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치나왓 전 총리 귀국...(펌)
태국 정계의 풍운아 탁신 치나왓 전 총리(59)가 28일, 17개월 간의 망명을 끝내고 귀환했다.
탁신 전 총리는 홍콩발 방콕행 태국항공기를 타고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직후 환영나온 1만 여명의 지지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고 방콕 포스트가 보도했다.
공항엔 부총리와 내무장관 등 권력 핵심 인사들이 마중나왔다.
그의 정계 복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탁신 전 총리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탁신 전 총리는 도착 즉시 경찰의 호위 아래 대법원에 출두했으며 당국의 허가없인 출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900만 바트(약 2억8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통신회사를 소유한 태국 최대 갑부였던 탁신 전 총리는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그가 세운 타이락타이당이 2001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총리직에 올랐고 농민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아 2005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부패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06년 9월 탁신 전 총리가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있던 중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졸지에 망명객 신세가 된 그는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 자리를 잡았고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맨체스터시티 구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가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 태국에서는 군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차 높아졌고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그를 지지하는 당이 승리를 거둬 탁신 전 총리는 ‘부패한 망명객’에서 ‘정계 실세’로 금의환향했다.
돌아온 탁신 … 정치 안하겠다지만
그를 지지하는 정당인 '국민의 힘'당(PPP)이 작년 '12·23 총선'에서 승리하자 '귀한 몸'이 되어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공항에는 4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탁신은 귀국에 앞서 홍콩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태국에 민주주의가 돌아와 귀국을 결심했다.나는 태국의 사법제도를 신뢰하고 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정치에는 관계하지 않고 회장을 맡고 있는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시티 운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수립된 과도정부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탁신을 족쇄로 묶어놓은 상태여서 그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탁신은 정치활동 금지명령을 받은 상태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작년 5월에 2006년 실시된 '4.2 총선'의 선거부정을 이유로 탁신이 창당한 '타이 락 타이'(TRT)의 해체와 함께 탁신을 비롯한 당간부 111명에 대해 향후 5년간 정치활동 금지명령을 내렸다.
경제적으로도 탁신은 억만장자이지만 부부와 두 자녀 재산 대부분이 동결 또는 압류한 상태여서 자산운용이 수월치 않다.
태국 자산조사위원회(AEC)는 13차례에 걸쳐 탁신 부부의 국내 금융자산 526억6천만 바트(16억4천만달러)를 동결 조치했으며 두자녀의 주식, 토지, 예금 등 모두 10억3천500만 바트(3천234만달러)의 재산을 압류했다.
재산의 동결 또는 압류조치는 2006년 1월 탁신이 설립한 '친'그룹의 주식 733억 바트(당시 환율로 23억달러)어치를 싱가포르 국영기업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데서 비롯됐다.정치, 경제적 족쇄보다 탁신을 옭아매는 것은 그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다.
태국 대법원은 작년 8월 국유지 불법매입 혐의로 탁신 부부에 대해 첫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방콕 남부지원은 특별수사본부(DSI)의 요청으로 부동산회사인 SC애셋의 주식을 은닉한 혐의로 두 번째 영장을 발부했다.
탁신은 귀국 직후 대법원과 검찰총장실에 출두, 각각 800만 바트(25만달러)와 100만 바트(3만1천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국유지 불법매입 공판은 3월12일, 주식 은닉 공판은 4월3일에 열릴 예정이다.
탁신은 이 두 가지 혐의 모두 법정에서 입증될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TRT의 후신인 '국민의 힘'(PPP)의 총재인 사막 순다라벳 신임총리는 작년 총선 당시 탁신 등 TRT 간부 111명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고 탁신의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야당과 반(反) 탁신 민주단체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사막은 탁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PAD는 최근 탁신의 귀국을 앞두고 성명을 발표, "신정부가 탁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법절차에 개입할 경우 정국 혼란은 쿠데타 발생 이전보다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에서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왕실이 탁신을 용서하느냐도 큰 관건이다.
탁신은 태국에서 보기 드문 '포퓰리스트'로 대중의 인기가 왕실에 버금가자 2006년 9월 발생한 쿠데타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승인했다는 말도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탁신은 망명생활 중에도 자신은 "국왕의 충성스런 신하"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귀국 직후에도 "정치에서는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태국 정가에서는 탁신이 정계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면을 받기 위한 모종의 협상을 왕실과 벌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측근이 의회와 정부 요직을 장악한 상태에서 막후 실력자로 행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