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밥알은 밥그릇에 소담스럽게 담겨져 있으면 먹고싶어진다.
밥알이 김치그릇에 떨어져 있으면 더럽다.
법알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사내아이들이 팽이를 돌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팽이줄을 칭칭감아 땅에 던져 놓고 팽이채로 힘껏친다.
휘청거리던 팽이가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팽이가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돌기만 하는 것을 ‘자리잡았다’라고 한다.
자리잡은 팽이는 팽이채를 휘두르지 않고 뒷짐지고 지켜보고 있어도 한동안 스스로 돌아간다.
오늘아침에 병원에 갔다.
흰가운을 입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울린다.....
그곳이 그의 ‘제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