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분석기사는 "아시아 타임스 온라인"(Asia Times Online: ATO)이 2010년 4월 17일자로 발행할 예정으로, 온라인 판에서는 4월 16일 오후부터 공개되고 있다.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했다. |
태국의 친위쿠테타는 일어나는가
Thailand mulls a 'half coup'
기사작성 : Shawn W Crispin (ATO 동남아시아 담당 편집장)
(방콕) - 지난 토요일(4.10) 밤, 방콕에서 레드셔츠(UDD)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이 있기 바로 직전, 검은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고위급 군지휘관 한명을 사살하고 2명을 불구로 만들었다. 이 정밀한 타격은 가해자들이 전술적으로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콕의 분석가들과 외교관들은 이 선제공격이 태국군의 지휘체계를 효과적으로 붕괴시켜, 이후 실탄과 수류탄 파편에 의한 피해로 24명이 사망하고(군인 5명 포함) 800명 이상이 부상한 혼란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데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격대상이 되었던 3명의 장교들은 금년 연말의 군 정기인사에서 모두 최고위급으로 승진할 예정이 되어 있던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모두 빠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육군 참모차장에게 충성을 하는 사람들로, 빠윳 장군은 금년 하반기에 아누퐁 파오찐다(Anupong Paojinda) 현 육군참모총장의 임기가 끝나면 그 후임으로 예정되어 있는 인물이다.
(사진) 금년 하반기에 태국의 육군참모총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빠윳 짠오차 현 육군참모차장. 이번 유혈진압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암살공격은 상당히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다. 암살팀은 레이저 빔 조준이 가능한 화기들을 보유했고, 군병력의 배치와 작전계획에 관한 확실한 정보들도 입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점들로 볼 때, 이번 암살에 군병력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국 당국은 이러한 조율된 폭력사태에 대해 악의를 품은 군인들이 참여한 것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고조되어 온 태국의 정치적 갈등사태 속에서, 이번 사건은 태국 군부의 단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피싯 웻차치와(Abhisit Vejjajiva)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레드셔츠(UDD) 시위대가 예기치 않게 발포를 해와 진압군 병력 역시 자위권 차원에서 실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UDD측은 시위대 중에 무장한 사람들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사태를 둘러싼 정황이 파악되지 않음으로써, 이번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아직도 조심성을 견지하고 있다.
UDD는 태국 대법원이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ทักษิณ ชินวัตร) 전 태국총리의 압류된 재산 중 14억 달러 상당에 대한 몰수판결을 내린지 2주가 지난 시점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선거를 통해 출범한 탁신 전 총리의 정부는 "2006년 쿠테타"를 통해 전복당했고, 이후 UDD는 탁신 전 총리에 대해 여전히 강력한 지지를 보낸 풀뿌리 기반을 통해 세를 결집해왔다. 특히 원래의 지지기반이었던 북부와 북동부 농촌지역 뿐만 아니라, 방콕에 거주하는 서민층들까지 규합해냈다. 몰론 이에는 탁신 전 총리측의 자금동원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
2009년 4월, 탁신 전 총리는 비디오로 전송된 동영상을 통해 UDD 회원들에게 현 정부에 대항한 "사회혁명"을 주창했다. 이후 방콕에서 상당한 소요사태가 전개됐고, 종국에는 군대가 전문성을 발휘해 진압했다. 당시 탁신 전 총리는 국제여론에 대하여, 군대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사살했고 그 사체는 비밀리에 유기됐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 토요일(4.10) 폭력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UDD의 시위가 시작되는 순간에 맞춰 시위대와 군병력, 군사시설과 민간기업에 대한 의문의 폭탄공격이 있었다. UDD는 이러한 상황들이 자신들의 평화시위를 훼손시키기 위해 정부와 군대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태를 주시하는 일부 외교관들은 일부 특정 폭발사건은 시위대의 활동 및 군대의 진압작전 시간에 완전히 타이밍을 맞춰진행됐음을 감지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무장을 통한 반응이 탁신 전 총리로 하여금 대규모 국왕사면령을 요청할 발판을 제공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국왕사면령이 있게 되면, 군대는 시위대를 상상한 행위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동시에, 탁신 전 총리 역시 2008년에 결정된 한 부정부패 관련 판결로부터 자유로와져 징역 2년형 사슬을 벗고 망명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왕실의 침묵
하지만 태국 왕실은 4월 10일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래로 침묵을 유지하면서, 조만간 국왕사면령이 있을듯한 어떠한 징후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UDD 공동 지도자들까지도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이 이 사태에 개입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시리낏(Sirikit) 왕후가 사망한 롬끌라오 투와탐(Romklao Thuwatham) 대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부상당한 병사들이 입원해있는 병원을 찾아가 문안을 하는 상징적 행위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암살공격으로 사망한 롬끌라오 대령은 왕실근위사단인 보병 제2사단 소속 왕후친위연대장이었다.
