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김장
EBS 교육방송 한국기행 2016.11.07월~11금
365편 잘 먹겠습니다, 김장
방송일시: 2016년 11월 07일(월) ~11월 11일(금) 기획:김민 촬영:정석호 구성:김민아 연출:정진권 (㈜박앤박미디어)
올해도 변함없이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다람쥐의 도토리가 있다면 우리에겐 김장이 있다. 풍요로움 깃든 11월의 문턱에 들어서면 겨우내 먹을 김장거리 준비하느라 어머니들이 분주해진다. 그 손끝에서 탄생한 특별한 김치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찬바람 불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들썩이는 풍경 속으로 떠난다.
1부. 배추 시집가는 날
어머니들의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재료, 배추! 자식처럼 키운 귀한 배추를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이 가을을 바삐 보내고 있는 수확 현장을 찾아가 본다.
오늘은 괴산 시골 배추 시집가는 날, 마을잔치 열렸네! 청정 준고랭지 지역에서 자라, 노란 속잎이 단단하게 차 있는 괴산 배추. 찬바람 불면 800여 농가는 배추 시집보내느라 일제히 들썩인다. 속이 꽉 찬 배춧속 사이사이를 신안에서 공수해 온 천일염으로 절이는 장연면 오가리의 이재명 씨는 왕년에 간 고등어 소금 치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첫 번째 절임배추가 손님에게 보내지고 나면, 김장 잔치가 시작된다. 아낙들의 손끝엔 얼큰한 양념냄새가 베어 들고 마을 사람들은 올해 제일 처음 배추를 시집보낸 잔칫집으로 모여든다.
또 다른 배추도 시집간다? 제천 양배추 수확현장! 제천 덕산면에는 귀농 2년 차 초보 농사꾼 아들 이용범 씨와 무엇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는 농사 박사 아버지 이학귀 씨가 프랑스에서 물 건너 온 ‘사보이 양배추’ 수확으로 분주하다. 단단한 식감으로 김장배추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데! 제천의 별미 ‘사보이 양배추’ 김치를 맛보러 가자.
2부 푸른빛 펀치볼
해발 700m에 위치한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화채 그릇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찬바람 불고 수확이 시작되면, 펀치볼은 거대한 시래기 그릇이 된다.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시래기가 만들어 낸 초록빛 풍경을 따라가 보자.
펀치볼 둘레길 따라 다 같이 걷자, 최북단 숲길, 단풍으로 절경을 자아내는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 이곳으로 가을 산행을 떠난 귀농 3년 차 가영이네 가족 그림 같은 숲길을 걸으며 펀치볼의 역사와 자연을 느껴보자.
펀치볼을 초록으로 물들인 무청 첫 수확 날! 드넓은 시래기용 무밭은 첫 수확으로 꽤나 분주한데 파릇파릇하게 돋아있는 무청을 잘라내는 아낙들은 목이 마를 때면 땅속에 박힌 시원한 무를 한 입 베어 물며 갈증을 달랜다. 이렇게 수확한 무청은 1500개의 자연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구수한 자연의 맛을 품어낼 것이다.
4대로 이어진 맛, 문하승 할아버지 네의 시래기 밥상! 펀치볼 터줏대감인 88세의 문하승 할아버지부터, 2대 아들 문영준 씨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4살 막둥이 증손자까지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한바탕 덕장 작업을 끝내면 구수한 시래기 밥상은 덤으로 차려진다. 파릇한 무청과 고랭지 무를 넣어 투박하게 담은 무청 김치와 푹 고아낸 부드러운 시래깃국 한 그릇이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금세 접시를 뚝딱 비워낸다.
이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펀치볼 시래기 밥상을 만나보자.
3부 김치, 추억을 담다
단풍이 지고 추위가 살로 다가오는 계절이면 그 옛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다운 얘기를 나누던 풍경이 떠오른다.
화천 귀농 부부의 1년간 준비한 김치 담그기. 9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놀았다는 전설 속 마을 화천 구운리. 이곳에는 귀농 9년 차, 조각에 빠진 예술가 남편 박인식 씨와 시골의 멋에 취한 아내 정현숙 씨가 살고 있다. 배추, 무, 고추 등을 직접 키우며 김장을 위해 1년을 준비한 아내는 그 귀하다는 와송도 넣어 남편을 위한 김치를 만든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한다. 티격태격하는 부부지만, 김치를 담글 때마다 똑같은 사람이 생각난다는데! 산골 조각 부부의 추억이 담긴 김장하는 날, 찾아간다.
