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태국 농촌에 뿌리내린 저항의 기운 (뉴욕타임스 20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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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태국 농촌에 뿌리내린 저항의 기운 (뉴욕타임스 20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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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2010년 4월 24일자로 보도한 내용을,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원문의 제목을 직역하면 <태국의 농촌에 뿌리내린 반란의 기운>(Rebellious Mood Takes Root in Rural Thailand)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판단하여 제목을 다소 순화시켰다.

 

 

 

태국의 농촌에 뿌리내린 저항의 기운

 

Rebellious Mood Takes Root in Rural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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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gnes Dherbeys/The New York Times) 방콕의 레드셔츠 집회구역 외곽에서, 야간 경계를 서고 있는 시위대원들의 모습.

 

 

 

기사작성 : THOMAS FULLER

 

(태국 컨깬) — 레드셔츠(UDD) 시위대가 태국 수도 방콕의 한 복판에서 소요를 일으킨지 벌써 6주가 흘렀다. 하지만 이러한 "반란"(insurrection)의 분위기에 휩싸인 곳은 비단 방콕만은 아니다.

 

태국의 내륙 오지에 위치한 가난하고 거칠은 이 고원지방에서, 이전에는 정치에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농민들이, 레드셔츠 시위대를 위해 엄청난 거금들을 기부하고 있다. 태국 북동부 지방에서만 최소 3개 이상의 소도시들에서 시위대의 야간 농성이 진행되고 있고, 때때로 그 규모가 수천명에 달하기도 한다.

 

반정부 성향의 FM 방송 "레드 라디오 방송국"(Red Station Radio)은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00 km 떨어진 컨깬(Khon Kaen) 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방송국은 며칠 전, 한 군용열차가 장비와 병력을 싣고 방콕의 시위대를 진압하러 출발하려 한다고 방송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백명의 레드셔츠 지지자들이 기차역으로 몰려와 이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고, 이후 만 하루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태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살고있는 이러한 시골지역은, 바로 대규모 시위로써 아피싯 웻차치와(Abhisit Vejjajiva) 정부의 즉각적인 해산과 새로운 총선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레드셔츠 운동의 핵심적 근거지이다.

 

레드셔츠 지도부는 어제(4.23) 아피싯 총리의 정부에 대해, 30일 이내의 의회해산이라는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했다. 방콕의 레드셔츠 시위대의 바리케이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수류탄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사건이 발생한지 하룻만에 나온 이러한 수정 제안은 긴장상태를 약간은 완화시켜주었다.

 

하지만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 정부를 전복시킨 군사쿠테타가 발생한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이곳 시골지역 농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억만장자의 재벌 출신이지만, 태국 현대사에서 빈곤층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표명했던 최초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탁신 전 총리에 대한 이러한 지지기반이 이 시위대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이제 이 운동은 풀뿌리 운동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농민들, 커먼코즈(역주)를 결성하여 적극적 의사표명을 하려는 시민들도 참가하고 있다.

 

(역주) 커먼코즈(common cause): "돈과 정치의 결탁을 철저히 막는다'는 취지로 미국의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던 존 가드너가 1970년에 만든 단체. 워싱턴의 정치인들간에는 '민간 중앙정보국'(Civil CIA)이라고 불린다. 커먼 코즈는 선거제도 개선, 선거자금 제한, 정치헌금 규제, 공직자윤리기준 강화 등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정부나 노조, 기타 외부단체의 보조를 일절 사절한다는 행동강령을 정해 회원들의 헌금으로 모든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가 있고 주별로도 지부가 있는데 회원은 무려 25만 명에 달한다." ---- [출전: 경제용어사전] *. 이 기사에서는 "정치적 결사체" 정도의 비유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북동부 고원지역의 사람들은 흔히 "이산"(Isaan) 출신이라 불리고, 라오스나 캄보디아의 크메르어와도 유사한 요소가 담겨진 지역 방언을 사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농민 아니면 육체노동이나 공장노동자로 종사하고 있다. 레드셔츠 시위대는 태국사회가 가진 "이중기준"(double standards)에 대항해 투쟁해왔다고 주장한다. 레드셔츠 지도자들은 방콕의 중상류층들과 고위 군부 지도자들이 면책적 특권을 갖고 법률을 무시한다고 하면서,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만 법률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드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라디오 매체들은 이러한 레드셔츠들의 메세지를 농촌지역으로 전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허가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레드 라디오 방송국"은 작년 11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컨깬 시 주변으로 6개의 제휴 사무실들을 갖고 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DJ들은 정부의 고위관료들의 이 지역 방문을 무산시키도록 지지자들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안전상 신분을 감추기 위해 "노이 땀룽"(Noi Tamrung)이란 예명을 사용하는 한 DJ는, 심지어 그 직업이 현직 경찰관인 경우에 속한다. 지지자들에 따르면, 그 외에도 많은 경찰관들이 이 운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노이 땀룽은 방송을 통해 "이 지방에 오지 마시오. 우리는 현 정부의 누구라 할지라도 여기에 오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은 이 방송국 폐쇄를 촉구했고, 정부는 이미 레드셔츠 운동의 여러 웹사이트들을 차단시켰다. 하지만 레드셔츠들은 농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방송국 폐쇄를 물리적으로 막아왔다.