4월 10일의 유혈사태를 놓고 아피싯 총리의 정부와 UDD는 책임소재를 놓고 상호 논쟁중이다. 따라서 태국 정치의 다음 국면을 결정하는 것은 군부의 움직임이 될 것이다. 궁내청(왕실) 내의 한 인사는 본지에 대해 밝히기를, 군부의 최고위 지휘관들이 최근 수일 안에 "절반의 쿠테타"(half coup: 친위 쿠테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경우 쿠테타는 아피싯 총리의 집권 "민주당" 정권을 존속시킬 수도 있고, 일부 고위급 군 지휘관들의 신분 역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누퐁 파오찐다(Anupong Paojinda) 현 육군참모총장은 이번 위기에 대해 정치인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정이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주에 의회해산과 새로운 총선실시를 압박할만한 암묵적 지원을 대여해주기 시작했다.(역주1)
(역주1) 이 부분에서 "암묵적 지원"(tacit support)이란, 아마도 집권 "민주당"에 대해 선거자금 유용 혐의로 해산을 권고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쿠테타 이후 태국의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부와 독립기관들이 군사정권에 의해 임명되어, 사실상 군부의 지령을 받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하지만 아누퐁 현 육참총장의 자리가 빠윳 짠오차 장군에게 승계되는 것에 반대하는 군부 내 세력이, 친 탁신계 및 UDD의 영향권에 있는 군인들을 숙청하고 "계엄법"을 발동하면서 UDD 시위대를 진압할 가능성 역시 상당히 강한 상태이다.
지난 토요일 작전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현재 아누퐁 장군은 고위 지도층과 왕실 일각에서 상당한 지지를 상실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특히 시위대가 메인 집회장소에 대해 비교적 사수할 준비가 덜 갖춰졌던 시점을 포함하여, 그가 보다 일찍 보다 단호하게 UDD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방콕에 주재하는 한 외교관은 "아누퐁 장군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그는 "중요한 핵심 작전에서 그가 기꺼이 개입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아누퐁 장군은 점점 더 힘없는 군사령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초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사망한 장교의 장례식에 참여했던 한 지휘관은, 아누퐁 장군이 고위 장교들 사이에서 고립되면서 무시당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만일 빠윳 짠오차 장군이 읶는 군부 내 숙청작업이 시작된다면, 그 대상은 탁신 전 총리와 UDD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 특히 공수부대인 "타한판"(Thahan Phran, ทหารพราน)(역주2) 부대원들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현장에서 특수부대원 복장의 인물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역주2) 태국 "타한판" 부대는 "사냥꾼 병사들"(Hunter Soldiers)이라고도 불리는 수색대(Rangers)로서, 국경지역 순찰을 주임무로 하여 "산림감시대"라고도 불린다. 태국군 산하 조직인 이들은 직업군인 및 민병대가 함께 조직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공수훈련을 받는 특수부대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9월 19일에 발생한 쿠테타 당시, 친탁신 성향이라 하여 쿠테타 이틀째인 9월 20일에 무장해제를 당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한 바 있다. |
의문의 병력들
분석가들과 외교가에서는, "타한판 부대"가 태국군 내부에서 암살작전과 같이 정교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부대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주 UDD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최근 몇주동안에는 완전 정복을 갖춘 채 UDD 집회장 무대에 올라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현재 야당인 "프어타이 당" 의장을 맡고 있는 차왈릿 용짜이윳(Chavalit Yongchaiyudh) 예비역 대장은 1978년 이 부대를 최초로 창설시킨 인물이다. 최소한 한편 이상의 학술적 연구결과에 따르면,(저자 원주) 이 특수부대는 민사작전 임무를 포함하고 있고,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태국 동부의 코랏(Khorat, โคราช)에 위치한 이 부대원들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방콕을 오가는 사례를 보면, 태국군 내부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저자 원주) Desmond Ball, The Boys in Black: The Thahan Prahn (Rangers), Thailand's Paramilitary Border Guards, White Lotus Press, Bangkok, 2004를 참조하라. |
한 태국 정부 관계자는 현재 차왈릿 장군이 "타한판 부대"와 관련이 있는지 은밀히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차왈릿 장군은 현재 친탁신계 야당인 "프어타이 당" 의장이고, 차기 총선에서 총리 물망에 올라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지난 토요일의 유혈사태가 아피싯 총리의 책임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또다른 군소식통은 UDD 해산작전을 위한 군 내부의 상세한 계획과 정보들을 누설한 것이 "합참본부"(Supreme Command)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소식통들은 합참의장(군총사령관)인 송낏티 작가바타라(Songkitti Jaggabatara) 대장이 UDD 시위대 진압방법을 놓고 고위급 회의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내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고, 송낏티 합참의장과는 연락이 닿질 않아 대답을 들어볼 수 없었다.