60년 손 두부 인생, 최금심 씨의 두부 김치 낙안읍성에 시집와 60년 동안 두부를 만들어낸 최금심 씨의 부엌엔 40년 전 남편이 구해다 준 큰 가마솥이 놓여있다. 배고프던 시절, 남편과 함께 아궁이에 앉아 갓 만든 뜨끈한 두부에 묵은지를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남편은 금심 씨의 곁을 떠났지만, 남편이 선물한 가마솥만은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데! 변함없는 모습으로 고소한 손 두부를 만들어주는 가마솥의 추억을 찾아 떠난다.
4부 산중 보물찾기
깊은 산 속에 가을이 오면,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님도 못 찾는 산의 기운을 먹고 자란 보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있다.
산에서 먹고 자고, 울진 굴구지 마을의 송이 원정대 왕피천 하류에서 아홉 고개나 넘어야 나온다고 해 붙여진 이름 ‘굴구지’ 굴구지 주민들은 1년에 단 20일 동안 보물을 찾기 위해 산에서 생활한다. 13명의 주민이 6개의 텐트를 치고 먹고 자고하며 자연산 송이 채취에 나선다.
두 개의 산으로 나눠져 생활하는 송이원정대.
청도 장춘청 씨의 보물 김장독, 나 홀로 잘 먹겠습니다! 해발 350m, 청도에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외딴 황토집에는 아침이면 계곡에서 냉수마찰을 하고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장춘청 씨가 산다! 작년 이맘때쯤 산속에 묻어놓은 그만의 탐스런 보물이 있다는데 그 산중 보물은 바로 땅속 깊이 박힌 김장독 묵은지이다. 잘 숙성된 묵은지를 큼직하게 썰어 한소끔 끓여낸 김치찌개에 직접 기른 유기농 배추와 부추로 만든 알싸한 겉절이까지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장춘청씨의 가을 김치 밥상을 맛보자
5부 찬바람 불면, 김치
제철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맛이 있다. 누구보다 풍요로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풍경 속으로 찾아가 보자.
순천의 톡 쏘는 아내가 담근 톡 쏘는 고들빼기김치 가을이 되면 전국 고들빼기 생산량의 50%를 담당하는 순천시 별량면 곳곳에서는 고들빼기 수확으로 분주하다. 말은 톡 쏘지만 마음은 따뜻한 박순남 할머니와 허허실실 남편 김효식 씨가 1년 중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평소 고들빼기는 여자 일이라던 남편이 못마땅한 아내, 괭이질 할 때도 톡 쏘는 잔소리가 계속된다. 티격태격하면서 수확을 마친 아내는, 직접 담근 멸치액젓으로 자신만큼 톡 쏘는 고들빼기김치를 담는다.
포항 앞바다의 추억 고등어 김치찜 이른 새벽 영일만항, 정치망 어선에 몸을 실은 어부 김용식 씨는 10년간 함께해온 7명의 선원과 함께 고등어를 잡으러 바다로 나선다. 양껏 잡아온 고등어를 집으로 가져오는 날이면 아내의 손맛이 더해져 푸짐한 고등어 김치 찜 한 접시가 완성되는데 그물이 모자랄 만큼 많이 잡히던 시절엔 어머니가 밥상에 매일 내어 주시던 고등어 김치찜. 부드러운 고등어 속살을 드러내 김치와 싸 먹을 때면 옛 생각이 떠오른다.
강원도에도 갓김치가 있다? 평창 토종 갓 삼총사 할머니! 평창에선 옛날부터 배추보다 토종 갓을 더 많이 길러 먹었다 잎이 좁고 줄기가 가늘어 특유의 알싸한 향을 자랑한다. 첫서리가 오기 전, 마지막 토종 갓을 뜯기 위해 밭으로 향하는 50년 지기 삼총사 최옥렬, 최재춘, 김순자 할머니. 시집 올 때부터 옆집, 뒷집으로 한 이웃이었던 삼총사는 수년째 갓을 뜯으며 끈끈한 정을 자랑한다. 갓을 소금물에 염장해두고 일 년 동안 두고두고 먹는다는 삼총사. 손으로 꾹꾹 눌러 짠 갓에 양념을 더 한 토종 갓김치를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