 

농민인 따꿈 시항꼿(Takum Srihangkod) 씨는 새총을 소지한 상태에서, 허리춤에 차고있는 싸구려 중국제 라디오를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는 방콕에서의 시위상황을 청취한다. 그는 소떼를 몰고 가면서 "아피싯 총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꿈 씨는 심지어 자신의 암소가 겪고있는 난산을 돕는 와중에도 라디오 방송을 끄지 않는다.

 

현 정부 지지자들은 이들 레드셔츠 시위대를 해고자 집단이나 매일매일 주최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동원된 고용 시위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태국의 선거판에서 종종 발생했던 유권자 매수현상을 감안하면, 그러한 주장 역시 부분적으로는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위에 나가면 일당을 받느냐고 물으면, 이 농촌사람들은 발끈하고 화를 낸다. 이 지방 공무원들과 경찰관들도 방콕의 시위대를 위해 매우 광범위한 모금운동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컨깬 시 외곽에서 논농사를 짓는 농민 띠엠 똥꼿(Triem Tongkod) 씨는 "우리는 우리끼리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성기를 장착한 트럭이 마을들을 정규적으로 순회하면서 시위자금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띠엠 씨는 "[기부를] 할 수 있는만큼 하면 되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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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omas Fuller/The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지난 4월 10일의 유혈진압 때 사망한 빠이손 띱롬 씨의 부인이, 장례식에서 남편의 영정을 들고 서있다.

  

 

지난주 토요일, 컨깬 시에서 약 50 km 떨어진 한 사찰에서는 지난 4월 10일 방콕의 유혈 진압작전에서 사망한 빠이손 띱롬(Praison Tiplom) 씨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수천명의 조문객들 사이에는 띠엠 똥꼿 씨의 모습도 보였다. 당시 진압과정에서 5명의 병사들을 포함하여 25명이 사망했지만, 아직도 상세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의 사망은 시위자금 모금운동에 불을 지폈다. 토요일의 장례식을 주관한 "레드 라디오 방송" 소속 DJ 중 한 사람인 눔 차이야(Num Chaiya) 씨는, 장례식에서 사망한 빠이손 씨의 미망인에게 9,400 달러 정도를 모금해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전형적인 엄숙한 장례식과는 다소 달리, 태국 국기를 두른 빠이손 씨의 관이 3회에 걸쳐 화장되는 동안, 조문객들은 소리 높여 서로를 응원했다. 눔 차이야 씨는 조문객들에게 "국민의 전사를 위해 큰 손을 벌리라"고 호소했다. 거의 모든 이들이 붉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레드셔츠 주최측은 지난 4월 10일의 진압장면과 사망한 시위 참가자들을 추모하는 DVD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변에서는 DVD 세일즈맨인 뽄차이 난타폿(Pornchai Nanthaphothi) 씨가 붉은 깃발들과 기타 레드셔츠 상징 용구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가 판매하고 있는 붉은 손수건에는 "나는 너희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뽄차이 씨는 "이 지방은 거의 100%가 레드셔츠"라고 말했다.

 

현 정부를 비롯하여 역대 정권들은 이산(이싼) 지방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만성적인 소득불균형, 의사 수의 부족, 대학과 일자리 부족 현상은 결국 저항운동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고, 이전 정권들에서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의사 깨새 차나웡(Krasae Chanawongse) 씨는 말했다. 그는 중앙집권적인 태국의 정치시스템이 지역에서 "도지사들의 식민주의적 태도"를 초래시킴으로써 위기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도지사들)은 다소간 독재적 성향을 보여줬고, 비판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레드셔츠 운동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은 이 운동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그러한 의문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지방의 지지자들은 레드셔츠 운동이 보다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80년동안 10여차례 이상의 쿠테타가 발생했다. 올해 42세의 농부 차이사왓 왱웡(Chaisawat Weangwong) 씨는, 이번 정치적 소요로 인해 스스로 태국 정치에 있어서 군부의 영향에 대해 눈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중들은 선거를 통해 승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면서, "이것은 탁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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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사진: AP) 방콕의 레드셔츠 집회구역 외곽의 바리케이트 부근에서, 토요일(4.24) 아침 태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레드셔츠 시위대가 기립하여 예의를 표시하고 있다. 피로에 지친 한 사람은 계속해서 잠을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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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목록] 태국 정치 2010년 3-4월 정국 : 붉은셔츠 100만인행진 속보 홈페이지"

 

 

 

1 Comments
젤리캣 2010.04.24 23:12  
권위있는 뉴욕 타임즈의 이 기사는 태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변화에 직면해있음을 알게 해주는군요. 태국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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