태국군 내부의 분열상황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전까지 군사 분석가 및 연구자들이 의견일치를 보았던 점은, 아누퐁 현 참모총장이 2006년 쿠테타 이후 일련의 정기 군 인사이동과, 특히 탁신 전 총리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장교들을 좌천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군내 권력을 강화시켜왔다는 것이었다.
2006년 쿠테타를 배후에서 기획하는 데 참여했고 첩보국장도 역임한 빠송 순시리(Prasong Soonsiri) 예비역 공군중령을 포함하여 일부 군 관계자들은 최근 수개월간 외교관들에게 밝히기를, 아직도 군 내부에 친 탁신적 정서들이 상당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탁신 전 총리가 최근 왕후친위대 내에서 불균형한 승진인사에 불만을 품은 장교들이 분노한 틈에 이들의 환심을 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주 유혈사태 당시 어찌하여 수도권 바깥인 빠찐부리(Prachin Buri, ปราจีนบุรี)에 주둔하는 충성파인 "보병 2사단"을 신뢰하고 진압의 주력군으로 사용했는지, 그 이유를 가능해볼 수 있게 한다. 한 군 관계자는 이러한 "신뢰문제"로 인해 방콕에 주둔하는 "제1사단"에게 외곽 경계만을 담당시켰고, 역시 방콕에 주둔하는 "제2기갑대대"와 "제4기갑대대"에게는 주둔지 사수만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06년 탁신 실각 쿠테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특수부대들에 대해서는, 아누퐁 참모총장이 그 지휘관들을 핵심에서 배제시키면서 그들이 토라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작전에는 동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군 관계자가 만일 예비적 상태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고위급 지휘관을 감금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내전"(civil war)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빠윳 장군이 지휘권 박탈을 명령할 경우 고위 장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이번주 들어와 방콕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에 대한 의문의 공격이 있었던 일이, 빠윳 장군에 대해 강력하고도 잠재되어 있는 반군의 등장이 군 내부에서 나올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믿고 있다.
한 외교관은 만일 기밀을 누설해 다른 병사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장교들이 존재한다면, 또다른 쿠테타 방식을 통해 그들을 제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명단을 공개하여 대중적으로 "부끄러움"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 외교관은 지난주 발생한 태국 유혈사태에 대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 반응이 크지 않은 점 때문에, 향후 군부가 더 대담하게 움직일 위험성까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향후 육군참모총장이 될 예정인 빠윳 짠오차 장군 진영 내부에, 장차 그의 군내 권력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역할할 것으로 기대됐던 "왕후진위부대" 장교들이 대한 매우 전문적이고도 군사적 형태를 띤 공격을 통해 사살되거나 중상을 입은 이후, 흥분이 고조되어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빠윳 장군 지도하의 군부가 향후 차왈릿 의장이 총리로 선출되어 탁신 전 총리가 막후에서 조정해, 미래의 군 인사개편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새로운 총선실시에 대해, 그러한 일을 용납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만일 "친위쿠테타"(half coup)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인기가 없을 것이며, 또한 태국을 분명하게 하나의 전환점(tipping point: 내전?)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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