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김
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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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16:21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40Km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
오늘아침 제 메일함에 날아든 편지의 일부입니다.
비오는 창을 바라보며 새삼 상념에 잠기게 하는 글이네요.
10년을 넘게 가까이 지내는 언니가 있습니다.
어느날 우리는 동침한 적이 있엇는데
모닝커피를 마시던 그녀가 커피를 조금 남겨놓은 거예요.
나는 그것을 치우려다가 아직 덜 마신것인줄 알고 그냥 두었는데
끝내 다 비우지 않길래 내가 물어봤죠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커피를 다 마시지 않고 남겨두는 습관이 생긴거라고. 딱 먹을 만큼만 마시고 나면
더 이상 맛있지도 않거니와 그 향기를 오래 오래 가도록 하기 위함이라더군요.
또 다른 남김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옛 아버지들은 밥 그릇을 끝까지 비우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제 밥그릇 하나 온전히 챙기지 못하는 발벗은 아내에 대한 은근한 배려인지도 모르지요.
이렇듯 아름다운 남김도 있지만, 잘못 남김은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지요.
마이클잭슨이 죽고 그 남은 자녀들 얘기가 매일 뉴스속에 등장합니다.
결국은 그가 남긴 유산 얘기인데, 들을 때 마다 썩 유쾌하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남김얘기가 커피향에 어울릴 것 같은 비오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