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바우길/필리핀 섬 방영
-------------------------------------------------------------------------------------------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섬들의 나라 필리핀!
때묻지 않은 비경과, 순수한 삶이 공존하는
필리핀 중부의 비사야 제도로 떠난다.
에메랄드빛 심연의 바닷속에서 만난 고래상어와의 다이빙,
9미터가 훌쩍 넘는 대나무를 맨몸으로 오르내리는
대나무 마을 사람들의 삶,
기마라스 섬에서 만난 가장 달콤한 망고까지,
7백여 개의 섬 곳곳에서 찾아낸 숨겨진 보물들.
뜨거운 햇볕아래,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삶이 살아있는
비사야 제도의 그 빛나는 시간 속으로 떠나본다.
제1부. 위대한 유산, 파나이 섬 - 1월 23일 저녁 8시 50분
파나이(Panay) 섬은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토지가 비옥해 일 년 내내 농작물 재배로 분주한 곳이기도 하다. 파인애플로 유명한 곳, 파시(Passi)는 발 길 닿는 곳마다 파인애플 밭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은 "달콤한 도시". 허벅지 높이 정도로 자란 파인애플을 직접 수확하고, 그 달콤한 맛에 빠져본다.
파나이 섬의 주도, 일로일로(Iloilo)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미아가오 성당(Miagao Church)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아가오 성당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입체적으로 새겨져있는 코코넛 나무가 필리핀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아가오 성당에서 만난 장례행렬. 경건하고 엄숙한 장례미사를 지켜본다.
미아가오 성당 뒤편으로는 곧게 뻗어있는 대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숲 자락 아래 안겨있는 작은 마을, 일명 대나무 마을이다. 그곳에 9미터가 훌쩍 넘는 대나무를 맨몸으로 오르내리고, 온몸으로 대나무에 맞서 쓰러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발바닥에 움푹 파인 상처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28년을 대나무와 동고동락해 온 대나무 장인을 만나본다.
항구도시 일로일로에서 배로 약 한 시간을 달리면, '망고 섬'이라 불리는 기마라스 섬(Guimaras Island)에 도착한다. 가장 달콤한 망고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카라바오 망고(Carabao Mango)의 생산지, 기마라스 섬에서는 3월 수확을 앞두고 온 정성을 다해 망고를 재배중이다. 망고 섬에서 직접 먹어본 망고의 맛은 어떨까. 보라카이 못지않은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는 기마라스 섬은 황금어장으로도 유명하다. 이른 새벽 고기잡이배를 따라 망망대해 위에서 그물과의 한 판 승부를 벌여본다.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제2부. 숨겨진 보물, 레이테 섬 - 1월 24일 저녁 8시 50분
두 번째 여정은 필리핀 레이테(Leyte) 주의 주도, 타클로반(Tacloba)에서 시작한다. 2013년 ‘하이옌’이라는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타클로반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활기찬 타클로반 공설시장(Tacloban Public Market)에서 마주한 상인들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 레이테 섬 전역에서 잡히는 다양한 물고기를 구경하는 재미는 공설시장이 건넨 덤이다.
한없이 맑고 깨끗한 바다를 품고 있는 파드레 부르고스(Padre Burgos)는 다이버들에겐 낙원으로 알려진 명소. 다이버들의 버킷리스트라고도 불리는 고래상어와의 다이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NGO단체에서 직접 고래상어의 개채수와 종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고래상어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인 핀투얀(Pintuyan)로 향한다. 마을 주민들이 나와 직접 고래상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해주면 바로 다이빙~ 깊은 심연의 바다 속에서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을까?
