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잘락쿤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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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7 18:34
밥벌이의지겨움
뭐 먹고싶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먹고싶은게 없다.
안 먹고 싶다고 하면서 기실 하루 세 번이상 먹고 있다.
밥 먹어야 밥벌이를 할 수 있으니까?
모든 ‘먹는다’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지하철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자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거위 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현대인들의 밥은 핸드폰속에 굴러다닌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해놓고 정작 밥 값 낼때 되면 구두끈을 다시 고쳐 맨다.
밥 먹는 일에 대해서 내 이중성을 폭로하자면
남자랑 단둘이 밥 먹는 일은 난 코스다. (나더러 밥먹자고 하는 남자도 별로없지만)
그 맛난 것들을 앞에 놓고 영락없이 진땀이 나고 빠작빠작 나고 소화불량이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 와 싱크대 앞에 선 채 주린배를 채우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밥 익어가는 비릿하고 평화로운 향기가 식구들을 불러들인다.
저물녁 두레상 앞에 둘레둘레 앉아 김 나는 한 술을 위하여
밥 벌이의 지겨운 근로를 마땅히 자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