의 승무원이 전담하는 시스템으로 전체 승객 관리는 물론 청소, 행선지 알림 서비스, 불편사항 신고접수 등 기차 생활의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승무원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고, 좁은 복도를 하루 종일 쉼 없이 오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하루도 마찬가지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갔다.
점심은 기차 내 식당에서 먹었다. 식당은 기차의 맨 마지막 칸에 자리했다. 테이블이 열 개 안팎에 아담한 식당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군데군데 꾸며져 있었다. 애피타이저에서부터 샐러드, 수프, 메인 요리, 디저트, 각종 주류까지 가짓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장애를 야기했다. 분명 메인 요리 페이지에서 구운 소고기와 각종 야채가 곁들여진 음식을 주문했는데 식당 여인이 내게 건네준 것은 수프였다. 소고기 기름인지 식용유 기름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어쨌든 기름이 둥둥 뜬 수프에는 소고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가 있었다. 메뉴의 설명이 잘못된 건지, 내가 이해를 잘못한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수프의 맛은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기차표를 구입할 때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놓쳤다. 정차하는 역 중에서 짬을 내 둘러볼 만한 곳의 도착 시간이 낮 혹은 밤인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여행 일정과 가격, 침대 위치에만 온 신경을 쏟았지 중간 정착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밤 9시 46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바이칼스크(Baykal’sk)역에 도착하고 난 뒤에서야 탄식하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바이칼 호수의 풍경을 어둠 속에서 맞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만약 환한 대낮에 이곳에 닿았다면, 기차는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달렸을 것이고 나는 그 황홀한 배경 속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헤드랜턴을 머리에 차고 불을 밝혀보았지만 바이칼 호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5일째 | 러시아 사람 관찰하기
시차 변경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다시 긴 아침을 맞았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어둑어둑한 바깥 세상과 희미하게 켜진 실내 조명등 사이에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반은 잠에 빠졌고, 반은 깨어 있는 상태다. 기차 생활에서 흥미로운 행위 중 하나는 사람 관찰이다. 창문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엄마와 아들은 3일째 동거동락하는 사이. 이렇게까지 사이 좋은 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틋하기 그지없다. 하루 세끼에 커피와 티 타임까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모자의 시간은 언제나 유쾌하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은 알 길이 없으나 모자간의 끊임없이 대화가 샘솟는다는 건 누구라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차가 정차할 때면 두 사람은 기차 밖으로 나가 정답게 담배를 피웠다.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 기차. 유쾌함이 넘쳤던 엄마와 아들
지금껏 기차 생활에서 경험한 러시아 사람들은 남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남한테 간섭을 하지도 않는다. 앞, 뒤, 옆 어느 곳을 둘러봐도 러시아 사람들의 대화는 잔잔히 울려 퍼졌고, 기차를 떠날 땐 침대와 의자, 테이블에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운 채 사라졌다. 러시아 사람들의 ‘매너’는 단연코 인상 깊은 요소였다. 이들의 매너는 ‘포용’으로도 이어졌다. 공용공간에서 팬티만 입고 자는 남성을 쳐다본다거나 이상하게 여긴다거나 하는 행동이 전혀 없다.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모두가 듣기 좋게 큰 소리로 음악을 즐기는 청춘에게 따끔한 말 한마디 하는 이가 없다.
세 번째 시차 변경은 리소티(Reshoty)역과 인가시스카야(Ingashskaya)역 사이에서 이뤄졌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7시간의 시차는 이제 4시간으로 좁혀졌다. 종착지 모스크바와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
▶6일째 | 영하22도, 빵도 입도 얼었다
영하 22도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오전 7시 11분, ‘새로운 시베리아의 도시’라 불리는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역에서 58분간의 대기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새벽 잠을 마다했다. 온 몸을 감싼 졸리고 피곤한 기운은 영하 22도 전광판 사인을 보는 순간 쏜살같이 달아났다. 순식간에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를 넘어섰다. 리어카 위에 빵은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단 5분 동안의 역 주변 산책이 50분의 체감 효과를 나타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58분간의 대기 시간은 무용지물이었다.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네 번째 시차 변경이 나타났고, 저녁 무렵 이심(Ishim)역에서 다섯 번째 시차 변경이 나타났다. 2시간의 시차 변경이 더 남았고, 2일의 기차 생활이 더 남았다.
▶7일째 | 30분이 지연된 최초의 지각 사태
기차 역의 풍경, 시골 마을 겨울 풍경은 동화 속 세상 같았다.
기차 생활 내내 창 밖으로 소복이 쌓인 눈만 보다가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맞이했다. 페름(Perm)역에서는 눈길을 걷는 행운도 누렸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다. 발레지노(Balezino)역에 다다를 무렵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화창한 날이 이어졌고, 여섯 번째 시차 변경도 나타났다. 마지막 시차는 키로브(Kirov)역에서 바뀌었고, 이제 휴대폰의 시간과 기차 내 전광판 시간이 동일하다. 키로브역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정시 도착을 어긴 적이 없었던 기차가 키로브역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엔진 점검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출발 시간보다 30분이 지연되었는데, 그 시간을 보상하려는 듯 기차는 보다 빠른 속도를 냈다. 두 번의 역을 지나치고 나서 기차는 다시 정시 도착을 알렸다.
영하 20도 반바지 차림의 남녀
▶8일째 | 8921㎞가 한 순간이로구나
승무원의 속삭임에 잠에서 깼다. 야로슬라브(Yaroslavl)에 곧 도착한다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드디어 내게도 찾아온 순간이었다. 도착 시간 30분 전, 시계는 새벽 6시를 향하고 있었고, 19번 침대에서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다른 이들처럼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 담요를 고이 접어 승무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8일간의 나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 하나. 8일, 8921㎞가 한 순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종착지 모스크바를 향해 후다닥 발길을 옮겼다.
TIP |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
티켓은 온라인에서 직접 구입하는 편이 낫다. 우리나라 기차 예약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먼저 러시아 기차 홈페이지(http://pass.rzd.ru)에 접속해 영어버전을 클릭한 후 출발과 도착 도시를 검색한다. 원하는 일정에 따라 기차를 선택하는데 이때 기차의 시간이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둘 것. 침대 좌석은 컴파트먼트(Compartment)와 리저브 시트(Reserved Seat) 두 가지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컴파트먼트는 말 그대로 칸막이를 한 객실의 형태로 프라이빗한 공간인데 그만큼 일반적인 리저브 시트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다. 나의 경우 여섯 개의 침대,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 형태로 된 리저브 시트를 구입했고 8일간의 여정에 지불한 돈은 한화 15만원 정도였다. 소켓은 기차 칸 앞쪽과 뒤쪽, 화장실 세 곳에 구비되어 있고 뜨거운 물은 기차 여정 내내 무료로 제공된다. 머그컵과 티스푼, 포크 등도 승무원에게 말하면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글과 사진 추효정(프리랜서) 사진 i22.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18호 (16.03.0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