레이테 섬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소곳(Sogod)은 12월이 되면 온 동네가 파롤(Parol)로 장식된다. 빛이 된 예수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파롤은 연말과 연초를 기념하는 필리핀의 전통 공예품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파롤이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데, 동네 사람들에겐 친근한 ‘언니’라고 불린다는 파롤 장인을 만나본다. 대나무와 종이, 전통방법으로 30년 째 파롤을 만들어 온 노부부. 가난 때문에 시작했지만 이제는 평생 직업이 된 노부부의 파롤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아가스아가스 다리(Agas-Agas Bridge)를 지나 산 속 깊은 곳으로 오르다보면, 앞산에 빨랫줄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 식구의 보금자리는 산 속 외딴 집. 철저하게 고립된 이 곳에서는 열매 하나를 얻기 위해 맨발로 나무를 올라야 하고, 요리를 하기 위해 호롱불을 밝혀야 한다. 이들이 말하는 고되지만 소박한 삶을 선택한 이유가 공개된다.
제3부. 달콤한 꿈, 네그로스 섬 – 1월 25일 저녁 8시 50분
필리핀의 최대 설탕 생산지인 네그로스(Negros) 섬. 그곳엔 성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사탕수수가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사탕수수 수확으로 바쁜 농장을 찾아 일손을 거든다. 그리고 맛 본 사탕수수 즙 한 모금. 그 달콤함에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발렌시아(Valencia) 산악 지역에는 붉은 바위로 유명한 풀랑바토 폭포(Pulangbato Falls)가 있다. 풀랑바토는 비사야어로 붉은 바위라는 뜻. 산에서 나오는 유황 성분과 물의 철 성분으로 돌이 붉게 물든 것이다. 이 진귀한 풍경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들과 함께 폭포 아래에서 노천욕을 즐겨본다.
두마게티(Dumaguete)에서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잠보앙기타(Zamboanguita)라는 마을의 말라타파이 가축 시장(Malatapay Livestock Market)에 도착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이 시장은 각지에서 가축을 팔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대규모의 시장이다. 소마다 무게를 재 도장을 찍고, 품질과 무게에 따라 가격이 측정된다.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들이 가격을 놓고 벌이는 묘한 신경전, 그 긴장감을 구경하는 것이 이 시장의 백미다. 가족의 잔칫상에 올리기 위해 돼지를 사러 나온 아주머니. 과연, 모두를 만족시킨 거래는 이뤄졌을까?
복잡한 시장의 풍경을 뒤로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만후요드 화이트 샌드바(Manjuyod white sand bar)이다. 네그로스 섬에서 최고로 꼽히는 절경 중 하나인 화이트 샌드바는 길이가 약 6km에 이르는 하얀 모래사장으로, 밀물이 시작되면 얕은 바닷물로 덮인다. 때문에 이 곳에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놀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 자연이 선물한 작은 천국 만후요드 화이트 샌드바에서 꿈같은 휴식을 맛본다.
제4부. 빛나는 시간, 세부 섬 – 1월 26일 저녁 8시 50분
비사야 제도로 떠난 여정은 비사야 제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세부(Cebu)로 이어진다. 섬이 많은 비사야제도에서는 이동을 위해 배를 이용하는 일이 잦다. 때문에 6시간의 긴 항해를 위해 선실마다 침대가 마련돼 있다. 물론 가격에 따라 침실의 모습은 천차만별.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배에서 보낸 하룻밤 이야기가 공개된다.
마침내 도착한 세부 섬. 필리핀을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 세부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탑스힐(Top's Hill)에서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세부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한다. 항구 근처에 위치한 산 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는 과거 스페인 통치 시절 세부 독립 운동의 거점으로,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 때에도 군사적 용도로 쓰였던, 필리핀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낸 역사적 건물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람들에겐 편안한 휴식처가 된 산 페트로 요새. 그 역사적 의미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세부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토니뇨 교회(Basilica Minore Del Santo Nino)는 세부의 수호신이라고 여겨지는 '아기 예수상'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아기 예수상은 몇 차례의 화재에도 불구하고 손상되지 않아 필리핀 사람들에게 더욱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때문에 세부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새해가 다가오면 아기 예수상을 찾아와 기도를 한다.
2016년의 12월 31일, 세부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까. 악귀를 쫓기 위해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저마다의 의미가 담긴 열두 가지의 과일을 먹고, 한 밤 중에 하늘로 폭죽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 필리핀에서 맞는 새해, 그 빛나는 시간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