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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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 가다

잘락쿤 카 4 382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을이 내려 앉고 있었다.

낙엽진 느티잎사귀가 떨어질 때마다 ‘노란가을이네. 빨간가을이 떨어지네.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훔치려다 들킨사람처럼 놀라서 뒤돌아봤다. 웃음띤 얼굴이 그녀의 이름보다 먼저 다가왔다. 이름이 뭐 였더라~

어디가세요? 울진에 울진에 뭐하러. 그냥요. 말하고 나니까 정말 나는 울진에 그냥간다.

‘여기 호박죽 드세요. ’웬 호박죽을‘ ’교회에서 호박죽을 엄청 많이 끓였어요. 좋은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그럼 나는 그녀의 좋은 사람인 셈인가?

아직 온기가 남은 호박죽을 들고 울진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울진에 그냥간다. 분명한건 많이 걸을 거란것 밖에...

바닷가로 난 길을 버스가 구불구불 달려간다. 가보지 않았지만 나는 아름다운 바닷가를 보면 ‘나폴리의 항구’를 떠올리고 아름다운 강을 보면 “세느강을. 아름다운 다리를 보면 ‘미라보다리’라고 혼자 이름붙인다.

나폴리보다 더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버스가 달린다.

갈대밭을 지나, 추수끝낸 논 밭을 지나 감나무동네를 지난다.

파란색 양철지붕 마루에 하오의 햇살이 오래 머물고 있다.

저런 집에 살고 싶다!!! 찰진흙마당. 투명한 창호지에 실핏줄이 보이고. 말린 꽃잎을 살짝 끼워 놓은 애교스런집 감나무가 방글방글 웃는집.시간이 게으르게 느리게 흘러가는집.

울진에 닿으려고 버스가 규정속도를 지켜며 착하게 달린다.

울진에 가면 나는 뭐하나?

4 Comments
시퍼런 2008.11.21 20:21  
포항가는 버스타고 포항으로 오세요......
남나라 2008.11.23 20:12  
가을을 아쉬워 하며 울진 잘 다녀 오셨나요?
12월 초에 송년회 때 봐여~~
남나라 2008.11.24 11:17  
"투명한 창호지에 실핏줄"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firefly 2008.11.30 21:56  
와우~ 잘락쿤카님 ~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군요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네요
눈앞에 잘락쿤카님의 글로 그린 집이 보이는 듯 합니다..
쩝..나는 어데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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